IT 변호사-네이버 부동산 DB 크롤링한 스타트업 법적쟁점

최근 특허법원이 네이버 부동산 데이터베이스(DB)를 무단으로 크롤링한 스타트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명령하면서, 플랫폼 기업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의 저작권 보호 범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원본 데이터를 생성하지 않았더라도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여 데이터를 정리·가공했다면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대형 플랫폼의 공개된 데이터를 크롤링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행위가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 위법한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중요한 실무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부동산 크롤링 어디까지
네이버 부동산 크롤링 어디까지

1. 사건의 개요

특허법원 24부는 2024년 12월 24일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이 다윈프로퍼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다윈프로퍼티가 네이버 부동산 관련 DB를 복제·전송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며 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습니다.

다윈프로퍼티는 2021년 2월부터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정보 DB(아파트 가격, 면적, 동, 층수 등 24개 항목)를 크롤링하여 자사 플랫폼인 ‘다윈중개’에 게시했습니다. 네이버가 데이터 무단 수집·이용 중단을 요구하자, 다윈프로퍼티는 매물 정보 옆에 아이콘을 배치하여 클릭 시 네이버 부동산 페이지로 연결되는 외부 링크(아웃링크) 방식으로 변경했으나, 네이버는 이 역시 데이터 무단 이용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에 관한 법리

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개념

저작권법 제2조 제20호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를 “데이터베이스의 제작 또는 그 소재의 갱신·검증 또는 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데이터베이스”란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합니다(저작권법 제2조 제19호).

데이터베이스제작자는 그의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복제·배포·방송 또는 전송할 권리를 가집니다(저작권법 제93조 제1항). 이러한 권리는 데이터베이스의 제작을 완료한 때부터 발생하며, 그 다음 해부터 기산하여 5년간 존속합니다(저작권법 제95조 제1항).

나. 데이터베이스제작자 권리의 보호범위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는 원칙적으로 데이터베이스의 상당한 부분으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다만,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 또는 그 상당한 부분에 이르지 못하는 부분의 복제 등이라 하더라도 반복적이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체계적으로 함으로써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일반적인 이용과 충돌하거나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경우에는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으로 봅니다(저작권법 제93조 제2항).

대법원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를 판단할 때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도1533 판결).

3.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

가. 네이버의 데이터베이스제작자 지위 인정 여부

재판부는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로부터 매물 정보를 제공받았더라도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네이버가 허위 매물을 걸러내는 확인매물 시스템 구축·유지에 약 10억원을 지출하는 등 인적·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했다”는 점과 “부동산 정보업체에서 매물 정보를 제공받았더라도 네이버 부동산 시스템에 맞게 편집·배열했으므로 단순 이용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는 원본 데이터의 생성 주체가 아니더라도, 데이터를 수집·검증·가공·편집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인적·물적 투자를 한 경우 데이터베이스제작자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나. 크롤링 행위의 위법성

재판부는 다윈프로퍼티가 네이버 부동산 DB를 크롤링하여 복제·전송한 행위가 네이버의 데이터베이스제작자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아웃링크 방식으로 변경한 이후에도 여전히 네이버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아 침해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링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타인의 데이터베이스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4. 크롤링 관련 판례의 경향

가. 공개된 정보의 크롤링 – 여기어때 사건

여기어때 창업자가 야놀자 서버의 정보를 무단 크롤링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2022년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크롤링으로 수집한 정보가 숙박업소 이름과 주소 등 대부분 이용자에게 공개된 정보라는 점을 근거로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도1533 판결).

이 판결은 단순히 공개된 정보를 수집하는 것만으로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침해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나. 가공·편집된 정보의 크롤링 – 사람인 사건

반면 채용정보 플랫폼 사람인이 잡코리아의 채용정보를 크롤링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잡코리아를 데이터베이스제작자로 최종 인정했습니다. 이는 단순 공개 정보가 아니라 플랫폼이 수집·가공·편집한 정보의 경우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가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 판례 경향의 분석

최근 법원은 크롤링된 데이터의 질적 측면을 엄밀하게 따져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추세입니다. 단순 공개된 정보인지, 가공·편집된 정보인지에 따라 결론이 다르게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8. 19. 선고 2018가합508729 판결은 크롤링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경쟁회사의 서버에 저장된 제휴 숙박업소 정보를 무단으로 복제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네이버 부동산 DB 무단 크롤링 판결
네이버 부동산 DB 무단 크롤링 판결

5. 실무상 유의사항

가. 플랫폼 기업의 관점

플랫폼 기업은 자사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데이터 수집·검증·가공·편집 과정에서 투입된 인적·물적 투자를 명확히 문서화하고 입증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네이버 사건에서 재판부가 확인매물 시스템 구축·유지에 약 10억원을 지출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처럼, 투자 규모와 내용이 데이터베이스제작자 지위 인정에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둘째, 이용약관이나 로봇 배제 표준(robots.txt) 등을 통해 크롤링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기술적 보호조치를 강구해야 합니다.

셋째, 무단 크롤링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여 권리를 보호해야 합니다.

나. 스타트업의 관점

스타트업이 타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크롤링하고자 하는 데이터가 단순 공개 정보인지, 플랫폼이 가공·편집한 정보인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단순 공개 정보(예: 업체명, 주소 등)의 수집은 상대적으로 법적 위험이 낮지만, 플랫폼이 상당한 투자를 통해 구축한 가공·편집 정보의 크롤링은 저작권 침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가능하다면 데이터 제공자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거나 API를 통한 합법적 데이터 이용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셋째, 크롤링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해당 플랫폼의 이용약관, 로봇 배제 표준 등을 준수하고, 과도한 서버 부하를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나가며

이번 네이버 부동산 DB 사건 판결은 플랫폼 기업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저작권 보호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법원은 원본 데이터의 생성 주체가 아니더라도 데이터 수집·검증·가공·편집에 상당한 투자를 한 경우 데이터베이스제작자로 인정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으로 대형 플랫폼과 스타트업 간 크롤링 관련 분쟁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최근 DB 재산권을 인정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어떤 데이터라도 노력을 들여 편집·가공했다면 권리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쟁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크롤링이 위법한 것은 아니며, 단순 공개 정보의 수집은 여전히 허용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크롤링 대상 데이터의 성격과 플랫폼의 투자 정도를 면밀히 검토하여 법적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합법적인 데이터 이용 방안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데이터 경제 시대에 데이터베이스의 보호와 활용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대법원에서 관련 판례가 더 축적되면서 보다 명확한 법적 기준이 정립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