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사용했으니 정품가격 전액을 배상하라!” 과연 이런 주장이 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까요?
최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의 판결(2025가단63334)은 불법 프로그램 사용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에 있어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의미를 명확히 했습니다. 8,000만 원을 청구했지만 900만 원만 인정된 이 사건을 통해,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의 실무적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당사자 관계
- 원고 A: D 프로그램(CAD/CAM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자
- 피고 주식회사 B: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
- 피고 C: 피고 회사의 직원
사건의 경과
피고 C은 2023년 1월 6일경 자신의 컴퓨터에 원고의 D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다운로드하여 약 5개월간(2023년 5월 31일까지) 사용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9. 27. 선고 2019나2130 판결). 이로 인해 피고들은 저작권법위반죄로 각각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라 8,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900만 원만을 인정했습니다.
사실관계 다이어그램
[원고 A - D 프로그램 저작권자]
↓ 저작권 침해
[피고 C - 직원] → 무단 다운로드 및 사용 (2023.1.6~5.31, 약 5개월)
↓ 소속
[피고 주식회사 B -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
↓
[형사처벌: 각 벌금 300만 원]
↓
[민사소송: 8,000만 원 청구 → 900만 원 인정]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른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입니다.
주요 쟁점사항
①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의 법적 근거
-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손해액으로 청구 가능(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②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의미
- 정품의 전체 가격인가?
- 실제 사용한 기능과 기간에 상응하는 사용료인가?
③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의 처리
- 저작권법 제126조: 법원의 재량에 의한 상당한 손해액 인정(저작권법 제126조)
3. 판시내용
(1) 저작권 침해 사실의 인정
법원은 피고 C이 원고의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다운로드하여 사용한 사실과 이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을 근거로, 피고들이 공동으로 원고에게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55593 판결).
(2)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해석
법원은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다50552 판결)를 인용하며, **”권리의 행사로 통상 얻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이라 함은 침해자가 프로그램 저작물의 사용 허락을 받았더라면 사용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말한다”**고 판시했습니다(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이는 단순히 정품의 판매가격이 아니라, 실제 사용 허락을 받았을 경우 지급했을 합리적인 사용료를 의미합니다.
(3) 원고 주장의 배척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용료가 8,000만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생성번들(CAD)과 수정번들(CAM) 등 2개 이상의 번들을 사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추측에 불과하고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4)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른 손해액 산정
법원은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기로 하고, 다음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저작권법 제126조):
① 프로그램의 구성과 가격체계
- D 프로그램은 200여 개의 번들로 구성
- 사용료는 개별 번들 또는 패키지별로 책정
- 일정 기간 구독 방식도 존재
② 실제 사용 범위의 불명확성
- 원고는 생성번들과 수정번들 사용을 주장했으나 입증 부족
- 피고들은 뷰어 기능만 사용했다고 주장
- 실제 사용 범위를 명확히 입증할 증거 없음
③ 사용 기간의 제한
- 피고 C의 사용 기간은 최장 5개월에 불과
- 최신 버전(E버전)의 1년 구독료는 9,654,313원
- 5개월은 1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함
④ 불법 프로그램의 품질 제한
- 불법 설치 프로그램은 업데이트 미제공
- 정품의 품질과 기능에 상당한 혜택을 누리지 못함
⑤ 기타 사정
- 원고의 기술적 보호조치 미흡
- 기타 제반 사정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900만 원으로 산정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5. 10. 선고 2004가합67627 판결).
(5) 지연손해금
법원은 저작권 침해 개시일인 2023년 1월 6일부터 판결선고일인 2025년 8월 14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인정했습니다.

4. 핵심 포인트: 꼭 알아야 할 내용
①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의 3가지 방법
저작권법은 손해배상액 산정을 위해 3가지 방법을 제공합니다:
가. 제125조 제1항: 침해자의 이익액 추정
-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얻은 이익을 저작권자의 손해로 추정(저작권법 제125조 제1항)
나. 제125조 제2항: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
- 권리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청구(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 본 사건에서 적용된 방법
다. 제126조: 법원의 재량적 손해액 인정
-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 인정(저작권법 제126조)
- 본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적용된 방법
②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실무적 의미
이 판결은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정품의 판매가격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법원은 다음 요소들을 고려합니다:
- 실제 사용한 기능의 범위
- 사용 기간
- 정상적인 라이선스 계약 시 적용될 가격
- 불법 사용으로 인한 품질 제한
- 저작권자의 보호조치 정도
③ 입증책임의 중요성
원고(저작권자)는 손해액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합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55593 판결). 본 사건에서 원고는:
- 8,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주장했으나
- 구체적인 사용 범위와 그에 상응하는 사용료를 입증하지 못해
- 결과적으로 900만 원만 인정받았습니다
④ 형사처벌과 민사배상의 관계
피고들이 형사상 벌금 300만 원씩을 납부했다고 해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처벌과 민사배상은 별개의 법률관계입니다.
⑤ 사용자책임
피고 회사는 직원인 피고 C의 불법행위에 대해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합니다(대법원 1972. 8. 31. 선고 72다1054 판결). 이는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에 기초한 것입니다.
⑥ 실무상 시사점
저작권자 입장에서:
-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 확보가 중요
- 침해자의 실제 사용 범위를 특정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 필요
- 라이선스 가격 체계를 명확히 문서화
침해자 입장에서:
- 불법 프로그램 사용은 형사처벌과 민사배상의 이중 부담
- 실제 사용 범위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배상액 감경 가능
-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품 사용이 최선
저작권 침해, ‘합리적 배상’이 답입니다
이 판결은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이 무조건 정품가격 전액이 아니라, 실제 사용에 상응하는 합리적 금액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제126조).
저작권자는 구체적인 손해를 입증해야 하고, 법원은 실제 사용 범위와 기간, 정상 거래 시 적용될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8,000만 원을 청구했지만 900만 원만 인정된 이 사건은,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에서 ‘입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불법 프로그램 사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는 실질적 손해의 원칙이 관철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법원이 지향하는 공정한 저작권 보호의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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