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매달 새로운 신곡을 즐길 수 있는 것,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면에는 촘촘한 저작권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그 시스템을 우회하는 장치를 만들어 노래방 업주들에게 판매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노래방 기계 해킹 사건
대법원은 2024년 12월, 노래반주기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한 행위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을 인정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공소사실의 특정, 양벌규정의 ‘사용인’ 개념 등 저작권 형사실무에서 중요한 쟁점들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피고인 A(개명 전 성명: D)는 피고인 B 주식회사의 임직원 또는 사용인으로, 노래반주기 제작업체가 신곡 파일에 적용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장치(이른바 ‘사제키트’ 등)를 제조·판매하거나 이를 이용하여 노래방 업주들이 정당한 인증 절차 없이 신곡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노래반주기 제작업체는 매월 신곡 파일을 공급하면서, 고유번호가 부여된 데이터롬(Data ROM) 칩 또는 스마트 토큰 방식의 인증수단을 통해서만 신곡 파일이 구동되도록 하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피고인들은 이러한 인증 절차를 우회하는 장치를 제공함으로써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에 접근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1심 및 원심(수원지방법원 2024. 7. 19. 선고 2023노1297 판결)은 원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고, 피고인들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상고이유로 주장한 쟁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가. 자유심증주의 위반 여부
원심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사실인정을 하였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증거의 증명력을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하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서는 안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
나. 공소장변경 및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
원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이 추가되는 공소장변경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공소사실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충분히 특정되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것입니다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도10086 판결).
다.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1항의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행위’ 해당 여부
피고인들의 행위가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1항에서 금지하는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1항은 정당한 권한 없이 고의 또는 과실로 저작물 등에 대한 접근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거나 억제하기 위하여 권리자가 적용하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제거·변경하거나 우회하는 등의 방법으로 무력화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1항).
라. 저작권법 제141조의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 해당 여부
피고인 B 주식회사에 대한 양벌규정 적용과 관련하여, 피고인 A가 저작권법 제141조의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저작권법 제14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 장의 죄를 저지른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조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41조).
3. 판시 내용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본 결과, 원심의 판단에 다음과 같은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가. 자유심증주의 위반 없음
원심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사실인정을 하였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실의 인정과 증거의 취사선택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
나. 공소장변경 및 공소사실 특정 적법
원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이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공소사실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특정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법원은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여 특정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검사가 이를 특정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도10086 판결).
다.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행위 인정
피고인들의 행위가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1항에서 금지하는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습니다. 노래반주기 제작업체가 적용한 인증 수단은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이 이를 우회하는 장치를 제공한 행위는 무력화에 해당합니다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1항, 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3호의3).
라. 양벌규정상 ‘사용인’ 해당 인정
피고인 A가 피고인 B 주식회사의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고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 B 주식회사에 대한 양벌규정 적용도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41조).

4. 핵심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
① 기술적 보호조치의 ‘접근통제형’과 ‘이용통제형’ 구별
저작권법 제2조 제28호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접근통제형(저작물 등에 대한 접근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거나 억제하기 위한 것, 가목)과 이용통제형(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는 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거나 억제하기 위한 것, 나목)으로 구분합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노래반주기의 인증 수단은 접근통제형 기술적 보호조치에 해당하며, 이를 무력화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1항 위반으로 처벌됩니다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1항, 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3호의3).
② 양벌규정과 면책 요건
저작권법 제141조의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의 사용인이 업무와 관련하여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한 경우 법인도 처벌받습니다. 다만, 법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면책됩니다 (저작권법 제141조). 기업 입장에서는 임직원의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이 매우 중요합니다.
③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와 피고인의 방어권
원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이 추가되는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진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는 한 적법합니다. 실무상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해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변호인으로서는 공소장변경의 적법성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도10086 판결).
④ 저작권법 위반의 형사처벌 수위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할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3호의3). 법인에 대해서도 동일한 벌금형이 부과됩니다 (저작권법 제141조).

마치며
노래방 기계의 인증 칩 하나를 우회하는 행위가 저작권법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 이제는 명확해졌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적 판단을 재확인하였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 보호의 최전선은 바로 이 ‘기술적 보호조치’이며, 이를 우회하는 순간 민사적 책임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저작권 관련 사건을 다루는 실무가라면, 기술적 보호조치의 유형 구별과 양벌규정의 면책 요건을 반드시 숙지해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