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변호사] 국내 방송 프로그램 무단 해외 송출 – 저작권 침해범, 집행유예

1999년 브라질에서 저지른 방송 프로그램 불법 복제 범죄. 공범은 2000년에 처벌받았지만, 해외에 있던 피고인은 25년간 형사처벌을 피해왔습니다. 그러다 2025년, 70대가 된 피고인이 스스로 한국으로 돌아와 처벌을 자청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고단1340 판결은 저작권 침해범죄에는 시효가 없다는 점자진귀국이라는 특수한 정상이 양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2025고단1340

방송 프로그램 무단 해외 송출-2025고단1340
방송 프로그램 무단 해외 송출-2025고단1340

1. 사실관계 요약

당사자 및 배경

피고인 A는 1998년 브라질로 이주하여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상파울로에서 ‘C’라는 명칭으로 현지 방송사 채널을 임대하여 브라질 내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영업을 하던 사람입니다.

범행의 경위

피고인은 1999년 1월부터 9월까지 D방송사(이하 ‘E’)와 정식 영상물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프로그램을 송출했습니다. 그러나 방송사의 경영난으로 매월 E에 지급해야 할 프로그램 대금이 미납되면서 공급계약이 중단되었습니다(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57조).

이에 피고인은 한국에 거주하는 형수 F와 공모하여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1. F의 역할: 1999년 12월 초순부터 2000년 8월 9일까지 용인시 자택에서 텔레비전과 비디오 녹화기를 이용해 E에서 방영하는 “I”, “J”, “K”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녹화
  2. 비디오테이프 제작: 총 532개의 비디오테이프 제작
  3. 국제 배송: 국제우편을 통해 브라질 상파울로의 피고인 사무실로 배송
  4. 불법 방송: 피고인이 임대한 텔레비전 채널을 통해 유료 방송 송출

범행의 규모

  • 비디오테이프: 총 532개
  • 정상 대가: 약 48,000달러 상당
  • F에게 지급한 대가: 약 600만 원
  • 피고인의 수익: 브라질 교민 대상 유료 방송 수익

사후 경과

  • 2000년경: 공범 F, 형사처벌 받음
  • 2000년~2025년: 피고인, 브라질 거주하며 형사처벌 회피
  • 2025년: 피고인 자진귀국하여 조사 받음
  • 2025년 6월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선고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저작권 침해 및 무신고 비디오물제작업 영위의 성립 여부

저작권법 위반: 피고인과 F이 E의 방송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복제하고 방송한 행위가 구 저작권법(2000. 1. 12. 법률 제61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8조 제1호에 해당하는지 여부(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F이 관할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비디오테이프를 제작한 행위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96조 제1호, 제57조에 해당하는지 여부(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57조)

② 공모관계의 인정 여부

피고인과 F 사이에 범행에 대한 공모가 성립하는지, 특히 피고인이 먼저 범행을 제안한 점이 공모관계 인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③ 양형의 적정성

  • 25년이 지난 후 자진귀국한 점
  • 공범은 이미 2000년에 처벌받은 점
  •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
  • 실형 전력이 없는 점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징역 10월 및 벌금 200만 원, 집행유예 2년이 적정한지 여부

저작권법위반-2025고단1340
저작권법위반-2025고단1340

3. 판시내용

(1) 저작권 침해 및 무신고 비디오물제작업 영위의 인정

법원은 피고인과 F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무신고 비디오물제작업 영위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단했습니다.

저작권 침해의 성립

법원은 구 저작권법 제98조 제1호를 적용하여, “누구든지 저작재산권 그 밖의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공연·방송·전시 등의 방법으로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원칙을 확인했습니다(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F이 E의 방송 프로그램을 비디오 녹화기로 복제한 행위는 복제권 침해에 해당하고(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2다73493,73509 판결 손해배상(기)·손해배상(기)), 피고인이 이를 브라질에서 방송한 행위는 공중송신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무신고 비디오물제작업 영위의 성립

법원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96조 제1호, 제57조를 적용하여, “비디오제작업 또는 비디오물배급업을 하려는 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를 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57조).

F이 용인시 자택에서 텔레비전 수상기와 비디오 녹화기 등 녹화시설을 갖추고 532개의 비디오테이프를 제조한 행위는 비디오물제작업에 해당하며, 이에 대한 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법 위반이 성립합니다(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95조 제6호).

(2) 공모관계의 인정

법원은 피고인과 F 사이의 공모관계를 명확히 인정했습니다(형법 제30조).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형수인 F과 사이에 F이 국내에서 방영되는 E 방송 프로그램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브라질로 보내주면 피고인이 브라질에서 그 테이프를 이용하여 방송을 송출하고 그 이익을 나누어 가지기로 공모하였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법원은 양형 이유에서 “피고인은 한국에 거주하는 F에게 E의 방송프로그램을 녹화하여 브라질에 보내줄 것을 먼저 요청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범행의 주도적 역할을 했음을 의미합니다.

(3) 적용 법조

법원은 다음 법조를 적용했습니다:

  • 저작권 침해: 구 저작권법(2000. 1. 12. 법률 제61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8조 제1호, 형법 제30조 (징역형 선택)
  • 무신고 비디오물제작업 영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96조 제1호, 제57조, 형법 제30조
  •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3호, 제50조

(4) 양형의 판단

법원은 징역 10월 및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되, 집행유예 2년을 부과했습니다.

불리한 정상

법원은 다음 사항들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습니다:

주도적 역할: 피고인이 F에게 먼저 범행을 요청한 점

범행의 규모: 비디오테이프 532개, 정상 대가 48,000달러에 육박하는 대규모 침해

영리 목적: F에게 600만 원을 지급하고 브라질에서 유료 방송으로 수익을 취한 점

피해 회복 미흡: E와 합의하지 못한 점

장기간 도피: 공범 F이 2000년에 처벌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25년간 해외에 거주하며 형사처벌을 면해 온 점

유리한 정상

반면, 다음 사항들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습니다:

자진귀국: 뒤늦게나마 형사처벌을 받기 위해 스스로 귀국하여 조사받은 점

전과 없음: 실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법원은 “피고인의 나이, 성행,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5) 집행유예의 의미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자진귀국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크게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25년이 지난 후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스스로 처벌을 자청한 점은, 비록 범행이 중대하더라도 교정의 가능성과 재범의 위험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이어진 것입니다(형법 제62조 제1항).

국내 방송 프로그램 무단 해외 송출 저작권 침해
국내 방송 프로그램 무단 해외 송출 저작권 침해

4. 핵심 포인트: 꼭 알아야 할 내용

① 저작권 침해범죄의 공소시효

이 사건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저작권 침해범죄의 공소시효입니다.

구 저작권법(2000. 1. 12. 법률 제61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8조 제1호의 저작권 침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범죄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5호에 따르면, 장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범행은 1999년~2000년에 이루어졌고, 판결은 2025년에 선고되었습니다.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기소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소시효 정지 사유

형사소송법 제253조는 공소시효의 정지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2항은 “범인이 국외에 있는 경우에는 공소시효는 진행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2000년 이후 계속 브라질에 거주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진행하지 않았고, 따라서 2025년에도 기소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는 해외 도피가 공소시효 완성을 막는다는 중요한 원칙을 보여줍니다.

② 저작권 침해의 성립 요건

이 사건은 저작권 침해의 전형적인 유형을 보여줍니다:

복제권 침해

  • F이 E의 방송 프로그램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한 행위
  • 저작권법상 복제란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의미(저작권법 제2조 제22호)
  • 방송 프로그램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하는 것은 명백한 복제에 해당

공중송신권 침해

  • 피고인이 복제된 비디오테이프를 브라질에서 방송한 행위
  • 저작권법상 공중송신이란 “저작물, 실연·음반·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의미(저작권법 제2조 제7호)

영리 목적의 가중

  • 피고인이 유료 방송으로 수익을 창출한 점은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③ 공모의 성립과 주도적 역할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F은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았습니다(형법 제30조).

공모의 성립

  • 공모란 2인 이상이 공동의 범죄를 실행하기 위한 의사의 결합을 의미
  • 명시적 합의뿐만 아니라 묵시적 합의도 포함
  • 이 사건에서는 “이익을 나누어 가지기로” 한 명시적 합의가 있었음

주도적 역할의 의미

  • 법원은 피고인이 “먼저 요청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
  • 공동정범 중에서도 범행을 주도한 자는 더 무거운 책임을 부담
  • 다만, 이 사건에서는 F도 이미 2000년에 처벌받았으므로, 피고인만 가중처벌된 것은 아님

④ 비디오물제작업 신고 의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비디오물제작업을 영위하려는 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57조).

비디오물제작업의 의미

  • 비디오물을 제작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것
  • 이 사건에서 F은 532개의 비디오테이프를 제작했으므로, 단순한 개인적 복제가 아닌 업(業)으로 인정

신고 의무 위반의 처벌

  • 신고하지 않고 비디오물제작업을 영위한 자는 처벌 대상(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96조 제1호)
  • 이는 비디오물의 유통을 관리하고 불법 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

⑤ 자진귀국과 양형

이 사건의 가장 특이한 점은 피고인이 25년 만에 자진귀국하여 처벌을 자청했다는 것입니다.

자진귀국의 양형상 의미

  • 법원은 이를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하여 집행유예를 선고
  • 자수(自首)는 형법 제52조에 따라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는 사유
  • 이 사건에서는 엄밀한 의미의 자수는 아니지만, 자진귀국은 이에 준하는 정상으로 평가

집행유예의 요건

  • 형법 제62조 제1항: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 피고인의 나이(70대), 전과 없음, 자진귀국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됨

교훈

  • 해외 도피는 공소시효를 정지시킬 뿐, 범죄를 면하게 하지 않음
  • 오히려 장기간 도피는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
  • 자진귀국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고려되지만, 범죄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님

⑥ 저작권 침해의 죄수 관계

이 사건에서는 532개의 비디오테이프가 제작되었는데, 이것이 하나의 범죄인지 532개의 범죄인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포괄일죄와 실체적 경합범의 구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저작재산권 침해행위는 저작권자가 같더라도 저작물별로 침해되는 법익이 다르므로, 각각의 저작물에 대한 침해행위는 원칙적으로 각 별개의 죄를 구성한다. 다만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동일한 저작물에 대한 침해행위가 일정기간 반복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포괄하여 하나의 범죄가 성립한다”고 합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2131 판결 저작권법위반방조·저작권법위반(인정된죄명:저작권법위반방조)).

이 사건에서는 “I”, “J”, “K”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복제했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각 프로그램별로 별개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포괄일죄로 처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일정 기간(1999년 12월~2000년 8월) 반복적으로 행해진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⑦ 실무상 시사점

저작권자 입장에서

  • 해외에서의 저작권 침해도 국내법으로 처벌 가능
  • 다만, 범인이 해외에 있으면 실제 처벌이 어려울 수 있음
  • 국제 공조를 통한 범죄인 인도 등을 고려해야 함

침해자 입장에서

  • 해외 도피는 공소시효를 정지시킬 뿐, 범죄를 면하게 하지 않음
  • 장기간 도피 후 적발되면 양형에서 매우 불리
  • 자진 신고 및 피해 회복 노력이 중요

비디오물 제작자 입장에서

  • 비디오물제작업을 영위하려면 반드시 신고 필요(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57조)
  •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할 경우 반드시 저작권자의 허락 필요
  • 영리 목적의 무단 복제는 가중처벌 대상

양심의 무게, 법의 무게

2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법은 잊지 않았습니다. 공소시효가 정지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형사소송법 제253조 제2항). 그리고 피고인도 잊지 못했습니다. 70대가 되어서야 스스로 돌아와 처벌을 자청한 것은, 양심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보여줍니다.

이 판결은 저작권 침해범죄에는 시효가 없다는 점, 해외 도피가 해결책이 아니다는 점, 그리고 자진 신고가 양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96조 제1호, 제57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결코 가볍지 않은 형량이지만, 자진귀국이라는 특수한 사정이 없었다면 실형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법은 엄정하지만, 뉘우침에는 관대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형사사법 체계가 지향하는 정의와 자비의 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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