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처방은 원료 배합한도 문제로 제품화가 불가능합니다. ERP에도 등록되지 않은 제 개인 실험 자료에 불과합니다. 이게 어떻게 영업비밀인가요?” – 화장품 처방(레시피) 자료 유출 사건
직관적으로는 설득력 있어 보이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제품화 불가능 처방이라도, 원료 배합을 변경하면 추후 다른 제품 생산에 이용될 수 있고 그 취득·개발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투입되었다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또한 개인 클라우드 계정에 자동 동기화하여 업로드한 행위만으로도 영업비밀 ‘취득’이 성립한다는 점도 확인하였습니다. 선케어 화장품 시장 점유율 50%를 상회하는 회사의 처방 자료 유출 사건을 통해 이 판결의 핵심 법리를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사실관계 요약
피해회사 D 주식회사는 1990. 5. 설립된 후 약 25년간 선케어 화장품 부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50%를 상회하는 회사입니다. 피고인 주식회사 C는 피해회사와 동종 업체입니다.
피고인 A는 피해회사 이사를 역임하고 피고인 회사로 이직한 뒤 색조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였고, 피고인 B는 피해회사 기초화장품 개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피고인 회사로 이직한 뒤 영업담당 임원으로 근무하였습니다.
피고인 A는 피해회사의 ERP에 등록된 선밀크 화장품 처방 자료를 문자메시지를 통해 B에게 전송하고, 원료 자료 리스트를 개인 클라우드(E) 계정의 자동 동기화 기능을 통하여 다운로드 받아 부정사용하는 등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하였습니다. 피고인 주식회사 C는 사용인인 A가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피해회사의 영업비밀 자료를 취득하고 부정사용하거나 부정사용하려다가 미수에 그쳤습니다.
원심(수원지방법원 2021. 8. 12. 선고 2019고단5986 판결)에 대하여 피고인들과 검사 쌍방이 항소하였고, 수원지방법원은 2023. 2. 10.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하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1노5607 판결).
쟁점 정리
첫째, ERP나 처방노트에 등록·기재되지 않은 개인 관리 단계의 실험 자료도 영업비밀에 해당하는가
피고인 A는 문제가 된 파일들이 피해회사의 ERP에 등록된 처방이 아닌 자신의 개인 실험 자료에 불과하므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회사의 공식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개인 관리 단계의 실험 자료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둘째, 제품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처방이나 개인 메모 수준의 자료도 영업비밀에 해당하는가
피고인 A는 37개 파일은 원료의 배합한도 또는 기피 성분이 문제되어 제품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16개 파일은 개인 메모 수준에 불과하거나 그 자체로 처방이 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른바 네거티브 인포메이션(negative information)이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도1241 판결).
셋째, 개인 클라우드 계정에 자동 동기화하여 업로드한 행위가 영업비밀 ‘취득’에 해당하는가
피고인 A가 피해회사의 관련 파일들을 개인 클라우드(E) 계정에 자동 동기화하여 업로드한 뒤 퇴직 시까지 위 계정을 유지하고 파일들을 보관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취득’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8조 제2항).
넷째, 피해회사 자료를 외부로 반출하고 반환하지 않은 행위가 업무상배임에 해당하는가
피고인 A가 피해회사 자료를 외부로 반출하고 반환하지 않은 행위가 형법 제356조·제355조 제2항의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도11876 판결).

판시 내용
가. ERP 미등록 개인 실험 자료의 영업비밀성 — 인정
법원은 피고인 A의 주장을 배척하고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ERP에 등록된 처방’이나 ‘처방노트에 기재된 처방’이 아닌 개인 관리 단계에 있던 실험 자료의 경우에도, 피고인 A가 피해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피해회사의 연구시설을 이용하며 피해회사의 영업비밀인 베이스 처방을 기초로 실험한 결과물이고,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한 처방이라고 할지라도 실험 데이터로 축적되어 추후 피해회사의 다른 제품 생산에 이용될 수 있어 영업비밀로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됩니다. 또한 그 자체로 처방이 될 수 없는 실험 자료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한 정보로서 피해회사의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수원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1노5607 판결).
이는 영업비밀로서 보호되는 정보가 시각적으로 관찰할 수 있거나 물품 등으로 구체화한 유형적 정보뿐만 아니라 기능이나 작용과 같은 무형적인 정보를 포괄하고, 그 자체 독립해서 보호되지 않는 개개 단위의 정보가 합하여 전체로서 하나의 유용한 정보를 구성하는 종합정보는 물론 단편적인 개개 단위의 정보 역시 독자성이 있고 경제성이 있으면 보호대상이 된다는 법리와 일치합니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나. 제품화 불가능한 처방의 영업비밀성 — 인정 (핵심 판시)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판시 부분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제품화가 불가능한 처방이라고 하더라도 ① 원료의 배합을 변경하면 추후 피해회사의 다른 제품 생산에 이용될 수 있는 점, ② 위 처방 또는 개인 메모도 피해회사의 영업비밀인 베이스 처방을 기초로 개발된 것인 점, ③ 위 처방 또는 개인 메모를 취득·개발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투입되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A가 주장하는 이유만으로 영업비밀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수원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1노5607 판결).
이는 연구개발 때의 실패 사례나 불사용 데이터 등의 이른바 네거티브 인포메이션도 유용한 기술상의 정보로 영업비밀에 포함된다는 법리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또한 타인의 영업비밀을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는 경우 등과 같이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경우도 영업비밀의 ‘사용’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와도 궤를 같이 합니다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도1241 판결,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34981 판결).
다. 클라우드 자동 동기화를 통한 영업비밀 ‘취득’ — 인정
법원은 피고인 A가 피해회사의 관련 파일들을 개인 클라우드(E) 계정에 자동 동기화하여 업로드한 뒤 퇴직 시까지 위 계정을 유지하고 위 계정에 업로드한 파일들을 보관한 행위는 피해회사의 영업비밀을 자신의 지배영역 내로 옮겨와 자신의 것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8조 제2항, 수원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1노5607 판결).
이는 영업비밀의 ‘취득’이 반드시 물리적인 반출이나 직접적인 복사에 한정되지 않고, 클라우드 자동 동기화와 같은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자신의 지배영역 내로 이전하는 행위도 포함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라. 자료 반출 후 미반환 행위의 업무상배임 — 인정
법원은 피고인 A가 피해회사 자료를 외부로 반출하고 반환하지 않은 행위는 업무상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수원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1노5607 판결).
이는 회사 임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면 그 반출 시에 업무상배임죄의 기수가 되고, 회사 임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퇴사 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와 일치합니다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도11876 판결).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제품화가 불가능한 처방, 실패한 실험 데이터, 개인 메모 수준의 자료도 영업비밀이 될 수 있습니다 — 네거티브 인포메이션의 보호.
이 판결에서 법원은 원료 배합한도 문제로 제품화가 불가능한 처방이라도 배합을 변경하면 다른 제품 생산에 이용될 수 있고, 그 취득·개발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투입되었다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도1241 판결). 연구개발 과정에서 생성된 모든 자료 — 성공한 처방뿐만 아니라 실패한 처방, 중간 실험 데이터, 개인 메모까지 — 가 영업비밀의 보호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② ERP 등록 여부나 공식 문서화 여부는 영업비밀성 판단의 결정적 기준이 아닙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ERP에 등록되지 않은 개인 관리 단계의 실험 자료도 피해회사의 급여와 연구시설을 이용하여 피해회사의 베이스 처방을 기초로 실험한 결과물이라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수원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1노5607 판결). 회사의 공식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영업비밀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③ 클라우드 자동 동기화를 통한 업로드만으로도 영업비밀 ‘취득’이 성립합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개인 클라우드 계정에 자동 동기화하여 업로드한 뒤 퇴직 시까지 계정을 유지하고 파일을 보관한 행위가 영업비밀 취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8조 제2항). 클라우드 서비스(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원드라이브 등)의 자동 동기화 기능을 통한 업로드도 영업비밀 취득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기업은 업무용 컴퓨터에서 개인 클라우드 계정으로의 자동 동기화를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④ 퇴직 시 영업비밀을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으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합니다 — 반출 행위가 적법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피해회사 자료를 외부로 반출하고 반환하지 않은 행위가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도11876 판결). 대법원은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한 경우에도 퇴사 시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퇴직 시 영업비밀 반환·폐기 확인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마치며 — “실패한 처방도, 개인 메모도, 클라우드에 올린 순간 영업비밀 침해입니다”
이 판결은 영업비밀의 보호 범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제품화가 불가능한 처방, ERP에 등록되지 않은 개인 실험 자료, 개인 메모 수준의 자료까지 모두 영업비밀의 보호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또한 클라우드 자동 동기화라는 현대적인 방법을 통한 업로드도 영업비밀 취득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① 연구개발 과정에서 생성된 모든 자료(성공·실패 처방, 중간 실험 데이터, 개인 메모 포함)에 대한 비밀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② 업무용 컴퓨터에서 개인 클라우드 계정으로의 자동 동기화를 기술적으로 차단하며, ③ 퇴직 시 영업비밀 반환·폐기 확인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고, ④ 이직 예정 직원에 대한 접근 권한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실패한 처방도 영업비밀입니다. 개인 메모도 영업비밀입니다. 클라우드에 올린 순간 영업비밀 취득이 성립합니다. 퇴직 시 반환하지 않으면 업무상배임입니다. 영업비밀의 보호 범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1노5607 판결,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도1241 판결,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34981 판결,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도11876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제3호 가목, 제18조 제2항, 형법 제356조·제355조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