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통보 후 회사 파일 다운로드-영업비밀 ‘취득’-변호사

“해고 통보를 받은 당일 저녁, 집에서 개인 노트북으로 회사 공용 서버에 접속하여 파일을 다운로드했습니다. 재직 중에 업무상 접근하던 파일이었고, 폴더를 통째로 받은 것이라 나머지 파일은 의도치 않게 받은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영업비밀 ‘취득’에 해당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재직 중에 알던 파일은 이미 취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해고 통보를 받은 순간 접근권한이 소멸하고, 그 이후의 다운로드는 부정한 수단에 의한 영업비밀 ‘취득’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퇴직 예정자의 파일 반출 문제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쟁점을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해고 통보 영업비밀 변호사_2022고단2506
해고 통보 영업비밀 변호사_2022고단2506

사실관계 요약

피해자 회사는 빅데이터 수집·가공·분석을 바탕으로 AI 서비스 개발을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는 회사입니다. 피고인 A는 2020. 1. 2.부터 2020. 2. 28.까지 피해자 회사 사업관리팀에서 빅데이터 분석 및 소프트웨어 개발 기획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근무 당시 시용기간 중인 시용근로자에 불과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20. 2. 27. 피해자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 및 업무 배제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그날 퇴근 후 자신의 주거지에서 개인 노트북을 이용하여 피해자 회사가 사용하는 공용 서버(G)에 피고인의 계정으로 접속한 후, 피해자 회사에서 공동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공유하고 있는 맞춤형화장품 기반기술에 사용될 자료, 홈페이지 제작 관련 자료, 홈페이지 구축과 관련된 제안서 등 총 3건의 영업비밀(5건의 자료)을 다운로드하였습니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① 4번 파일은 재직 중 업무상 취득하고 숙지하였던 자료이므로 영업비밀 ‘취득’에 해당하지 않고, ② 나머지 1·2·3·5번 파일은 4번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폴더째 다운로드된 것이므로 취득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제주지방법원은 2023. 11. 2. 피고인에게 징역 6월(1년간 집행유예), 4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하였습니다 (제주지방법원 2023. 11. 2. 선고 2022고단2506 판결).

쟁점 정리

첫째, 재직 당시 접근권한이 있었던 파일을 해고 통보 후 개인 노트북으로 다운로드한 것이 영업비밀의 ‘취득’에 해당하는가

영업비밀의 ‘취득’이란 사회통념상 영업비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경우를 말합니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679 판결). 기업의 직원으로서 영업비밀을 인지하여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당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러한 사람이 당해 영업비밀을 단순히 기업의 외부로 무단 반출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영업비밀의 ‘취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 법리입니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679 판결). 그렇다면 해고 통보를 받은 후의 다운로드 행위도 이 법리의 적용을 받는지, 아니면 해고 통보로 접근권한이 소멸하여 별도의 ‘취득’이 성립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

둘째, 폴더를 통째로 다운로드한 경우 폴더 내 파일 전부에 대하여 영업비밀 취득의 고의가 인정되는가

피고인은 업무상 관여한 것은 4번 파일에 불과하고 나머지 파일은 폴더를 통째로 다운로드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받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폴더 전체를 다운로드한 행위에 대하여 나머지 파일에 대한 영업비밀 취득의 고의(미필적 고의 포함)가 인정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

영업비밀 취득 누설_2022고단2506
영업비밀 취득 누설_2022고단2506

판시 내용

가. 영업비밀 ‘취득’의 법리 확인

법원은 먼저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확인하였습니다. 기업의 직원으로서 영업비밀을 인지하여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당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러한 사람이 당해 영업비밀을 단순히 기업의 외부로 무단 반출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부정경쟁방지법 소정의 영업비밀의 취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679 판결).

나. 해고 통보로 접근권한 소멸 — 영업비밀 ‘취득’ 인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영업비밀 ‘취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피고인이 재직 중 4번 파일을 인지하고 숙지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피해자 회사로부터 해고예고통지를 받음으로써 위 파일에 대한 정당한 접근권한을 상실하였다고 볼 것이고, 근무 당시 피고인은 시용기간 중이어서 본채용 전 시용근로자에 불과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

② 피고인이 재직 당시 위 파일에 접근권한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재직 중 파일을 인지하고 숙지하는 것과 파일을 자신의 지배영역 내로 옮겨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679 판결).

③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를 두고 위 파일을 인지하여 이를 사용하면서 이미 취득하고 있었던 것을 단순히 퇴직하면서 가지고 나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피고인은 해고 통보를 받은 당일 퇴근 후 자신의 주거지에서 개인용 노트북으로 공용 서버에 접속하여 파일을 다운로드하였는바, 이는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초과하여 파일들에 접근한 뒤 자신의 개인용 노트북으로 다운로드받음으로써 영업비밀을 자신의 지배영역 내로 옮겨와 자신의 것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8조 제2항).

이로써 피고인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 소정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여기서 ‘부정한 수단’이란 절취·기망·협박 등 형법상의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의무의 위반 또는 그 위반의 유인 등 건전한 거래질서의 유지 내지 공정한 경쟁의 이념에 비추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나 수단을 말합니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다. 폴더 전체 다운로드 — 미필적 고의 인정

법원은 피고인이 업무상 관여한 것은 4번 파일에 불과함에도 해당 파일을 개별적으로 다운로드받은 것이 아니라 폴더 자체를 다운로드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폴더 자체를 다운로드할 당시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이나마 부정한 방법으로 폴더에 있는 파일 전부에 대하여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 (조균석, 『형법주해 Ⅹ – 각칙(7)』, 박영사(2023년), 535-536면)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해고 통보를 받은 순간 회사 파일에 대한 접근권한은 소멸합니다.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해고 통보를 받은 순간 기존의 접근권한이 소멸한다는 점입니다. 재직 중에 업무상 접근하던 파일이라도 해고 통보 이후에는 정당한 접근권한이 없는 상태가 되므로, 그 이후의 다운로드 행위는 ‘단순한 무단 반출’이 아니라 부정한 수단에 의한 영업비밀 ‘취득’에 해당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18조 제2항). 기업 입장에서는 해고 통보와 동시에 계정 접근권한을 즉시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679 판결). (이윤원, 『영업비밀보호법』, 박영사(2012년), 37-38면)

② ‘재직 중에 알던 파일’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상태’는 다릅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기업의 직원으로서 영업비밀을 인지하여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당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러한 사람이 단순히 기업의 외부로 무단 반출한 행위는 영업비밀의 ‘취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679 판결).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해고 통보로 접근권한이 소멸한 이후의 다운로드는 이 법리의 적용 범위 밖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재직 중 파일을 인지·숙지하는 것과 파일을 자신의 지배영역 내로 옮겨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 (조균석, 『형법주해 Ⅹ – 각칙(7)』, 박영사(2023년), 535-536면)

③ 폴더를 통째로 다운로드하면 폴더 내 파일 전부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됩니다.

이 판결은 특정 파일만 다운로드하려 했다는 주장이 폴더 전체를 다운로드한 경우에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폴더 자체를 다운로드하는 행위는 폴더 내 파일 전부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의도치 않은 다운로드’를 주장하려면 개별 파일을 선택적으로 다운로드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

④ 영업비밀을 실제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취득 행위 자체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영업비밀을 부정취득한 자는 취득한 영업비밀을 실제 사용하였는지에 관계없이 부정취득행위 그 자체만으로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를 손상시킴으로써 영업비밀 보유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4다27425 판결). 따라서 다운로드한 파일을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형사처벌 및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8조 제2항). (조균석, 『형법주해 Ⅹ – 각칙(7)』, 박영사(2023년), 535-536면)

기업 영업비밀 김정민 변호사
기업 영업비밀 김정민 변호사

마치며 — “해고 통보를 받은 순간, 회사 파일은 더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이 판결은 퇴직 예정자 또는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의 파일 반출 문제에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재직 중에 업무상 접근하던 파일이라도 해고 통보를 받은 이후에는 접근권한이 소멸하고, 그 이후의 다운로드 행위는 부정한 수단에 의한 영업비밀 ‘취득’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고 통보와 동시에 계정 접근권한을 즉시 차단하고, 퇴직자로부터 비밀유지서약서를 징구하며, 파일 접근 및 다운로드 로그를 관리하는 등 실질적인 비밀관리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직원 입장에서는 해고 통보를 받은 이후에는 어떠한 이유로도 회사 파일에 접근하거나 다운로드하여서는 안 됩니다.

“해고 통보를 받은 날 저녁, 집에서 회사 서버에 접속하여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행위 — 그것이 재직 중에 알던 파일이라도, 그 순간 당신은 영업비밀을 ‘취득’한 것입니다.”

(제주지방법원 2023. 11. 2. 선고 2022고단2506 판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제3호 가목·제18조 제2항,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679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4다2742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