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 안에서 문제지를 실시간으로 공범에게 전송했습니다.” 중국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던 피고인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응시하면서 장비를 이용해 시험 문제와 자신의 답을 실시간으로 유출하였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반복하였습니다. 한국어능력시험 문제지 유출 분쟁
세 번째 범행에서 제보로 적발되었고, 처음에는 혼자 저질렀다고 발뺌하다가 증거가 제시되자 비로소 자백하였습니다. 1심은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였고, 항소심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공인 한국어시험의 문제를 유출한 행위가 어떤 법적 책임을 지는지,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피고인 A는 중국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피고인은 영리를 목적으로 성명불상의 공범과 공모하여, 대한민국에 입·출국하면서 계획적으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응시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시험장 내에서 장비를 이용하여 문제지와 자신의 답을 실시간으로 공범에게 전송하는 방식으로 시험 문제를 유출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이러한 방식으로 세 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세 번째 범행에서 제보에 의해 적발되었고, 처음에는 비공개 문제를 저장하기 위해 혼자서 범행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실시간으로 공범에게 전송된 문제지 및 홍보 자료를 제시하자 비로소 자백에 이르렀습니다.
원심(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 2025. 10. 24. 선고 2025고단275 판결)은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 벌금 500만 원, 몰수, 소송비용 부담을 선고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 여부
피고인이 시험장에서 장비를 이용하여 문제지를 실시간으로 유출한 행위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는지가 첫 번째 쟁점입니다. 한국어능력시험은 국가기관이 주관하는 공인 시험으로, 시험 감독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위계로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나. 저작권법 위반의 성립 여부
시험 문제지는 저작물로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피고인이 시험 문제지를 실시간으로 공범에게 전송한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저작재산권 침해에 해당하는지가 두 번째 쟁점입니다.
다. 양형의 적정성 — 징역 1년 6개월이 과중한지 여부
이 사건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중한지 여부입니다.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대한민국에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판시 내용
가. 항소심의 양형 판단 기준 — 1심 존중 원칙
항소심 법원은 먼저 양형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 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불리한 정상 — 실형 유지의 근거
법원이 원심의 양형을 유지한 근거가 된 불리한 정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은 중국에서 한국어 강사를 하는 자로 영리를 목적으로 성명불상자와 공모하여 대한민국에 입·출국하면서 계획적으로 시험에 응시하고 장비를 이용해 문제지와 자신의 답을 실시간으로 유출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우발적 범행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조직적 범행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하였습니다.
둘째, 제보에 의해 세 번째 범행에서 적발된 후 비공개 문제를 저장하기 위해 혼자서 범행하였다고 주장하다가 실시간으로 공범에게 전송된 문제지 및 홍보 자료를 제시하자 비로소 자백에 이르렀습니다. 범행 후 태도가 불성실하였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셋째, 각 범행의 내용과 동기 및 전후 경위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나쁩니다.
넷째, 시험 문제 유출로 피해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였을 뿐 아니라, 외국인 유학, 체류, 취업 등에 활용되고 전 세계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한국어능력시험의 공정성과 공신력 유지를 위태롭게 한 점에서 엄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다. 유리한 정상 — 실형 감경에 충분하지 않다
법원은 ①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② 대한민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③ 가족과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④ 항소심에서 벌금을 납부한 점 등의 유리한 정상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유리한 정상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양형 판단은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항소심에서의 사정 변경도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4. 핵심 포인트
가. 공인 시험 문제 유출은 두 가지 죄를 동시에 구성한다
이 판결은 공인 시험 문제 유출 행위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저작권법 위반죄를 동시에 구성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시험 감독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위계로 방해하는 동시에, 시험 문제지라는 저작물을 영리 목적으로 무단 복제·전송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두 죄는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형이 가중됩니다.
나. 계획적·조직적 범행은 양형에 결정적으로 불리하다
이 판결에서 법원이 실형을 유지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행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피고인은 공범과 공모하여 대한민국에 입·출국하면서 세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우발적 범행과 달리 계획적·반복적 범행은 초범이더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다. 한국어능력시험의 공정성 훼손 — 사회적 법익 침해가 양형 가중 요소
이 판결은 전 세계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공인 시험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훼손하는 행위가 개인적 법익 침해를 넘어 사회적 법익 침해로서 양형 가중 요소가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한국어능력시험은 외국인의 유학, 체류, 취업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시험으로, 그 공정성 훼손의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라. 항소심에서 벌금 납부도 양형 변경에 충분하지 않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벌금을 납부하였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원심의 양형을 변경할 사정 변경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항소심에서 새로운 유리한 정상이 추가되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면 항소심은 이를 존중합니다.
마. 이 사건 범행의 법적 구조 요약
| 행위 유형 | 적용 법률 | 보호 법익 |
|---|---|---|
| 장비를 이용한 시험 문제 실시간 유출 | 위계공무집행방해죄 | 시험 감독 공무원의 직무 집행 |
| 시험 문제지 실시간 전송 |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 시험 출제 기관의 저작재산권 |
| 반복·계획적 범행 | 경합범 가중 | 한국어능력시험의 공정성·공신력 |
마치며 — 시험장 안의 장비 하나가 징역 1년 6개월로 돌아왔습니다
이 판결은 공인 시험 문제 유출이 단순한 부정행위가 아니라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두 가지 형사범죄를 동시에 구성하는 중대한 범죄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특히 영리를 목적으로 공범과 조직적으로 계획한 범행이라면, 초범이고 반성하더라도 실형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공인 시험의 공정성은 수많은 응시자들의 노력과 신뢰 위에 성립합니다. 그 공정성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행위에 대해 법원이 엄중한 잣대를 적용한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