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 가격 1억 2천만 원, 하지만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은?”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는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특히 고가의 전문 프로그램의 경우 피해 기업이 청구하는 손해배상액과 법원이 실제 인정하는 금액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곤 합니다. 오늘은 CAD 프로그램 불법 복제 사건을 통해 저작권 침해 시 손해배상액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사건의 개요
A회사는 어셈블리 모델링과 디지털 시뮬레이션 기능을 제공하는 D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자입니다. 피고 주식회사 B는 금형제작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C은 그 대표이사입니다.
침해 행위
피고 C은 2020년 1월 10일부터 2022년 8월 9일까지 약 1년 6개월간 피고 회사 사무실에서 이 사건 프로그램을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 2대에 무단으로 설치하여 사용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1. 23 선고 2014가단5313112 판결).
형사처벌
피고들은 2023년 8월 24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저작권법 위반죄로 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
원고 A회사는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정품 가격이 대당 6천만 원이므로, 2대 분인 1억 2천만 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그 중 명시적 일부청구로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쟁점 1: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의 적용 가능성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은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손해액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이는 침해자가 프로그램 사용 허락을 받았더라면 지급했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의미합니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104137 판결).
원고는 정품 가격인 6천만 원에 침해 대수인 2대를 곱한 1억 2천만 원이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쟁점 2: 손해액 산정의 어려움
그러나 이 사건 프로그램은 여러 개의 독립적인 모듈로 구성되어 있고, 실제로는 수요자의 필요에 따라 필요한 모듈만 선택적으로 구매하는 구조였습니다. 피고들이 실제로 어떤 모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3. 판시 내용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법원은 피고 C이 원고의 저작물인 이 사건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복제 및 사용하여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업무집행으로 인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 C은 민법 제750조에 따라, 피고 회사는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따라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12. 03 선고 2014가합5302 판결).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적용 불가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이 사건 프로그램은 독립적인 단위 프로그램인 여러 개의 개별 모듈로 구성되어 있고, 실제로 원고는 수요자의 요구에 맞추어 필요한 모듈만을 라이선스 부여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들이 적법하게 구매했다면 전체가 아닌 필요한 개별 모듈만 선택적으로 구매했을 것입니다.
둘째, 피고들은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시킨 불법 복제물을 설치하여 프로그램 전체를 설치할 수 있었을 뿐, 실제로 모든 모듈을 업무에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원고도 피고들이 설치·사용한 모듈의 종류나 범위를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셋째, 원고는 피고들이 ‘G’ 모듈을 사용했을 것을 전제로 손해액을 주장했으나, 피고 C이 설치·사용한 범위나 버전이 ‘G’에 준하는 것이라고 인정할 구체적 근거가 없습니다.
저작권법 제126조에 의한 손해액 산정
법원은 손해 발생 사실은 인정되나 저작권법 제125조의 규정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저작권법 제126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5. 10. 선고 2004가합67627 판결).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 이 사건 프로그램은 모듈별로 가격이 책정되어 판매되므로 피고들이 적법하게 구매했다면 필요한 모듈만 선택적으로 구매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들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기간이 약 1년 6개월로 비교적 장기간이지만, 실제 업무에 이용했다고 볼 충분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점
- 라이선스를 구매할 경우 프로그램의 유지·보수와 관련한 부가적인 서비스가 수반되는데 피고들은 그러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 점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원고의 손해액을 2천만 원으로 인정했습니다.
지연손해금
법원은 최초 불법행위일인 2020년 1월 10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5년 6월 13일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인정했습니다.

4. 핵심 포인트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액 산정의 원칙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다음 세 가지 방법으로 산정할 수 있습니다.
① 실손해액 입증 (저작권법 제125조 제1항):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얻은 이익을 저작재산권자가 받은 손해액으로 추정합니다.
②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손해액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104137 판결).
③ 법원의 재량적 손해액 인정 (저작권법 제126조): 손해 발생은 인정되나 위 방법으로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5. 10. 선고 2004가합67627 판결).
실무상 유의사항
1. 구체적 사용 내역의 중요성 단순히 정품 가격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침해자가 실제로 어떤 기능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2. 모듈형 프로그램의 특수성 이 사건처럼 여러 모듈로 구성된 프로그램의 경우, 전체 정품 가격이 아닌 실제 사용된 모듈의 가격을 기준으로 손해액이 산정될 수 있습니다.
3. 법원의 재량적 판단 손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는데, 이때 청구액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12. 03 선고 2014가합5302 판결).
4. 예방의 중요성 기업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관리를 철저히 하여 불법 복제로 인한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권리자의 입증 부담 저작권자는 단순히 침해 사실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하기 위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서울고등법원 1995. 12. 5. 선고 94나9186 판결).
마치며
“정품 가격이 곧 손해배상액은 아닙니다”
이 사건은 저작권 침해가 명백하더라도 손해배상액 산정에는 여러 요소가 고려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원고가 청구한 1억 원 중 2천만 원만 인정된 것은, 실제 사용 범위와 정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는 단순히 정품 가격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보다는, 침해자의 실제 사용 내역, 사용 기간, 사용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관리를 철저히 하여 이러한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저작권 침해는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까지 발생시키므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적절히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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