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매장 배경음악, 저작권료 내야 할까-2023다280037


편의점, 카페, 마트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매장 배경음악) 우리는 매일 그 음악을 듣지만, 그 음악이 저작권법상 어떤 지위를 갖는지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단순히 “시중에 파는 음원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이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습니다. 2025년 2월, 대법원은 매장 배경음악 서비스에 사용된 음원파일이 저작권법상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저작권자의 공연권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법리를 선언하였습니다.

편의점 매장 배경음악 판례
편의점 매장 배경음악 판례

1. 사실관계 요약

원고(사단법인 A)는 저작권법에 따른 음악저작권신탁관리업자이고, 피고(주식회사 B)는 프랜차이즈 편의점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직영 및 가맹점 형태로 ‘C’와 ‘D’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고는 2011년 3월 무렵 매장음악서비스 제공업체인 E에게, 원고가 신탁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을 웹캐스팅 방식(온라인상 실시간으로 공중이 동시에 수신하게 할 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매장음악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때 원고가 E에게 허락한 것은 공중송신(웹캐스팅)에 관한 이용허락이었을 뿐, 공연권에 대한 이용허락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E는 음원공급업체로부터 시중에 판매되는 디지털 음원파일과 동일한 음원파일을 공급받아 자신의 서버에 저장하고, 이를 선곡·배열하여 채널을 편성한 뒤, 해당 채널의 음원파일을 웹캐스팅 방식으로 피고 매장의 재생 시스템에 제공하였습니다.

피고 등은 2012년 7월 무렵부터 2016년 9월 무렵까지 E로부터 제공받은 음원파일을 매장 재생장치를 통해 배경음악으로 재생하였고, 매장을 방문한 공중으로부터 음원 재생에 대한 별도의 반대급부는 받지 않았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 등이 E로부터 웹캐스팅 방식으로 제공받은 음원파일을 매장에서 재생하는 행위가,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서 정한 ‘판매용 음반’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하는 행위에 해당하는가?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은,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않는 경우 ‘판매용 음반’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시행령에서 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공연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 즉, 이 조항이 적용되면 저작권자의 공연권이 제한되어 별도의 이용허락 없이도 음반을 재생·공연할 수 있게 됩니다.

원심(서울고등법원)은 E의 서버에 저장된 음원파일이 시중에 판매되는 음원파일의 복제물이므로 ‘판매용 음반’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반면 원고는 E의 서버에 저장된 음원파일은 매장음악서비스 제공을 위해 별도로 복제된 것으로 ‘판매용 음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상고하였습니다.

3. 판시 내용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하며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가. ‘판매용 음반’의 의미

대법원은 기존 판례의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판매용 음반’이란 시중에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87474 판결,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6다204653 판결 참조). 이는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할 염려가 있으므로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조건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나. ‘판매용 음반’ 해당 여부의 판단 기준

대법원은 나아가 중요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어떠한 음반이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서 정한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는지는 공연하려는 자에게 제공된 음반을 대상으로 그 음반의 음이 고정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는 음반의 복제로 음이 고정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시중에 판매할 목적 없이 단지 음반을 재생하여 공연하려는 자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음을 고정하였다면 그 음반은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이라고 볼 수 없다.”

즉, 원본 음원파일이 시중에 판매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공연에 실제로 사용된 음반(복제물)이 시중 판매 목적이 아닌 매장음악서비스 제공 목적으로 고정된 것이라면, 그 복제물은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 이 사건에의 적용

E가 자신의 서버에 저장한 대상 음원파일은 시중에 판매할 목적이 아니라 매장 배경음악으로 재생하여 공연하려는 자에게 웹캐스팅 방식으로 제공할 목적, 즉 매장음악서비스를 위한 목적으로 음을 복제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는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의 공연권은 위 조항에 의해 제한되지 않습니다. 결국 피고 등이 대상 음원파일을 매장에서 재생한 행위는 원고의 공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2023다280037저작권 부당이득
2023다280037저작권 부당이득

4. 핵심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

① ‘판매용 음반’ 해당 여부는 원본이 아닌 ‘공연에 사용된 음반’을 기준으로 판단

이번 판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원심은 E의 서버에 저장된 음원파일이 시중 판매용 음원파일의 ‘복제물’이므로 판매용 음반이라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복제물이 고정된 시점과 목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확히 하였습니다. 원본이 판매용이더라도, 공연에 실제 사용된 복제물이 공연 제공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판매용 음반’이 아닙니다. (한국정보법학회, 『정보법 판례백선(Ⅱ)』, 박영사(2016년), 253-254면, 한국정보법학회, 『정보법 판례백선(Ⅱ)』, 박영사(2016년), 255면)

② 웹캐스팅 이용허락 ≠ 공연권 이용허락

원고가 E에게 부여한 이용허락은 웹캐스팅(공중송신)에 관한 것이었을 뿐, 공연권에 대한 이용허락은 별도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작권법상 공중송신권과 공연권은 별개의 권리이므로, 매장음악서비스 사업자는 공중송신 허락 외에 공연권에 대한 별도의 이용허락도 받아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3호, 제7호).

③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엄격 해석

대법원은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이 비영리 목적을 요건으로 하지 않아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할 염려가 있으므로,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조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였습니다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6다204653 판결). (한국정보법학회, 『정보법 판례백선(Ⅱ)』, 박영사(2016년), 256면)

④ 실무적 시사점

매장음악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업자(편의점, 카페, 마트 등)는 서비스 제공업체가 공연권에 대한 이용허락까지 적법하게 취득하였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공연권 침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마치며

“시중에 파는 음원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 이제는 버려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공연에 실제 사용된 음반의 고정 목적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판매용 음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매장음악서비스 업계 전반에 걸쳐 공연권 이용허락 체계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배경음악 한 곡 한 곡에도 저작권자의 권리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