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에서 밤낮으로 고민하며 개발한 소스코드가, 퇴사 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회사의 이름으로 독점 저작권 등록이 되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심지어 그 프로그램으로 회사가 매년 수십,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면 말이죠. – 소스코드 저작권 무단 등록 분쟁
오늘 소개해 드릴 판례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와 스타트업 관계자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년 1월 15일 선고(2024가합92331) 판결입니다. 개발자 출신의 원고가 퇴사 후 전 직장을 상대로 자신의 저작권을 지켜내고 5,000만 원의 손해배상과 프로그램 사용 금지 처분까지 이끌어낸 극적인 사건입니다. “직원이 개발한 것은 무조건 회사 소유 아닌가?”라는 안일한 생각에 경종을 울린 이번 판결의 내막을 상세히 파헤쳐 드립니다.

사실관계 요약: 20년 전 안심클릭 솔루션의 시작
사건의 발단은 무려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인터넷 쇼핑몰 결제의 핵심 보안 시스템이었던 ‘안심클릭 서비스’의 개발을 둘러싸고 원고와 피고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 프로그램 개발 (2006년 5월): 원고 A는 당시 D(피고 주식회사 B의 설립자)의 요청으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관련 인증 프로그램(MPI 및 ACS) 개발에 착수하여 전체 소스코드를 완성했습니다.
- 회사의 설립과 입사 (2006년 6월~8월): 소스코드 개발이 완료된 이후, D는 피고 회사를 설립(7월)하였고, 원고는 2006년 8월 1일에 이 회사에 정식 직원으로 입사했습니다.
- 피고의 독단적 저작권 등록 (2023년 8월): 피고 회사는 원고가 개발한 소스코드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에 대해, 창작일을 2006년 6월 23일로 하여 한국저작권위원회에 피고 단독 명의로 저작권 등록을 마쳤습니다.
- 원고의 소송 제기 (2024년): 2021년 회사를 퇴사한 원고 A는 피고가 자신의 허락 없이 프로그램을 무단 등록하고 영업에 지속적으로 사용해왔다며 저작권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정리: 업무상저작물인가, 독자적 창작물인가
재판부에서 치열하게 다투어진 핵심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1. 업무상저작물 인정 여부
피고 회사는 원고가 자사의 기획과 지시에 따라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므로, 저작권법상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여 최초 저작권이 회사에 귀속된다고 주장했습니다.
2. 도급계약 및 저작권 양도의 묵시적 합의 여부
설령 고용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원고가 개발 대가를 지급받았고 퇴사 후 수년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작권을 회사에 양도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3. 프로그램의 실질적 유사성
원고가 최초 개발한 버전과 이후 동료 개발자 G가 일부 수정을 거쳐 완성한 최종 버전(피고가 등록한 버전)이 서로 별개의 프로그램인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동일한 복제물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시 내용: 개발자의 손을 들어주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는 피고 회사의 주장을 모두 물리치고 원고(개발자)의 완전한 승소를 선언했습니다. 법원이 내린 구체적인 판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회사 설립 전 개발된 프로그램은 업무상저작물이 아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소스코드를 완성한 시점(2006년 5월 4일)은 피고 회사가 설립되기도 전이며, 원고가 다른 회사에 재직 중이던 기간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했습니다. 회사가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회사의 기획 하에 업무로서 창작되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2. “불분명한 계약 관계에서 저작권 양도는 인정되지 않는다”
묵시적 합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저작권 양도 계약인지 이용허락 계약인지 명백하지 않은 경우,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면 저작자에게 권리가 유유 유보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퇴사 후 즉시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저작권 자체를 넘겼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3. “일부 수정본도 최초 소스코드의 복제물에 불과”
동료 개발자가 열흘 동안 일부 코드를 정리한 버전 역시 최초 원고가 개발한 소스코드를 바탕으로 다소의 증감을 가한 것에 불과하므로,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원고의 복제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4. 최종 주문 (판결 결과)
- 저작권 등록 말소: 피고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마친 저작권 등록의 말소 절차를 이행하라.
- 금전 배상: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 사용 금지: 피고는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 복제, 개작, 배포하거나 제3자에게 전송하여서는 아니 된다.

핵심 포인트 및 경영자·개발자를 위한 시사점
이번 판결은 IT 업계의 관행적인 저작권 인식에 엄청난 경종을 울립니다.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해 드립니다.
1. 피고 기업의 경영 지표와 시사점
법원은 저작권법 제126조(손해액의 인정)에 의거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 위해 피고 회사의 경영 지표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과세정보 자료를 통해 확인된 피고의 매출 규모는 다음과 같습니다.
| 연도 | 매출액 (원) | 영업이익 (원) | 영업이익률 |
| 2021년 | 3,845,337,837 | 3,172,262,408 | 82.49% |
| 2022년 | 7,973,371,034 | 5,923,390,988 | 74.28% |
| 2023년 | 8,364,134,081 | 5,393,287,093 | 64.48% |
| 2024년 | 11,323,760,296 | 5,271,712,965 | 46.55% |
| 합계 | 31,506,603,248 | 19,760,653,454 | – |
중요 포인트: 피고는 연간 110억 원이 넘는 매출(2024년 기준)을 올리는 알짜 기업이었으나, 이번 판결로 인해 핵심 솔루션의 사용 금지 조치(주문 제3항)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장 5,000만 원의 배상금보다 회사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프로그램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된 경제적 타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2. 재직 중 ‘이용허락’과 퇴사 후 ‘무단사용’의 구분
원고가 재직하는 동안(2006년~2021년)에는 전 직장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유지보수 업무까지 수행했으므로, 이 기간은 ‘묵시적 이용허락’이 있었던 것으로 법원은 보았습니다. 하지만 퇴사한 2021년 4월 1일 이후의 사용은 완전한 무단 침해가 됩니다. 즉, 재직할 때 군말 없이 썼다고 해서 퇴사 후에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 및 프로그램 분쟁 관련 추천 링크
소프트웨어 저작권 분쟁 예방과 올바른 계약서 작성을 위해 참고하시면 좋은 공식 기관 링크입니다.
- 한국저작권위원회 – 프로그램 저작권 등록 절차 및 정식 등록 여부 조회 기능을 제공합니다.
-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 – 정부의 저작권 정책 및 업무상저작물 관련 공식 가이드라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대한법률구조공단 – 저작권 침해를 당한 개발자나 스타트업이 무료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 SW 표준계약서 양식 및 개발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 자료를 제공합니다.
-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 – 프로그램과 연계된 BM 특허나 기술 특허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공식 사이트입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구두 계약이나 모호한 관계로 시작한 비즈니스는, 회사가 성장한 뒤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법인 설립 전 개발된 소스코드의 권리 관계를 반드시 정식 계약서(저작권 양도 계약 등)를 통해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반대로 프리랜서나 개발자라면 나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이 정당한 대가 없이 기업의 독점 자산으로 둔갑하고 있지는 않은지 늘 눈여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회사가 쓰고 있는 핵심 코드는 법적으로 안전한가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오늘 당장 계약서 서랍을 열어보시는 것을 강력히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