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받고 있는 도중에 또 토렌트를 사용했는데, 집행유예가 취소되지 않고 벌금형으로 끝났다고요? 심지어 범행 중 일부는 형이 면제됐다고요?” 같은 범죄를 반복한 피고인에게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토렌트 영상 다운로드 범죄
대전지방법원 2026. 3. 26. 선고 2025고단3955, 2026고단56 판결은 토렌트를 이용한 저작권 침해를 반복한 피고인에게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하고, 나머지 범행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사건입니다. 이 결과의 배경에는 형법의 경합범 처리 규정이라는 복잡한 법리가 숨어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가. 사건의 경위
이 사건의 피고인 A는 토렌트를 이용한 저작권 침해를 반복한 인물입니다. 사건의 흐름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점 | 내용 |
|---|---|
| 2025. 6. 26. 08:51 | 피해자 D㈜의 영상저작물 ‘E’ 토렌트 다운로드·공중송신 (2025고단3955 범행) |
| 2025. 6. 26. | 대전지방법원에서 저작권법위반죄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선고 |
| 2025. 7. 4. | 위 판결 확정 |
| 2025. 8. 28. | 집행유예 기간 중 피해자 G의 저작물 ‘H’ 토렌트 다운로드·공중송신 (2026고단56 범행 1) |
| 2025. 9. 14. | 집행유예 기간 중 피해자 주식회사 I의 저작물 ‘J’ 토렌트 다운로드·공중송신 (2026고단56 범행 2) |
나. 피고인이 직면한 위기
피고인이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세 가지 심각한 법적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였습니다.
첫째, 동종 범죄로 이미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둘째, 2025고단3955 사건의 범행은 집행유예 판결 선고 당일인 2025년 6월 26일에 이루어졌습니다. 판결 선고 전 범행이지만 시간적으로 매우 근접한 상황이었습니다.
셋째, 2026고단56 사건의 범행들은 집행유예 기간 중에 이루어졌습니다. 집행유예 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2. 핵심 쟁점 Q&A
Q1. 2025고단3955 사건의 범행에 대해 왜 형이 면제되었나요?
A. 이 부분이 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법리입니다. 핵심은 형법 제37조 후단과 제39조 제1항에 있습니다.
형법 제37조 후단은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합니다. 즉,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죄와 그 판결 확정 이전에 저지른 다른 죄가 있다면, 이 두 죄는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것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 2025고단3955 사건의 범행(2025. 6. 26.)은 집행유예 판결 확정일(2025. 7. 4.) 이전에 이루어진 범행입니다. 따라서 이미 확정된 저작권법위반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형법 제39조 제1항은 이러한 경우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미 확정된 판결의 범행 내용, 선고된 형량(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범행 시기 및 수법의 유사성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범행과 동시에 판결하였더라도 위 형기를 초과하는 형이 선고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형을 면제하였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이미 받은 처벌로 충분하다고 본 것입니다.
Q2. 집행유예 기간 중에 범행을 저질렀는데 왜 집행유예가 취소되지 않았나요?
A. 집행유예 취소 여부는 이 판결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입니다.
형법 제63조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 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가 취소된다고 규정합니다. 즉, 집행유예가 취소되려면 집행유예 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2026고단56 사건의 범행에 대해 벌금형을 선택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어 벌금형 선택이 가능합니다. 벌금형은 금고 이상의 실형이 아니므로, 집행유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결국 피고인은 집행유예 기간 중 동종 범행을 반복하였음에도 법원이 벌금형을 선택함으로써 기존 집행유예는 유지되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Q3. 2026고단56 사건의 두 범행은 어떻게 처리되었나요?
A. 2026고단56 사건의 두 범행(2025. 8. 28.과 2025. 9. 14.)은 모두 집행유예 판결 확정일(2025. 7. 4.) 이후에 이루어진 범행입니다. 따라서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이 아니라, 형법 제37조 전단의 일반 경합범으로 처리됩니다.
두 범행은 각각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고, 법원은 벌금형을 선택하였습니다. 두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에 따라 경합범 가중되어 최종적으로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Q4. 동종 전력이 여러 차례 있음에도 벌금형에 그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법원은 양형의 이유에서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을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불리한 정상으로는 동종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범하였고, 일부 범행은 판결 선고 당일에, 나머지는 집행유예 기간 중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유리한 정상으로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저작권 침해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토렌트를 통한 개인적 이용 목적의 저작권 침해는 영리 목적의 대규모 침해에 비해 침해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벌금형이 선택된 것으로 보입니다.
Q5. 피고인은 이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였나요?
A. 판결문에 나타난 피고인의 대응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범행 전면 인정 피고인은 법정에서 모든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였습니다. IP 추적과 통신이용자 정보 조회, 주거지 방문 조사 및 PC 파일 확인 등 객관적 증거가 명확한 상황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것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 벌금형 선택에 기여하였을 것입니다.
② 형법 제39조 제1항 적용 주장 2025고단3955 사건의 범행이 확정판결 이전의 범행임을 근거로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의 적용을 통한 형 면제를 이끌어낸 것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 측에 가장 유리한 결과였습니다.

마치며
“그렇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받고 있는 중에 또 토렌트를 사용해도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는 건가요?” 이 판결을 그렇게 해석하시면 안 됩니다. 이 사건의 결과는 형법의 경합범 처리 규정이라는 특수한 법리와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이 맞물려 나온 것입니다. 집행유예 기간 중 동종 범행을 반복하면 법원이 징역형 실형을 선택할 수도 있고, 그 경우 기존 집행유예까지 취소되어 두 개의 징역형을 연속으로 복역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법원이 벌금형을 선택하는 관대한 판단을 받았지만, 동종 전력이 누적될수록 그 가능성은 점점 낮아집니다. 토렌트를 통한 저작권 침해는 “걸리면 그때 합의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반복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