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 프로그램 사용,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정품 가격으로 계산하면 20억인데, 왜 1,500만 원밖에 못 받나요?”
회사 직원이 수십억 원짜리 소프트웨어를 크랙(불법 복제)하여 사용했습니다.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정품 가격 전액을 손해배상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크랙 프로그램 사용 분쟁
모듈 27개짜리 프로그램 2개를 무단 복제했으니 계산상 약 18억 5,000만 원, 그중 일부인 2억 원만 청구했는데도 법원은 고작 1,500만 원만 인정했습니다.

“불법 복제는 분명히 잘못인데, 왜 손해배상액이 이렇게 줄어드는 걸까요?” 이 판결은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즉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냉정한 답을 보여줍니다.

크랙 프로그램 사용-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크랙 프로그램 사용-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A회사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자입니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다양한 구성과 기능을 갖춘 복수의 하위 모듈로 구성되어 있고, 가격도 모듈별로 책정되어 있는 소프트웨어입니다.

피고 C는 피고 B 주식회사의 직원으로, 2019. 7. 17.부터 2021. 4. 16.까지 피고 회사 내에서 사용하던 컴퓨터에 이 사건 프로그램을 크랙하여 복제·설치하였습니다. 2019. 7. 17.부터 2021. 1. 8.까지 총 51회에 걸쳐 이 사건 프로그램의 크랙 정보가 수집되었는데, 그중 48회는 피고 C가 사용하는 컴퓨터 1대에서만 수집된 것이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모듈 27개로 이루어진 프로그램 2개를 복제하였고, 프로그램 1개에 대한 통상 사용료가 약 9억 2,600만 원에 달하므로 2개 합산 약 18억 5,000만 원 중 일부인 2억 원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였습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하고 1,500만 원만 인정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가.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의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어떻게 산정하는가?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자가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응하는 액’을 손해액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의 모든 모듈을 포함한 정품 가격표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였는데, 이것이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첫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나. 제125조 제2항으로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제126조에 의한 상당한 손해액은 얼마인가?

저작권법 제126조는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제125조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법원이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피고 C가 실제로 사용한 모듈의 범위와 그에 상응하는 적정 사용료가 얼마인지가 두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크랙 프로그램 사용 손해배상 청구
크랙 프로그램 사용 손해배상 청구

3. 판시 내용

가. 제125조 제2항 —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 증명 실패

법원은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의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응하는 액이라 함은 침해자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의 사용 허락을 받았더라면 그 사용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말한다.”

법원은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원고가 제출한 가격표 기준의 손해액 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모듈 중첩 문제: 이 사건 프로그램의 각 모듈 중에는 기능이 서로 중첩되는 것도 있어 실제 사용자가 하위 모듈 전부를 구매할 필요는 없습니다.
  • 가격의 비일관성: 이 사건 프로그램은 판매 시기, 유통방식, 거래조건 등에 따라 각기 다른 금액으로 판매되었으므로 원고가 제출한 가격표나 납품내역의 사용료가 통상적인 사용료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 증명 부족: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C가 사용 허락을 받았더라면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이 18억 5,000만 원에 달하거나 적어도 2억 원을 초과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합니다.

나. 제126조 — 법원의 재량에 의한 상당한 손해액 1,500만 원 인정

법원은 제125조에 따른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저작권법 제126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1,500만 원으로 정하였습니다.

  • 실제 사용 모듈의 한정성: 피고 C의 컴퓨터에서는 기본 모듈을 사용하여 부품 설계 후 저장하는 경우 발생하는 확장자 파일 외에 다른 파일이 발견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다른 모듈을 사용하였음을 확인할 객관적인 자료도 없습니다.
  • 기본 패키지 사용료 기준: 가장 기본적인 모듈로 구성된 패키지(‘H’ 패키지)의 영구 사용료는 14,281,000원이고, 확장 패키지의 영구 사용료로 13,771,700원이 제안된 사실이 있습니다.
  • 구독 방식 사용료 기준: 피고 C가 복제할 당시 기간제 구독 방식으로도 이용 가능하였는데, 가장 기본적인 패키지의 1년 사용료로 4,000,000원이 제안된 바 있습니다.
  • 침해 기간: 피고 C는 2019. 7. 17.부터 2021. 4. 16.까지 약 1년 9개월간 이 사건 프로그램을 복제·사용하였습니다.

다. 지연손해금 기산점 — 최종 침해행위일 기준

법원은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에 관하여, 원고가 피고들의 복제권 침해행위 전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으므로 그 손해가 확정되는 최종 침해행위일인 2021. 4. 16.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원고가 청구한 2019. 7. 17.부터의 지연손해금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원고만이 항소한 사건이므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제1심판결을 원고에게 더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어 항소를 기각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유지하였습니다.

4. 핵심 포인트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내용
제125조 제2항의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정품 가격표 전액이 아니라 침해자가 실제로 사용 허락을 받았더라면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 — 실제 사용 범위와 거래 조건을 반영해야 함
모듈형 소프트웨어의 손해액 산정전체 모듈 가격의 합산이 아니라 침해자가 실제로 사용한 모듈 범위를 기준으로 산정
제126조의 재량적 손해액 인정손해 발생 사실은 인정되나 제125조에 따른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 취지와 증거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직권으로 결정
저작권자의 증명 책임통상 사용료를 주장하는 저작권자는 가격표 외에도 실제 거래 사례, 유통 조건, 침해자의 실제 사용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함
지연손해금 기산점계속적 침해행위 전체를 청구하는 경우 손해가 확정되는 최종 침해행위일부터 지연손해금 발생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원고만이 항소한 경우 제1심판결보다 원고에게 불리한 결론으로 변경 불가 — 항소심에서 지연손해금 기산점 오류가 발견되어도 직권 시정 불가
컴퓨터 전공 코딩하는 김정민 변호사
컴퓨터 전공 코딩하는 김정민 변호사

불법 복제는 분명히 잘못이지만, 손해배상은 ‘증명’이 전부입니다

이 판결이 저작권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불법 복제 사실을 입증하는 것과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침해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손해액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면 청구액의 극히 일부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모듈형 소프트웨어의 경우, 전체 모듈 가격을 단순 합산하여 손해액을 주장하는 방식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침해자가 실제로 어떤 모듈을 사용하였는지, 그 모듈에 대한 통상적인 거래 가격은 얼마인지를 구체적인 증거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사건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침해 사실의 입증과 함께 실제 사용 범위 확인, 통상 거래 가격 자료 수집, 유사 라이선스 계약 사례 확보에 처음부터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법정에서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으려면, 증거가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