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웹툰 공동저작 분쟁-웹툰저작권

“나도 이 웹툰 만드는 데 기여했는데, 내 이름은 왜 없나요?”
중학교 동창이 웹툰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의 부탁으로 스토리 방향을 잡아주고, 등장인물 이름도 제안하고, 대사도 다듬어주고, 콘티도 검토해줬습니다. 웹툰 공동저작 분쟁
1년 넘게 함께 작업했고, 친구도 내 의견을 반영해 원고를 수정했습니다. 그런데 웹툰이 인기를 끌고 수익이 발생하자 친구는 자신이 단독 저작자라고 주장합니다.

“나도 분명히 기여했는데, 나는 공동저작자가 아닌가요?” 이 질문에 법원은 명확한 기준으로 답했습니다.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공동저작자’가 되려면 단순한 조언이나 아이디어 제공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이 판결이 그 기준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친구 웹툰 공동저작 분쟁-웹툰변호사
친구 웹툰 공동저작 분쟁-웹툰변호사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A와 피고 B는 중학교 동창 사이입니다. 피고는 ‘C’라는 필명으로 D 웹툰 사이트에 2018년 3월 12일부터 “E”라는 웹툰(이하 ‘이 사건 작품’)을 총 152회에 걸쳐 연재하였습니다.

피고는 2018년 4월 23일 원고와 피고만이 가입한 비공개 카페 ‘F’를 개설하였고, 이 카페에 이 사건 작품 7화부터 88화까지의 콘티, 수정본 및 완성본 등을 게시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카페를 통해 피고에게 등장인물의 감정선, 연출 방향, 전체적인 스토리 진행 방향, 인물 관계도, 등장인물의 이름, 배경 설정, 시놉시스 제안, 콘티와 대사 작성 및 검수 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였고, 피고가 이를 일부 반영하여 원고를 작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이 사건 작품이 수익을 창출하자 원고는 자신이 이 사건 작품의 공동저작자 및 저작권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① 공동저작자 확인, ② 성명표시권 침해에 따른 침해정지 및 손해배상 1,000만 원, ③ 부당이득반환 1,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원고가 이 사건 작품의 공동저작자에 해당하는가?

저작권법상 공동저작물이 성립하려면 ① 2명 이상이 공동창작의 의사를 가지고, ②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공동의 기여를 함으로써, ③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을 창작하여야 합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스토리, 대사, 인물 설정 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피고가 이를 일부 반영한 것이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대한 공동의 기여’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나. 공동저작자 지위가 부정될 경우 나머지 청구(성명표시권 침해, 부당이득반환)도 인정되는가?

원고의 성명표시권 침해 주장과 부당이득반환 청구는 모두 원고가 공동저작자임을 전제로 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공동저작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으면 나머지 청구도 함께 판단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웹툰 공동저작 분쟁-웹툰변호사
웹툰 공동저작 분쟁-웹툰변호사

3. 판시 내용

가. 공동저작자의 요건 — 창작적 표현형식 자체에 대한 기여 필요

법원은 공동저작자의 요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은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보호대상으로 하므로,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그중에서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고,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법원은 공동창작의 의사에 관하여, 이는 법적으로 공동저작자가 되려는 의사가 아니라 공동의 창작행위에 의하여 분리 이용이 불가능한 단일한 저작물을 만들어 내려는 의사를 뜻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원고의 기여가 공동저작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유 — 3가지 근거

법원은 다음 세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가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공동으로 기여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창작적 정신활동의 주체는 피고: 원고가 피고의 콘티를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나, 어떠한 줄거리로 내용을 진행할 것인지, 극중 인물의 구성과 성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어떤 구도와 색채로 표현할 것인지 등의 정신적 활동은 피고가 하였고, 자신의 구상대로 웹툰의 형태로 외부적으로 표현한 것도 피고였습니다.

② 기여의 구체성 및 범위 불명확: 원고의 주장만으로는 이 사건 작품의 전체 줄거리, 등장인물의 구성 및 표현방식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견을 제시하였고, 그 의견이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어떻게 기여하였는지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원고의 의견이 반영된 장면은 이 사건 작품 전체 장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였습니다.

③ 기여 범위의 시간적 한계: 이 사건 작품은 총 152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고가 의견을 제시한 것은 88화까지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64화는 원고의 관여 없이 피고가 단독으로 창작하였습니다.

다. 결론 — 청구 전부 기각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작품의 공동저작자임을 전제로 한 모든 청구(공동저작자 확인, 성명표시권 침해에 따른 침해정지 및 손해배상, 부당이득반환)에 대하여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4. 핵심 포인트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내용
공동저작자의 핵심 요건아이디어·소재 제공이 아닌 창작적 표현형식 자체에 대한 기여가 있어야 함
아이디어 제공의 한계스토리 방향 제안, 인물 이름 제안, 대사 검토 등은 아이디어 제공에 해당할 수 있어 공동저작자 인정 불가
공동창작의 의사법적으로 공동저작자가 되려는 의사가 아니라, 분리 이용 불가능한 단일 저작물을 함께 만들려는 의사를 의미
기여의 구체성 요구어떤 부분에 어떻게 기여하였는지 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며, 막연한 조언·검토만으로는 부족
기여 범위의 중요성전체 작품 중 극히 일부에만 의견이 반영된 경우 공동저작자 인정 어려움
실무적 시사점공동창작 관계를 명확히 하려면 처음부터 공동저작자 계약서를 작성하고 각자의 역할과 기여 범위를 문서화해야
웹툰 저작권 변호사 김정민
웹툰 저작권 변호사 김정민

함께 만들었다면, 처음부터 계약서로 남기세요

이 판결이 주는 메시지는 냉정하지만 명확합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쏟아 조언하고 검토해줬더라도, 창작적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하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공동저작자가 될 수 없습니다. 친구 사이라는 신뢰, 오랜 협업의 기억, 카카오톡 대화 기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특히 웹툰, 소설, 음악 등 창작 분야에서 협업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이 판결은 매우 중요한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내가 글을 쓰고 상대방이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함께 작업한다면, 반드시 공동저작자 계약서를 작성하고 각자의 역할과 기여 범위, 수익 배분 방식을 명확히 문서화해두어야 합니다.

창작의 열정만큼 중요한 것이 권리의 보호입니다. 함께 만든 작품이라면, 그 사실을 처음부터 법적으로 남겨두세요.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계약서 한 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