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사진 무단 사용-저작권 침해 아님-사진저작권변호사

“국가보훈처가 제 사진을 허락도 없이 보도자료에 올리고, 언론사에 넘겨 기사와 유튜브 영상에까지 사용했습니다. 제 이름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저작권 침해 아닌가요?” – 사진 무단 사용 사례
사진작가의 이 주장은 얼핏 보면 매우 타당해 보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반드시 저작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성명표시권도 생각보다 훨씬 좁은 범위에서만 보호됩니다. 이 판결은 사진저작물과 저작인격권에 관한 핵심 법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참전용사 사진 무단 사용-저작권 침해
참전용사 사진 무단 사용-저작권 침해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A는 6·25 전쟁 참전용사 C를 모델로 한 사진(C 사진 1, 2)을 촬영한 사진작가입니다. C는 2022. 4. 9. 사망하였습니다.

C 사진 관련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은 C 사망 이후인 2022. 4. 11. 국가보훈처 누리집 보도자료 게시판에 C 사진 2가 삽입된 보도자료를 게재하였습니다. 같은 날 위 보도자료와 C 사진 1, 2를 피고 주식회사 B 소속 기자에게 송부하였고, 피고 B는 같은 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C 사진 1을 첨부한 기사를 게재하였습니다. 다음 날에는 ‘F’ 유튜브 채널에 C 사진 1, 2가 포함된 동영상이 게재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원고의 이름은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참전용사 사진 관련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는 별도의 ‘참전용사 사진’의 저작자이기도 합니다.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은 2022. 6. 9. H·I의 용사 및 유가족을 초청하여 ‘J’ 행사를 열고, 여기에 참전용사 사진을 넣은 액자를 진열하였습니다. 이 사진은 참전용사 사진의 소유자인 K으로부터 전달받은 원본이었으며, 원본에는 원고의 성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C 사진에 관한 성명표시권·전송권 침해로 78,000,000원, 참전용사 사진에 관한 성명표시권·전시권 침해로 25,000,000원 합계 103,000,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가. C 사진 1, 2가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사진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진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촬영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는 부족하고,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드러나야 합니다 (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도3130 판결). C 사진 1, 2가 이 요건을 충족하는지가 첫 번째 쟁점입니다.

나. 참전용사 사진의 전시권 침해 여부

저작권법상 ‘전시’는 유형물을 일반인이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도록 진열하거나 게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정된 참석자만이 참여한 행사에서 사진을 진열한 것이 저작권법상 ‘전시’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저작권법 제35조 제1항의 소유자 전시권 예외가 적용되는지가 두 번째 쟁점입니다 (저작권법 제19조, 제35조 제1항).

다. 참전용사 사진의 성명표시권 침해 여부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에 따르면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저작자가 성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면 족합니다 (저작권법 제12조). 원본에 성명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사진을 그대로 진열한 경우 성명표시권 침해가 성립하는지가 세 번째 쟁점입니다.

사진 무단 사용-2023가단5522444
사진 무단 사용-2023가단5522444

3. 판시 내용

가. C 사진의 저작물성 — 부정

법원은 C 사진 1, 2가 저작권법상 사진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C 사진 1, 2는 모두 중앙에 C가 서 있는 모습을 놓고 다른 피사체 없이 정면에서 촬영한 흑백 사진으로, 피사체 선정·인물의 자세·구도 등에 특이한 점이 없고 C의 초상을 충실하고 명확하게 포착한 사진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는 조명·촬영기법 등을 섬세하게 고려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저작권법상 사진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촬영자의 개성과 창작성이 드러나야 하고, 촬영에 상당한 기술이 동원되었는지 여부는 저작물 인정과 무관하다고 명확히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도3130 판결). C 사진 1, 2는 저작권법상 사진저작물로 보호될 정도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는 저작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따라서 C 사진에 관한 성명표시권·전송권 침해 주장은 저작물성 자체가 부정되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기각되었습니다.

나. 참전용사 사진의 전시권 침해 — 부정

법원은 두 가지 이유로 전시권 침해를 부정하였습니다.

첫째, 이 사건 행사는 대통령·H 생존 장병·희생자 유족 등 한정된 사람들이 참석한 행사로, 여기에 전시된 참전용사 사진을 일반인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저작권법상 ‘전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둘째, 설령 전시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피고 대한민국은 참전용사 사진의 소유자인 K으로부터 전달받은 원본을 그대로 게시한 것이므로, 저작권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사진저작물 원본의 소유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는 그 저작물을 원본에 의하여 전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저작권법 제35조 제1항).

다. 참전용사 사진의 성명표시권 침해 — 부정

법원은 성명표시권 침해도 부정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대한민국은 참전용사 사진의 복제물을 만들거나 이를 공표하지 않았으므로,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에서 정한 성명표시권이 침해될 여지가 없습니다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

둘째,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에 따르면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저작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면 족합니다. 저작자의 내심의 의사까지 알아내어 성명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에 어긋납니다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참전용사 사진 원본에는 원고의 성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원고가 자신의 성명을 표시하여 달라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의 성명을 표시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T저작권변호사-김정민-프로필
IT저작권변호사-김정민-프로필

4. 핵심 포인트

가. 사진저작물의 창작성 — ‘기술’이 아니라 ‘개성’이 기준이다

이 판결은 사진저작물의 창작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아무리 고도의 촬영 기술이 동원되었더라도, 피사체 선정·구도·자세 등에서 촬영자의 독자적인 개성과 창조성이 드러나지 않으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도3130 판결). 인물 사진의 경우 특히 정면 촬영·단순 구도·배경 없음 등의 요소가 결합되면 창작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작가라면 저작권 보호를 받기 위해 구도·조명·배경·앵글 등에서 자신만의 창작적 선택이 드러나도록 촬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 저작권법상 ‘전시’는 일반 공중에게 개방된 경우에만 해당한다

이 판결은 저작권법상 ‘전시’의 범위를 명확히 합니다. 한정된 참석자만이 참여하는 행사에서 사진을 진열하는 것은 일반인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므로 저작권법상 ‘전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사진저작물 원본의 소유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원본을 전시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실무적 포인트입니다 (저작권법 제35조 제1항). 나아가 전시권은 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사진저작물에만 인정되고, 그 외의 저작물은 전시의 방법으로는 저작재산권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4468 판결).

다. 성명표시권은 ‘표시한 바에 따라’ 표시하면 족하다 — 원본에 성명이 없으면 의무도 없다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법리 중 하나는 성명표시권의 보호 범위입니다.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은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가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할 의무의 기준을 ‘저작자가 표시한 바에 따라’로 정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따라서 원본에 성명이 표시되어 있지 않고, 저작자가 성명 표시를 요구하는 특별한 의사표시도 없었다면, 이용자가 성명을 표시하지 않더라도 성명표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저작자로서 성명표시권을 확실히 보호받으려면 저작물 원본에 성명을 명시하거나, 이용 허락 시 성명 표시 조건을 명확히 약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라. 실무적 시사점 — 사진저작권 분쟁 체크리스트

점검 사항이 사건에서의 시사점
사진저작물의 창작성기술 수준이 아닌 개성·창조성 기준
단순 인물 정면 사진창작성 부정 가능성 높음
저작권법상 ‘전시’일반 공중 개방 여부가 핵심
원본 소유자의 전시저작권자 허락 없이도 적법 (저작권법 제35조 제1항)
성명표시권 의무원본에 성명 없으면 표시 의무 없음
성명표시권 보호 방법원본 성명 기재 + 이용 허락 시 조건 명시 필

마치며 —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저작권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이 판결은 사진저작권 분쟁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이 사진이 과연 저작물인가’ 라는 점임을 보여줍니다. 촬영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피사체 선정·구도·자세 등에서 촬영자만의 독자적인 개성이 드러나지 않으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성명표시권도 원본에 성명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이상 이용자에게 표시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은 사진작가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법리입니다. 자신의 사진을 확실히 보호받고 싶다면, 촬영 단계에서부터 창작적 요소를 의식적으로 구현하고, 원본에 성명을 명시하며, 이용 허락 시 조건을 계약서에 명확히 담아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