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회사 컴퓨터에 몰래 불법복제 프로그램을 설치했습니다. 회사는 정품 CD도 보유하고 있었고, 불법복제 금지 교육도 했다고 주장합니다. – 불법복제 프로그램 설치 사건
그리고 경찰 수사에서 혐의없음 결정까지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회사는 책임이 없을까요? 그리고 원고는 전체 모듈 사용료 약 7억 원을 기준으로 1억 5천만 원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얼마를 인정했을까요? 이 판결은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 사용자책임의 면책 요건과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제126조에 따른 손해액 산정 방법에 관한 핵심 법리를 담고 있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A회사는 사출품, 판금설계, 구조해석, 산업디자인 등에 사용되는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 ‘D'(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저작권자입니다.
피고 B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는 주차관제 자동화 설비업, CCTV 설비업, 주차장 관리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C은 2020. 7. 13.경부터 2021. 2. 28.경까지 피고 회사의 직원이었습니다.
피고 C은 2020. 7. 16.경 피고 회사 사무실 내 컴퓨터에 이 사건 프로그램 5.0 버전의 크랙(crack) 버전을 무단으로 복제한 후 2020. 7. 20.경부터 2021. 1. 5.경까지 약 6개월간 기구 설계 업무에 사용하였습니다. 피고 C은 2021. 12. 27. 저작권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프로그램 2.0 버전 정품 CD를 보유하고 있었고, 5.0 버전 정품이 설치된 노트북도 존재하였습니다. 피고 회사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당하였으나 경찰로부터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전체 모듈 사용료 약 7억 원을 기준으로 1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1,800만 원을 인정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가. 피고 회사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 — 면책 주장의 당부
피고 회사는 ① 경찰의 혐의없음 결정으로 저작권 침해가 없음이 입증되었고, ② 피고 C에게 정품을 제공하였으며, ③ 주기적으로 불법복제 금지 교육을 실시하였으므로 민법 제756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사용자책임이 면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민법 제756조 제1항).
나.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른 손해액 산정이 가능한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전체 모듈 정품 판매가격을 산술적으로 합산하는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의 ‘권리의 행사로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응하는 액’이 원고가 주장하는 금액과 같은지가 두 번째 쟁점입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다.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른 재량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여부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른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금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가 세 번째 쟁점입니다 (저작권법 제126조).

3. 판시 내용
가. 피고 회사의 사용자책임 — 면책 불인정
법원은 피고 회사의 면책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모두 배척하였습니다 (민법 제756조 제1항).
첫째, 이 사건 프로그램 5.0은 피고 C이 사용하던 컴퓨터에 2020. 7. 16.경 설치되어 2021. 8. 10.경 경찰의 수색 시까지 삭제되지 않은 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둘째, 피고 C이 사용하였던 업무용 컴퓨터는 2021. 4. 12.경부터 피고 회사의 다른 직원이 사용하였는데, 2021. 4. 13. 위 컴퓨터에 이 사건 프로그램의 3.0 버전이 무단으로 복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피고 회사의 관리·감독이 전반적으로 부실하였음을 보여줍니다.
셋째, 경찰의 불기소 의견에 대하여 확정된 형사판결과 같은 증거가치를 부여할 수 없고, 피고 회사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15646 판결).
넷째,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프로그램 5.0과 2.0 정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만으로 피고 C의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 C이 근무하던 시기에 이 사건 프로그램 5.0 정품을 피고 C에게 사용하게 하였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합니다.
다섯째, 피고 회사는 주기적으로 불법복제 관련 교육을 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변론종결일까지 위 교육 실시 여부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프로그램의 불법복제 및 사용을 방지하는 데에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 회사는 피고 C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 제1항에 따라 공동하여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756조 제1항).
나.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른 손해액 산정 — 불인정
법원은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의 ‘권리의 행사로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응하는 액’이란 침해자가 프로그램저작물의 사용 허락을 받았더라면 사용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말한다고 전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가 주장하는 금액이 그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이 사건 프로그램은 다양한 구성과 기능을 갖춘 여러 개의 하위 모듈로 구성되어 있고, 사용료도 개개의 모듈별 또는 패키지별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② 원고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가지는 모듈만을 라이선스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으므로, 피고 C이 정식으로 구매하였다면 전체 모듈이 아닌 업무에 필요한 개별 모듈만을 선택적으로 구매하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③ 실제 고객에 대한 판매과정에서 모듈별 구매 수량, 범위 등 여러 조건에 따라 할인율이 적용되어 판매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이므로, 개별 모듈 사용료 가격의 단순 합산액이 곧바로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7다76733 판결).
다.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른 재량 손해액 산정 — 1,800만 원 인정
법원은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1,800만 원으로 산정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6조).
① 피고 C의 업무(기구 설계 및 개발)는 이 사건 프로그램과 관련성이 높고, 사용 기간은 약 6개월로 짧다고 볼 수 없습니다.
② 피고 C이 불법복제한 크랙 버전은 전체 모듈을 아무런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었으나, 피고들이 전체 모듈을 업무에 사용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습니다. 피고 회사의 주요 업무에 실제 필요한 모듈은 ‘판금 설계’ 모듈로 보입니다.
③ 이 사건 프로그램 5.0의 기본 설계 모듈(K)과 판금 설계 모듈(L)의 1년 사용료 정가 합계는 9,378,000원이고, 전체 모듈의 1년 사용료 정가 합계는 109,635,000원입니다.
④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의 경우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면 오래된 버전의 사용료가 하락하게 되는데, 피고 C이 복제·사용한 이 사건 프로그램은 최신 버전이 아니었습니다.
⑤ 인터넷 쇼핑몰 판매가 또는 버전과 모듈을 달리하는 이 사건 프로그램에 대한 일회성 구매가가 이 사건 프로그램의 통상적인 가액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4. 핵심 포인트
가. 경찰의 혐의없음 결정은 민사 사용자책임 면책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의 중 하나는 경찰의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이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 사용자책임 면책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민법 제756조 제1항). 형사 불기소 결정은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고, 민사 소송에서는 별도의 증거에 의하여 불법행위 사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 형사 처벌을 면하였다고 하여 민사 손해배상책임도 당연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15646 판결).
나. 사용자책임 면책을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은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이 판결은 민법 제756조 제1항 단서의 면책을 주장하는 사용자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음을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민법 제756조 제1항). 피고 회사는 불법복제 금지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변론종결일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않아 주장이 배척되었습니다. 정품 보유 사실만으로는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다고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15646 판결).
다. 크랙 버전 사용 = 전체 모듈 사용료 청구 가능? — 실제 사용 모듈 기준으로 산정
이 판결은 크랙 버전을 사용하였다고 하여 전체 모듈 사용료를 손해액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법원은 침해자가 실제로 사용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모듈의 범위와 실제 판매 시 적용되는 할인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손해액을 산정하였습니다.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원고가 손해액을 최대화하기 위해 전체 모듈 정가의 합산액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으나, 법원은 침해자가 실제로 구매하였을 범위와 조건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산정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7다76733 판결).
라. 저작권법 제126조 재량 손해액 산정의 고려 요소
이 판결은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른 재량 손해액 산정에서 ① 침해 프로그램과 업무의 관련성, ② 사용 기간, ③ 실제 사용 모듈의 범위, ④ 해당 모듈의 정가, ⑤ 프로그램 버전에 따른 가격 하락, ⑥ 실제 판매 시 적용되는 할인율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저작권법 제126조). 원고가 1억 5천만 원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이 1,800만 원을 인정한 것은, 손해액 입증을 위한 구체적인 자료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104137 판결).
마. 실무적 시사점 —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사건 체크리스트
| 점검 사항 | 이 사건에서의 시사점 |
|---|---|
| 경찰 혐의없음 결정 | 민사 사용자책임 면책 근거 불인정 |
| 사용자책임 면책 입증 | 교육 실시 등 구체적 증거 필수 |
| 정품 보유 사실 | 단독으로는 면책 불인정 |
| 크랙 버전 전체 모듈 청구 | 실제 사용 모듈 기준으로 손해액 제한 |
| 손해액 산정 기준 | 할인율·버전·사용 기간 등 종합 고려 |
| 저작권법 제126조 활용 | 손해 발생 인정 시 재량 산정 가능 |

마치며 — 직원의 불법복제, 회사도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이 판결은 직원이 회사 컴퓨터에 불법복제 프로그램을 설치한 경우 회사도 사용자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경찰의 혐의없음 결정이나 정품 보유 사실만으로는 면책이 인정되지 않으며,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교육 실시 내역, 정품 제공 사실 등을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반대로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침해자가 실제로 사용하였을 모듈의 범위와 실제 판매 조건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자료를 사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손해액 인정 범위를 높일 수 있습니다. 1억 5천만 원을 청구하고 1,800만 원을 받은 결과는,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손해액 입증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