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가 우리 모바일 부고 서비스의 핵심 기능을 그대로 베꼈습니다. 심지어 정보통신망에 무단 침입해 우리 서버에 접속한 사실까지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부정경쟁행위 아닌가요?”-모바일 부고장 기능 복제 사건
직관적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경쟁사가 정보통신망 무단 침입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더라도, 서비스 기능 자체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임을 원고가 입증하지 못하면 부정경쟁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파)목의 보호를 받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지, 이 판결을 통해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사실관계 요약
원고 주식회사 A는 장의 관련 플랫폼 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D’라는 이름의 모바일 부고장 서비스(이하 ‘원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피고 C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는 장례식장 및 관련 서비스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E’라는 이름의 모바일 부고장 서비스(이하 ‘피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피고 B은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입니다.
원고 서비스와 피고 서비스는 모두 ① 부의금 계좌 예금주 인증 기능, ② 답례 글 전송 기능, ③ 상주 외 부고 전송 기능, ④ 부고 사망 표현 용어 노출방법 기능, ⑤ 모바일 부고장 내 내비게이션 앱 연동 기능, ⑥ 상주별(개별) 부고 기능(이하 ‘별지 목록 기재 각 기능’)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F과 피고 회사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였습니다. 수사 결과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의 불송치결정이 내려졌으나, 피고 B이 16회에 걸쳐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원고의 정보통신망에 침입하고 5회에 걸쳐 침입을 시도하였다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사실에 대해서는 2023. 3. 30.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각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이를 근거로 피고 회사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부정경쟁행위를 이유로 한 기능 사용 금지 및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4. 11. 29.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29. 선고 2023가합47921 판결).
쟁점 정리
첫째, 별지 목록 기재 각 기능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에 해당하는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 원고가 주장하는 모바일 부고 서비스의 각 기능이 이 요건을 충족하는지, 특히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임을 원고가 입증하였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다220607 판결).
둘째, 피고들의 정보통신망 무단 침입 사실이 (파)목 부정경쟁행위 또는 민법상 일반불법행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가
피고들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 무단 침입 사실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파)목 부정경쟁행위나 민법상 일반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아니면 별도로 ‘성과 등’의 존재와 그 무단 사용이 입증되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 제4조, 제5조, 민법 제750조).
셋째, 이 사건 추가 기능들이 저작권법상 저작물에 해당하는가
원고는 예비적으로 이 사건 추가 기능들이 저작권법상 저작물에 해당하여 피고들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서비스의 기능 자체가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창작물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판시 내용
가. (파)목 부정경쟁행위 관련 법리 확인
법원은 먼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법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확인하였습니다.
(파)목은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따라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다220607 판결).
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 해당 여부 — 불인정 (핵심 판시)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별지 목록 기재 각 기능이 원고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개발 경위 입증 자료 부재: 원고는 별지 목록 기재 각 기능이 원고가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투자하여 개발한 성과 등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그 개발 경위를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유일한 관련 증거인 갑 제7호증은 원고 소속 직원들의 급여, 퇴직금과 서비스 및 제품 개발 용역비 등 제비용을 원고가 스스로 정리한 내역으로서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원고가 별지 목록 기재 각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이라고 볼 만한 근거도 없습니다.
② 공공영역 해당 가능성: 원고와 피고 외에 다른 업체들도 별지 목록 기재 각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2015년 ‘모바일 부고장’ 자체를 최초로 개발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인정할 증거 역시 전혀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29. 선고 2023가합47921 판결).
다. 민법상 일반불법행위 해당 여부 — 불인정
법원은 별지 목록 기재 각 기능이 원고의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 서비스에 별지 목록 기재 각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들의 행위가 원고의 예비적으로 주장하는 민법상 일반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750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29. 선고 2023가합47921 판결).
라. 저작권 침해 해당 여부 — 불인정
법원은 이 사건 추가 기능들이 원고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고 피고 서비스에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추가 기능들이 원고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서 원고의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추가 기능들이 피고 서비스에도 포함되어 있다는 주장만을 할 뿐, 이 사건 추가 기능들에 어떠한 원고의 독자적인 표현이 담겨 있는지 등에 관한 아무런 주장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29. 선고 2023가합47921 판결).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파)목 부정경쟁행위의 성립을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임을 원고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가 개발 경위를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파)목 부정경쟁행위의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다220607 판결). 서비스 기능의 개발 과정, 투입된 인력·비용·기간, 해당 기능의 독창성 등을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원고 스스로 작성한 비용 내역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② 다른 업체들도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면 공공영역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 (파)목의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와 피고 외에 다른 업체들도 별지 목록 기재 각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파)목 부정경쟁행위 불인정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 (파)목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하는 성과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서비스 기능이 업계에서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것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경쟁사의 정보통신망 무단 침입 사실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파)목 부정경쟁행위나 민법상 불법행위가 자동으로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이 판결에서 피고들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별지 목록 기재 각 기능이 원고의 ‘성과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목 부정경쟁행위와 민법상 불법행위 모두를 부정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 민법 제750조). 형사처벌과 민사상 부정경쟁행위는 별개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④ 서비스 기능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려면 해당 기능에 담긴 독자적인 창작적 표현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추가 기능들에 어떠한 원고의 독자적인 표현이 담겨 있는지에 관한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서비스의 기능 자체는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그 기능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표현(화면 구성, UI 디자인, 코드 등)에 창작성이 있어야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 “경쟁사가 내 서버에 무단 침입했어도, 내 서비스 기능이 ‘성과’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법적 보호는 없습니다”
이 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 (파)목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쟁사가 유사한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원고 스스로 해당 기능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임을 객관적 자료로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서비스 기업 입장에서는 ① 서비스 기능 개발 단계부터 개발 일지, 투입 인력·비용 내역, 기획 문서 등 객관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② 자신의 서비스 기능이 업계에서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것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며, ③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경우 기능 자체가 아닌 그 기능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창작적 표현을 특정하고, ④ 경쟁사의 불법 행위가 있는 경우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 청구의 요건도 별도로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경쟁사가 내 서버에 무단 침입했다는 사실은 형사처벌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사상 부정경쟁행위로 기능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내 서비스 기능이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임을 내가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법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29. 선고 2023가합47921 판결,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다220607 판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 제4조, 제5조, 저작권법 제125조, 민법 제750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