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프로그램의 화면 구성과 거의 똑같습니다. 목표주가 차트도, 기업정보 화면도, 투자의견 점수화 방식도 우리가 먼저 만들었습니다. 이건 명백한 저작권 침해 아닌가요?” 직관적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증권사 앱 화면 유사 이유로 저작권 침해 분쟁
그러나 이 판결은 화면 구성이 유사하더라도 소스코드의 동일·유사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고, ‘투자의견을 점수화하는 방식’ 자체는 아이디어에 불과하여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저작권법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인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이 증권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 판결을 통해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사실관계 요약
원고 A 주식회사는 인터넷 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저작물을 창작하여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하였습니다.
① 이 사건 제1 컴퓨터프로그램(‘D’): 2005. 9. 30.경 완성한 것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발표하는 기업분석 리포트의 목표주가들을 하나의 차트에서 보이도록 하고 원클릭으로 해당 리포트를 즉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특징을 가진 컴퓨터프로그램입니다.
② 이 사건 제2 컴퓨터프로그램(‘F’): 2013. 4. 5.경 완성한 것으로, 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에 대한 기본 정보·재무정보·추정실적을 제공하고 주가 관련 지표를 현재가에 근거하여 계산하여 보이도록 하는 특징을 가진 컴퓨터프로그램입니다.
③ 이 사건 어문저작물(‘H’): 2020. 11. 2.경 완성한 것으로, 증권사들이 특정 기간 동안 공표하는 기업리포트들에 대하여 투자의견별로 일정한 점수를 부여하여 해당 기업의 투자의견이 어떻게 되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간편한 방법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는 어문저작물입니다.
피고 B 주식회사는 투자매매업·투자중개업 등을 영위하는 증권회사로서, 2015. 6.경 피고보조참가인 C 주식회사와 데이터 서비스 이용 계약을 체결하고 보조참가인으로부터 데이터 서비스, FnCompanyGuide 서비스 등을 제공받아 피고 HTS 및 피고 MTS에서 개별 기업의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흐름을 그래프로 표시하고, 상장기업의 기업개요·재무정보·컨센서스 등의 정보를 표시하였으며,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을 점수화한 데이터 및 차트를 게재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가 이 사건 제1, 2 컴퓨터프로그램 및 어문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침해행위의 정지 및 프로그램 폐기를 청구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 1. 9.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9. 선고 2023가합50767 판결).
쟁점 정리
첫째, 피고 HTS·MTS의 화면 구성이 원고 컴퓨터프로그램의 구동 화면과 유사한 경우, 소스코드의 동일·유사성이 추정되는가
원고는 피고 HTS·MTS의 구동 화면이 이 사건 제1, 2 컴퓨터프로그램의 구동 화면과 거의 동일하므로, 이로 미루어 피고 HTS·MTS가 원고 컴퓨터프로그램의 소스코드와 동일·유사한 소스코드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에서 구동 화면의 유사성만으로 소스코드의 동일·유사성을 추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6호, 제101조의4).
둘째, ‘투자의견을 점수화하여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창작적 표현형식에 해당하는가
원고는 이 사건 어문저작물의 창작적 표현형식이 ‘투자분석가들의 투자 의견을 점수화하여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방식 자체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창작적 표현형식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디어에 불과한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12095 판결).
셋째, 공시자료에 기초한 정보를 동일하게 표시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가
피고 MTS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은 대부분 공시자료에 기초한 것이므로 원고 프로그램과 대체로 동일한 내용의 정보가 표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경우 화면 구성이나 표시된 정보의 유사성이 저작권 침해로 이어지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다16742 판결).

판시 내용
가. 이 사건 제1 컴퓨터프로그램 — 소스코드 동일·유사성 불인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 HTS가 이 사건 제1 컴퓨터프로그램의 특정 소스코드와 동일·유사한 소스코드를 사용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원고가 제시한 이 사건 제1 컴퓨터프로그램의 컨센서스 차트는 특정 기업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최댓값과 최솟값 및 실제 주가를 그래프로 표시한 것인데, 피고 HTS의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 차트는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및 수정주가를 그래프로 표시한 것이므로 서로 동일한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② 이 사건 제1 컴퓨터프로그램의 컨센서스 차트와 피고 HTS의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 차트의 표현방식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③ 설령 그래프로 표시된 항목이나 표현방식에서의 유사성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항목으로 구성된 특정 형태의 그래프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은 매우 다양할 것으로 보이므로, 최종적으로 구현된 그래프의 구성 항목이나 형태가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컴퓨터프로그램의 소스코드가 서로 동일·유사하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9. 선고 2023가합50767 판결).
나. 이 사건 제2 컴퓨터프로그램 — 소스코드 동일·유사성 불인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 MTS가 이 사건 제2 컴퓨터프로그램의 특정 소스코드와 동일·유사한 소스코드를 사용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원고가 제시한 이 사건 제2 컴퓨터프로그램의 특정 화면과 피고 MTS의 기업정보 화면을 비교하더라도 화면의 구성, 제공되는 정보의 종류, 순서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② 이 사건 제2 컴퓨터프로그램과 피고 MTS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은 대부분 공시자료에 기초한 것이므로 대체로 서로 동일한 내용의 정보가 표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③ 원고는 피고 MTS가 이 사건 제2 컴퓨터프로그램과 동일한 구동방식으로 해당 정보들을 데이터 서버에서 가져와 보여주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러한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④ 설령 최종적으로 구현된 화면의 구성이나 표시된 정보가 동일·유사하다고 보더라도 이러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은 매우 다양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9. 선고 2023가합50767 판결).
다. 이 사건 어문저작물 — 아이디어·표현 이분법 적용 (핵심 판시)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판시 부분입니다. 법원은 먼저 저작권 침해 판단의 법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확인하였습니다.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하고, 표현형식이 아닌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에 독창성·신규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거기에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12095 판결,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다16742 판결).
이러한 법리에 따라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어문저작물의 창작적 표현형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투자분석가들의 투자 의견을 점수화하여 표현하는 방식’ 자체는 아이디어나 이론에 해당할 뿐이어서 그 자체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이 사건 어문저작물의 구체적인 표현형식과 피고 홈페이지 및 피고 MTS에 표현된 투자의견 컨센서스 차트 등이 서로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9. 선고 2023가합50767 판결,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려면 구동 화면의 유사성이 아닌 소스코드의 동일·유사성을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구동 화면이 유사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구현하는 방법이나 수단은 매우 다양하므로, 화면 유사성만으로 소스코드의 동일·유사성을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6호,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는 소스코드 감정 등을 통해 소스코드 자체의 동일·유사성을 직접 입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② ‘방식’, ‘방법’,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닙니다 —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의 핵심입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투자의견을 점수화하여 표현하는 방식’ 자체는 아이디어나 이론에 해당할 뿐이어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12095 판결).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닌 그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창작적 표현형식을 보호합니다. 아무리 독창적인 아이디어라도 그것이 구체적인 표현으로 외부에 나타나지 않으면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③ 공시자료 등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정보에 기초한 화면 구성의 유사성은 저작권 침해의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피고 MTS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이 대부분 공시자료에 기초한 것이므로 원고 프로그램과 대체로 동일한 내용의 정보가 표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저작권 침해 불인정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다16742 판결).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표현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④ 저작권 등록은 저작권 발생의 요건이 아니며, 등록만으로 침해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이 판결에서 원고는 세 가지 저작물 모두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침해 주장이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않고 (저작권법 제10조 제2항), 저작권 등록은 단지 추정력을 부여하는 공시제도에 불과합니다.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려면 ① 저작물성, ② 의거관계, ③ 실질적 유사성의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55068 판결).

마치며 — “화면이 비슷하다고 저작권 침해가 아닙니다 —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을 보호합니다”
이 판결은 저작권법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인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도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컴퓨터프로그램의 구동 화면이 유사하더라도 소스코드의 동일·유사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고, 서비스의 방식이나 방법 자체는 아이디어에 불과하여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소프트웨어·핀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① 경쟁사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려면 구동 화면 비교가 아닌 소스코드 감정을 통한 직접 입증을 준비하고, ② 자신의 서비스 방식이나 방법을 보호하려면 저작권이 아닌 특허권(영업방법 특허 등)을 통한 보호를 검토하며, ③ 저작권 등록이 곧 침해 인정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고, ④ 공시자료 등 공공영역에 속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저작권 보호의 범위가 제한적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화면이 비슷하다고 저작권 침해가 아닙니다.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을 보호합니다. 투자의견을 점수화하는 방식은 아이디어입니다. 그 방식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코드, 디자인, 문장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아이디어를 독점하려면 저작권이 아닌 특허권을 검토하십시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9. 선고 2023가합50767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12095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55068 판결,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다16742 판결,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제16호, 제10조 제2항, 제101조의4, 제123조, 제125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