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 가격을 잘못 올렸다면 취소할 수 있을까?

0 하나를 빠뜨렸을 뿐인데, 물건을 돌려받지 못한다고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317,000원에 올려야 할 물건을 실수로 31,700원에 올렸다가 바로 팔렸습니다. “가격을 잘못 적었으니 거래를 취소해 달라”고 하면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단순히 “가격을 잘못 적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법적으로 거래를 취소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6년 4월, 판매희망 가격의 10%로 잘못 기재하여 중고거래를 한 판매자가 착오를 이유로 거래 취소를 주장한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가격 오기재 취소
중고거래 플랫폼 가격 오기재 취소

1. 사건 개요 및 사실관계 요약

이 사건은 중고거래 플랫폼 C에서 발생한 분쟁입니다.

원고(판매자) A는 2025년 3월 28일, 자신이 사용하던 물품 2종(이하 ‘이 사건 물품’)을 중고거래 플랫폼에 게시하였습니다. 원고가 실제로 받고자 했던 판매희망 가격은 합계 3,170,000원(제1항 물품 1,420,000원 + 제2항 물품 1,750,000원)이었으나, 실수로 그 10%에 해당하는 317,000원(제1항 물품 142,000원 + 제2항 물품 175,000원)으로 게시하였습니다.

피고(구매자) B는 같은 날 원고에게 이 사건 물품을 모두 구매하겠다고 하였고, 원고는 물품을 배송하였으며 피고는 플랫폼을 통해 대금을 결제하고 구매를 확정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입금된 금액을 보고 가격을 잘못 기재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피고에게 물품 반환을 요청하였습니다. 피고는 보상금 500,000원 지급 또는 물품 재구매를 제안하였으나 협의가 결렬되었습니다. 원고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결국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소송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2. 핵심 쟁점 Q&A

Q1. 원고는 어떤 법적 근거로 거래 취소를 주장했나요?

A. 원고는 민법 제109조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를 주장하였습니다. 민법 제109조 제1항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원고는 판매희망 가격 3,170,000원을 317,000원으로 잘못 기재한 것이 바로 이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Q2. 법원은 왜 착오 취소를 인정하지 않았나요?

A. 법원은 두 가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가격에 관한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합니다.

법원은 부동산 매매에서 시가에 관한 착오는 동기의 착오에 불과할 뿐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9337 판결)를 인용하면서, 이 사건 중고거래에서의 가격 착오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동기의 착오란, 의사표시 자체에는 착오가 없지만 그 의사표시를 하게 된 이유나 배경에 착오가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물건이 이 정도 가격이니까 팔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은 동기의 착오입니다. 원칙적으로 동기의 착오는 취소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둘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다는 점이 상대방에게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동기의 착오도 예외적으로 취소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42635 판결).

즉, “나는 이 물건을 3,170,000원이 적정 가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판매한다”는 동기가 상대방인 피고에게 명확히 표시되어 거래의 내용이 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가격 오기재 착오 취소
중고거래 플랫폼 가격 오기재 착오 취소

Q3. 착오 취소가 인정되려면 어떤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나요?

A. 판결에서 인용된 대법원 판례들을 종합하면,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려면 다음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요건내용
① 중요부분의 착오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여겨질 정도의 착오여야 함
② 동기 표시동기의 착오인 경우, 그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어 법률행위의 내용이 되었어야 함
③ 결정적 영향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표의자가 증명해야 함
④ 표의자의 중과실 없을 것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취소 불가(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

이 사건에서 원고는 ①과 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Q4. 피고가 보상금 50만 원을 제안한 것은 법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피고의 보상금 제안은 법적 의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임의적인 호의 제안에 불과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거래가 유효하게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으므로, 피고는 이미 정당하게 물건을 취득한 것입니다. 피고가 보상금을 제안하였다가 협의가 결렬된 사실은 양형이나 손해배상 판단에 참고될 수 있을 뿐, 거래의 효력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고가 보상금을 제안한 사실은, 피고 스스로도 원고의 가격 착오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착오 취소의 요건이 충족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Q5. 만약 원고가 게시글에 “이 가격은 희망 판매가의 10%로 잘못 기재된 것”이라고 명시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요?

A.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기의 착오가 취소 사유가 되려면 그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어 법률행위의 내용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게시글에 “정가 3,170,000원짜리 물건을 317,000원에 올립니다”와 같이 기준 가격을 명시하거나, 거래 전 채팅에서 “이 가격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식으로 가격 기준을 상대방에게 표시하였다면, 법원이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인정할 여지가 생겼을 것입니다. 증거 확보와 표시 방법이 결과를 바꿀 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3. 원고가 직면한 위기와 문제점

원고가 처한 상황은 중고거래를 자주 이용하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첫째, 숫자 하나의 실수가 약 283만 원의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판매희망 가격 3,170,000원과 실제 거래가격 317,000원의 차액은 2,853,000원에 달합니다. 단순한 입력 실수가 수백만 원의 경제적 손실로 직결된 것입니다.

둘째, 플랫폼 거래의 신속성이 취소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게시 즉시 구매가 이루어지고, 구매 확정까지 자동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고가 착오를 인식했을 때는 이미 물건이 배송되고 대금까지 입금된 상태였습니다.

셋째, ‘당연히 취소되겠지’라는 법적 오해가 문제를 키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백한 실수이니 당연히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민법은 거래 상대방의 신뢰와 거래 안전을 중요하게 보호합니다. 착오 취소는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만 인정됩니다.

4.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가

원고는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하였습니다.

협의 시도: 먼저 피고에게 직접 물품 반환을 요청하였고, 피고가 보상금 50만 원 지급 또는 물품 재구매를 제안하는 등 협의가 진행되었으나 최종적으로 결렬되었습니다.

내용증명 발송: 협의 결렬 후 원고는 “판매가격을 판매희망 가격의 10%로 잘못 기재하였으니 거래를 취소하고 물품을 반환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습니다. 내용증명은 의사표시의 도달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착오 취소의 의사표시를 공식화하는 절차였습니다.

소송 제기: 내용증명에도 피고가 응하지 않자 원고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착오 취소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소송비용까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원고는 물건도 돌려받지 못하고 소송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하는 결과를 맞이하였습니다.

법무법인 경세 김정민변호사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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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올리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세요

이 판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가격을 잘못 기재하는 실수는 법적으로 구제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민법은 거래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기 때문에, 단순한 가격 착오는 ‘동기의 착오’로 보아 취소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게시글을 올리기 전 가격을 반드시 재확인하고, 만약 착오가 발생했다면 상대방이 구매 확정을 하기 전에 신속하게 취소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거래가 완료된 이후에는 협의를 통한 해결이 사실상 유일한 현실적 방법임을 이 판결은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고거래, 올리기 전 숫자 하나를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수백만 원의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