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논문에 지도교수가 공동저자로-저작권침해 손해배상

“교수님, 제 논문에 왜 이름이 올라가 있나요?” – 지도교수가 공동저자로 등재된 사건
학술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는 연구자라면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지도교수가 관행이라는 이유로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심지어 병원 홈페이지에 자신의 연구업적으로 버젓이 게시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이 판결은 그 오랜 관행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법원은 아무런 창작적 기여 없이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행위는 불법행위라고 명확히 판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 저작자인 제자가 지도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아낸 이 사건은, 학계에 만연한 ‘저자 편승’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선례가 되었습니다.

제자 논문에 지도교수가 공동저자료 등재
제자 논문에 지도교수가 공동저자료 등재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A는 2014년경 학술 논문(이하 ‘이 사건 논문’)을 작성하여 출판하였습니다. 이 사건 논문의 제1저자는 원고이고, 책임저자는 D병원 병리과 교수 E이었습니다.

그런데 D병원 인터넷 홈페이지의 피고 B 소개란에는 피고의 연구업적으로 이 사건 논문의 공동저자임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논문 작성 당시 D병원 병리학교실 주임교수 및 병리과 과장이었습니다.

책임저자인 E 교수는 2025년 1월 10일 ‘이 사건 논문의 공동저자로 등재된 피고 등은 연구 설계, 실험, 논문 작성, 출판 등의 과정에 어떠한 기여나 관여를 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또한 피고 스스로도 병리과 교실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주임교수로서 공저자에 포함되는 관행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는 취지를 인정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 5,000,000원을 청구하였고, 1심에서 패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 3,000,000원의 손해배상을 인정받았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가. 아무런 기여 없이 저자로 등재하는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가?

피고는 연구의 검체 데이터 축출을 돕고, 병원 기자재 및 임상데이터를 활용하도록 도왔으며, 논문 출판에 앞서 최종본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관여하였으므로 공동저자로 등재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관여가 저작자로 인정받기에 충분한 ‘창작적 기여’에 해당하는지가 첫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나.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가?

피고는 책임저자인 E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공동저자로 등재될 수 있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실제 저작자 또는 책임저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도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가 두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다.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시효로 소멸하였는가?

피고는 원고가 2019년 6월 10일 국민신문고에 관련 진정을 하였으므로 그 시점에 이미 불법행위를 알았고,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언제인지가 세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제자 논문 지도교수가 공동저자로 등재-저작권침해
제자 논문 지도교수가 공동저자로 등재-저작권침해

3. 판시 내용

가. 지도·감독·조언만으로는 저작자 불인정

법원은 저작자의 요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하는 것으로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이고, 논문의 저술이나 실험을 지도, 감독하고 조언하는 것만으로는 창작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저작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법원은 피고가 주임교수로서 검체 데이터 축출을 돕고, 병원 기자재 및 임상데이터를 활용하도록 도왔으며, 최종본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 주장 자체로 이 사건 논문의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동의가 있어도 불법행위 성립

법원은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의 입법 취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위 규정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저작물에 저작자로 표시된 저작자 아닌 자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자신의 저작물에 저작자 아닌 자가 저작자로 표시된 실제 저작자의 인격적 권리뿐만 아니라 저작자 명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이상 불법행위는 성립하고, 사회 통념에 비추어 사회 일반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공표에 저작자 아닌 자와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다. 소멸시효 항변 기각 — 실제 인지 시점 기준

법원은 원고가 2019년 6월 10일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시점에 이 사건 불법행위를 알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오히려 원고가 2020년 10월 19일 다른 단체에 진정할 때 이 사건 논문은 빠져 있었던 사실에 비추어, 원고가 2019년 6월 10일경에는 이 사건 불법행위를 알지 못하였다고 보아 소멸시효 항변을 기각하였습니다.

라. 손해배상액 — 3,000,000원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손해배상액을 3,000,000원으로 정하였습니다.

  • 다른 저자가 더해짐으로써 이 사건 논문에 대한 원고의 기여 비율이 낮아지는 손해가 발생하였으나 그 손해액을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점
  • 피고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저자로 등재하여 원고의 저작인격권 등을 침해한 점
  • 지도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제자들의 논문에 저자로 편승하는 관행을 근절할 필요가 있는 점
  • 피고가 원고의 지도교수였고 논문 작성 과정에 조언이나 지도 등으로 관여하였다고 보이는 점
  • 학술·전문적인 이 사건 논문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읽히거나 판매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4. 핵심 포인트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내용
저작자의 요건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저작자 — 지도·감독·조언·승인만으로는 저작자 불인정
동의의 효력실제 저작자나 책임저자의 동의가 있어도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한 불법행위는 성립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의 보호법익실제 저작자의 인격적 권리뿐만 아니라 저작자 명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
소멸시효 기산점불법행위를 실제로 인지한 시점이 기준 — 관련 진정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인지 시점으로 단정 불가
손해배상 산정기여 비율 저하로 인한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재량으로 결정
관행의 법적 위험주임교수·지도교수로서 제자 논문에 관행적으로 이름을 올리는 행위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발생 가능
법무법인 경세 콘텐츠 김정민 변호사
법무법인 경세 콘텐츠 김정민 변호사

“관행이었다”는 말은 법정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이 판결은 학계에 오랫동안 묵인되어 온 ‘저자 편승’ 관행에 법원이 직접 제동을 건 사례입니다. 피고 스스로도 이메일에서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인정하였듯이, 이 관행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알면서도 묵인해온 관행이 이제는 법적 책임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연구자라면 이 판결을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리려면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합니다. 데이터 제공, 기자재 지원, 최종본 승인, 지도·조언만으로는 저작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해도 불법행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논문에 아무런 기여 없이 타인이 저자로 등재되어 있다면, 이 판결처럼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 연구의 가치는 내가 지켜야 합니다.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참아왔다면, 이제는 달라질 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