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변호사-교량 디자인도 저작권 보호 대상-경도대교 판결이 건설업계에 던진 메시지

“공학적 기능이 우선시되는 교량 같은 토목 구조물은 디자인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건설업계의 오랜 통념이 대법원 판결로 깨졌습니다. 대법원 제2부는 2025년 12월 4일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교량 디자인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며, 교량의 심미적 디자인도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5다215718 판결).

이번 판결은 그동안 국내 건설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디자인 베끼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1,082억 원 규모의 경도지구 진입도로 개설 공사 턴키 입찰 설계안을 둘러싼 이 사건은 교량이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지닌 저작물임을 법적으로 확인받은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교량 디자인 저작권 보호 판례
교량 디자인 저작권 보호 판례

1. 사건의 경과

가. 사건의 배경

주식회사 이디아이환경디자인(원고)은 주식회사 바름디자인(피고)이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발주한 경도지구 진입도로 개설 공사 턴키 입찰에서 자신들의 사장교와 아치교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중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자신들의 교량 디자인 도안을 무단으로 복제하여 사용함으로써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및 배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 1심 판결 – 원고 패소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2024년 6월 27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4. 6. 27. 선고 2022가합100986 판결). 1심 재판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원고의 주장을 100% 인정한 감정 결과에도 불구하고, “교량은 역학적 구조와 기능에 따라 형태가 결정되므로 표현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1심 법원은 “이 사건 각 도안은 기능적 저작물로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4. 6. 27. 선고 2022가합100986 판결).

다. 항소심 판결 – 1심 판결 파기, 원고 승소

수원고등법원은 2025년 7월 3일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바름디자인이 이디아이환경디자인의 사장교와 아치교 도안을 무단으로 사용해 저작재산권을 침해했으니 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라. 대법원 판결 – 상고 기각, 원고 승소 확정

대법원 제2부(재판장 권영준)는 2025년 12월 4일 대법관 4명의 전원 일치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며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5다215718 판결). 이로써 교량의 심미적 디자인을 독자적인 저작물로 인정하는 판결이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2. 핵심 쟁점 –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 인정 여부

가. 기능적 저작물의 개념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는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습니다. 건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건축 분야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용의 편의성 등에 따라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교량과 같은 토목 구조물도 건축저작물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으나, 기능적 저작물의 특성상 창작성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나.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 판단 기준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건축저작물과 같은 기능적 저작물의 경우,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어떤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다. 기능과 심미적 요소의 분리 가능성

이번 사건에서 항소심과 대법원 재판부는 “교량의 ‘기능적 요소’와 ‘심미적 요소’를 분리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의 교량 디자인(주탑의 곡선미, 아치 형상의 비례 등)은 실용적 기능을 넘어 작성자의 미적 감각과 정신적 노력이 포함된 창작물”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법원은 “아무리 공학적 제약이 있더라도 그 안에서 설계자가 선택한 특정한 곡선과 형태는 ‘기능’이 아닌 ‘표현’의 영역이므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응용미술저작물의 보호 요건인 ‘분리가능성’과 유사한 논리입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5호는 응용미술저작물을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로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응용미술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산업적 목적으로의 이용을 위한 ‘복제가능성’과 해당 물품의 실용적·기능적 요소로부터의 ‘분리가능성’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2다41410 판결).

3. 저작권 침해의 요건 –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

가. 의거성의 인정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어야 하고,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2다73493, 73509 판결).

항소심 법원은 피고 측 설계사가 원고 회사에서 근무했던 점을 지적하며, 원고 회사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의거성을 인정했습니다.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의 요건인 의거관계는 침해자가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다는 것인데, 침해자가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접근할 수 있었고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면 의거관계가 추정됩니다(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2다73493, 73509 판결).

나. 실질적 유사성의 인정

법원은 “두 디자인이 주탑의 형상, 케이블의 배치, 아치의 비례 등에서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감정 결과(2023년 10월)도 원고의 주장을 100% 인정했습니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하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므로, 복제권 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9. 27. 선고 2019나2130 판결).

4. 손해배상액의 산정

법원은 피고에게 6,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습니다. 저작권법 제125조는 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1항은 “저작재산권자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권리를 침해한 자에 대하여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자기가 받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권리를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 이익의 액을 저작재산권자등이 받은 손해의 액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자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권리를 침해한 자에게 그 침해행위로 자기가 받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권리의 행사로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응하는 액을 저작재산권자등이 받은 손해의 액으로 하여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가 침해행위와 유사한 형태의 저작물 사용과 관련하여 저작물사용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받은 사례가 있는 경우라면, 그 사용료가 특별히 예외적인 사정이 있어 이례적으로 높게 책정된 것이라거나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상대방과 통모하여 비정상적으로 고액으로 정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용계약에서 정해진 사용료를 저작권자가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얻을 수 있는 금액으로 보아 이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함이 상당합니다(서울고등법원 2015. 1. 15. 선고 2014나2024301 판결).

또한 저작권법 제126조는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제125조의 규정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5. 10. 선고 2004가합67627 판결).

5. 건설업계의 디자인 베끼기 관행

가. 해외 구조물 모방 사례

기사에 따르면 국내 건설 현장에서는 해외의 유명한 구조물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해외 공모전에 나온 디자인들을 그대로 원용해 시공하는 관행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2023년 대한토목학회 주최 ‘올해의 토목 구조물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만경대교’는 두바이 알 이티아드 대교의 형상을 모방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2016년 개통한 영암~해남 연결도로 교량도 중국 항저우의 지우바오대교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 턴키 입찰에서의 디자인 도용

턴키 입찰 방식에서는 설계와 시공을 일괄 발주하기 때문에, 입찰 단계에서 제출된 설계안이 그대로 시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타인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발주한 1,082억 원 규모의 경도지구 진입도로 개설 공사 턴키 입찰에서 발생한 것으로, 피고 측 설계사가 원고 회사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이용하여 원고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교량 디자인 저작권 보호 대법원
교량 디자인 저작권 보호 대법원

6. 이번 판결의 의의와 시사점

가. 교량 디자인의 저작물성 인정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교량과 같은 토목 구조물의 디자인도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1심에서는 “교량은 기능적 저작물로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은 “교량의 기능적 요소와 심미적 요소를 분리하여 판단해야 한다”며 교량 디자인의 저작물성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건축저작물의 창작성 판단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교량 디자인에도 적용한 것으로, “건축저작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어떤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확인한 것입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나. 디자인 베끼기 관행에 대한 경고

이번 판결은 그동안 건설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디자인 베끼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승소를 이끈 이디아이환경디자인 엄성렬 대표는 “1심 판결에서는 마치 교량 디자인 베끼기가 합법적인 엔지니어링 행위인 것처럼 호도되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교량이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지닌 저작물임을 법적으로 확인받은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많게는 수천억 원을 들여 100년 이상 국가와 지역의 상징물 역할을 하는 랜드마크 건축물들이 해외 건축물의 복제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건설업계가 단순한 시공이 아닌 디자인과 설계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고유한 디자인을 중시하고 개발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다. 실무상 유의사항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교량이나 건축물의 디자인을 개발할 때 타인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해외의 유명 구조물이나 공모전 출품작 등을 참고할 때는 저작권 침해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턴키 입찰 등에서 설계안을 제출할 때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독창적인 디자인을 사용해야 합니다. 타 회사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이전 회사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셋째, 디자인 개발 과정에서 투입된 인적·물적 투자를 명확히 문서화하고 입증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이는 향후 저작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디자인이 독창적인 창작물임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넷째, 가능하다면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고려해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53조 제3항은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저작자로 실명이 등록된 자는 그 등록저작물의 저작자로, 창작연월일 또는 맨 처음의 공표연월일이 등록된 저작물은 등록된 연월일에 창작 또는 맨 처음 공표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등록을 통해 저작자 지위를 보다 쉽게 입증할 수 있습니다.

나가며

대법원의 경도대교 디자인 저작권 침해 판결은 교량과 같은 토목 구조물의 디자인도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판결입니다. 이번 판결은 “공학적 기능이 우선시되는 교량은 디자인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건설업계의 오랜 통념을 깨고, 교량의 심미적 요소가 기능적 요소와 분리되어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내 건설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디자인 베끼기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술적 제약이라는 주장 뒤에 숨어 디자인을 도용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고유한 디자인을 중시하고 개발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국내 건설업계가 단순한 시공 중심에서 벗어나 디자인과 설계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독창적인 디자인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건설업계의 창의적인 디자인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정보

참고 재판요지

  •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건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건축 분야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용의 편의성 등에 따라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축저작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어떤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 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2다41410 판결: 응용미술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산업적 목적으로의 이용을 위한 ‘복제가능성’과 해당 물품의 실용적·기능적 요소로부터의 ‘분리가능성’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2다73493, 73509 판결: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의 요건인 의거관계는 침해자가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다는 것인데, 침해자가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접근할 수 있었고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면 의거관계가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