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축제 PDF 파일에 사용한 유료 서체, 360만 원 배상 청구 받았다면?”
디지털 시대에 서체(폰트)는 디자인의 핵심 요소입니다. 그런데 유료 서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가 수년 후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축제나 행사 홍보물처럼 일회성으로 제작한 자료에 사용한 서체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2015년 축제 홍보물 제작 시 유료 서체를 무단 사용하여 36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받았으나, 법원이 50만 원만 인정한 사례를 통해 서체 저작권 침해의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당사자 관계
원고 A 주식회사는 서체 개발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자신이 개발한 ‘C’, ‘D’가 포함된 서체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에 대하여 저작권을 등록한 저작권자입니다.
피고 B는 전주시 덕진구에 소재한 ‘F’의 대표자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서체 무단 사용
피고는 2015년 4월 22일경 G위원회의 ‘H축제’ PDF 파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C’, ‘D’ 서체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다수의 문구를 작성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손해배상 청구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서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36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으나, 원고가 불복하여 항소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8. 선고 2024가소1631941 판결).
항소심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부는 2025년 5월 30일 1심 판결을 변경하여 피고에게 5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원고가 청구한 360만 원의 약 14%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쟁점 1: 서체 프로그램의 저작권 침해 여부
서체 프로그램이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피고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가 첫 번째 쟁점입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6호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로 정의합니다(저작권법 제2조 제16호).
대법원은 서체파일이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하고 서체파일 제작에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되어 있어 그 창작성도 인정되므로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다23246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쟁점 2: 손해배상액의 산정 방법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자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권리를 침해한 자에게 그 침해행위로 자기가 받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권리의 행사로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응하는 액을 저작재산권자등이 받은 손해의 액으로 하여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정상조, 『저작권법 주해』, 박영사(2007년), 1186면).
여기서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이라 함은 침해자가 저작물의 사용 허락을 받았더라면 사용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말합니다(대법원 2001. 11. 30. 선고 99다6963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쟁점 3: 원고가 주장한 손해액의 적정성
원고는 36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이 금액이 피고의 침해행위와 유사한 형태로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하고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가 주장한 손해액은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의 라이선스 가격을 기초로 산정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라이선스에는 피고가 사용한 ‘C’, ‘D’ 서체 외에도 수백 종의 다른 서체가 포함되어 있고, 문서, 영상물, 2차 제작물, CI/BI, 교육, 사인물,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에 대한 대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쟁점 4: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른 손해액 인정
원고가 주장한 손해액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저작권법 제126조는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제125조의 규정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저작권법 제126조, 정상조, 『저작권법 주해』, 박영사(2007년), 1186면).

3. 판시 내용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법원은 서체파일이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하고 서체파일 제작에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되어 있어 그 창작성도 인정되므로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다23246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따라서 서체파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설치, 사용하는 행위는 서체파일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에 관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원고 주장 손해액의 부인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액이 피고의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와 유사한 형태로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하고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거나,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의 사용에 대한 적법한 허락을 받았을 경우 그 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첫째, 출시 연도의 차이 피고가 사용한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은 2014년도 이전에 출시된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인 반면,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이후에 출시된 프로그램을 기초로 산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출시 연도의 차이에 따른 가격변동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그 가격이 적절하게 산정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둘째, 포함된 서체의 범위 원고가 판매하고 있는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에는 피고가 이용한 ‘C’, ‘D’ 서체를 포함하여 수백 종의 다른 서체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고가 주장하는 라이선스 금액은 800종에 달하는 서체를 문서, 영상물, 2차 제작물, CI/BI, 교육, 사인물,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에 대한 대가이며, 여기에는 피고가 사용하지 않은 다수의 서체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제작하지 않은 CI/BI나 사인물, 모바일 등에 관한 이용 대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셋째, 개별 서체 사용료의 불명확성 원고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서나 인증서에는 서체의 개별적인 사용료가 별도로 표시되어 있지 않고 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른 손해액 인정
법원은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변론 전체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저작권법 제126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원고의 손해액을 5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유리한 사정
- 피고는 영리 목적으로 ‘F’을 운영하면서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했습니다.
불리한 사정
- 피고는 G위원회의 ‘H축제’ PDF 파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만 서체를 사용한 것으로 보여 이를 접한 대상은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에 한정되었습니다.
- 피고가 ‘C’, ‘D’ 서체를 여러 차례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홍보물의 배포와 사용기간 또한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피고가 사용한 것으로 인정되는 ‘C’, ‘D’ 서체는 원고가 유료로 판매한 이 사건 서체 프로그램의 수백 가지의 서체 가운데 일부에 불과합니다.
- 피고가 ‘C’, ‘D’ 서체를 사용한 시점으로부터 다소 오랜 시간이 경과되었고 그로 인해 얻은 경제적 이익이 크다는 자료를 찾을 수 없습니다.
- 피고가 2019년 12월 4일경 원고로부터 라이선스를 구매하기도 했고 2020년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지연손해금
법원은 피고가 소장을 송달받고도 1심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기일에 출석도 하지 않는 등 변론종결일까지 전혀 다투지 않았으므로, 지연손해금은 소장 송달 다음 날인 2024년 8월 2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해진 연 12%의 비율로 계산하도록 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4. 핵심 포인트
서체 프로그램의 저작권 보호
이 사건은 서체 프로그램이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음을 재확인했습니다. 대법원은 서체파일이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하고 서체파일 제작에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되어 있어 그 창작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다23246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따라서 서체파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설치, 사용하는 행위는 서체파일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손해배상액 산정의 합리성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360만 원의 손해배상액이 피고의 침해행위와 유사한 형태로 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하고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특히 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했습니다.
- 출시 연도의 차이에 따른 가격변동 가능성
- 원고의 라이선스에 포함된 수백 종의 서체 중 피고가 사용한 것은 일부에 불과
- 원고의 라이선스에 포함된 다양한 사용 분야 중 피고가 사용한 것은 일부에 불과
- 개별 서체 사용료의 불명확성
이는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 시 손해액을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저작권법 제126조의 적용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손해액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변론 전체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저작권법 제126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법원은 피고의 사용 범위, 사용 기간, 경제적 이익, 이후의 라이선스 구매 등 다양한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5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이는 원고가 청구한 360만 원의 약 14%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일회성 사용의 고려
법원은 피고가 축제 홍보물 제작이라는 일회성 목적으로 서체를 사용했고, 홍보물의 배포와 사용기간이 한정적이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이는 서체 무단 사용의 손해배상액 산정 시 사용의 범위와 기간이 중요한 요소가 됨을 보여줍니다.
실무상 유의사항
1. 서체 라이선스 확인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사용하는 서체의 라이선스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2. 일회성 사용도 저작권 침해 축제 홍보물처럼 일회성으로 제작하는 자료에 사용한 서체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사용 범위나 기간이 한정적이라고 해서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3. 손해배상액의 합리적 산정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손해액을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합니다. 특히 패키지로 판매되는 서체 프로그램의 경우 실제 사용한 서체의 개별 가격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4. 저작권법 제126조의 활용 손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침해 행위의 구체적인 양상, 사용 범위, 경제적 이익 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저작권법 제126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5. 무료 서체의 활용 저작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체를 활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무료 서체를 배포하고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6. 라이선스 구매의 중요성 상업적 목적으로 서체를 사용하는 경우 반드시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가 2019년에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2020년에 무료 인증을 받은 점이 손해액 산정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7. 소송 대응의 중요성 이 사건에서 피고는 1심에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당한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서체 저작권 침해, 사용 범위와 기간이 손해배상액을 결정한다”
이 사건은 서체 프로그램의 무단 사용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손해배상액은 실제 사용 범위와 기간, 경제적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산정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법원은 원고가 청구한 360만 원 중 50만 원만 인정했는데, 이는 피고가 축제 홍보물 제작이라는 일회성 목적으로 일부 서체만 사용했고, 사용 기간과 범위가 한정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나76500 판결).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사용하는 서체의 라이선스를 반드시 확인하고,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합니다. 특히 패키지로 판매되는 서체 프로그램의 경우 실제 사용한 서체의 개별 가격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작권 침해로 손해배상을 청구받은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실제 사용 범위와 경제적 이익을 입증하는 것이 손해배상액을 합리적으로 산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작권 침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적절히 대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