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변호사-골프코스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스크린골프장에서 실제 골프장을 그대로 재현한 영상을 즐겨보신 적 있으신가요? – 골프코스 저작권 분쟁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나왔습니다.
그 영상 속에 담긴 골프코스의 설계, 즉 페어웨이의 굴곡, 벙커의 위치, 그린의 형태는 누군가가 수년간 공들여 만들어낸 창작물입니다. 그런데 스크린골프 업체가 골프장 소유주와만 협약을 맺고 그 코스를 영상화하여 판매한다면, 코스를 설계한 설계자의 권리는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4다229671 판결은 바로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 사건입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한 원고들이 대법원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이 판결,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골프코스 저작권 분쟁-대법원의 판단
골프코스 저작권 분쟁-대법원의 판단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와 문제

가. 원고들의 사업과 골프코스 설계

원고 주식회사 A와 주식회사 B는 골프장 건설과 관련하여 골프코스 설계 및 시공 감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입니다. 원고들은 각각 여러 골프장 소유주와 골프장 설계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각 골프장의 골프코스 설계를 완료하였습니다.

나. 피고들의 사업과 문제의 발단

피고 주식회사 BL(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C)과 주식회사 F는 국내외 여러 골프장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용 골프코스 영상을 제작하는 사업을 영위하였습니다. 피고들은 이 사건 각 골프장의 소유주와 이용협약을 체결한 후, 원고들이 설계한 골프코스를 재현한 영상을 제작하여 스크린골프장 운영업체에 제공하였습니다.

다. 원고들이 직면한 위기

원고들이 직면한 위기의 핵심은 설계자와 소유주의 권리 분리 문제였습니다. 피고들은 골프장 소유주와만 협약을 맺었을 뿐, 코스를 실제로 설계한 원고들의 동의는 전혀 구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수년간 창의적 노력을 기울여 완성한 골프코스 설계가 스크린골프 영상으로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에도,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적 대응에서도 연이어 벽에 부딪혔다는 점입니다. 1심과 원심(서울고등법원)은 모두 “골프코스는 창조적 개성이 발현되어 있지 않아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배척하였습니다. 골프코스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지 자체가 부정된 것입니다.

2. 쟁점 정리 —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가

가. 원고들의 법적 대응 전략

원고들은 이 사건 각 골프코스의 저작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청구를 제기하였습니다.

피고청구 내용
주식회사 F저작재산권 침해행위 정지 + 침해행위로 만들어진 물건 폐기
피고들 전원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

원고들의 핵심 주장은 골프코스가 건축저작물 또는 그에 준하는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며, 피고들이 골프코스 구성요소들의 구체적인 배치 등을 그대로 사용하여 영상화한 행위가 복제권 및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 핵심 쟁점 — 골프코스에 창작성이 있는가

이 사건의 유일한 쟁점은 골프코스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원심이 창작성을 부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원심의 창작성 부정 근거
원고들이 기능적 요소를 제외한 창작적 표현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함
시설물·홀 배치가 지형과 기능적 요소에 의해 제약됨
티잉그라운드·페어웨이·벙커 등은 다른 골프코스에서도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요소
개별 홀의 구성요소 형태·배치·조합이 기능적 목적 달성을 위한 것
자연물 조경 등 자연적 요소는 미적 형상으로서의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음

이에 대해 원고들은 상고심에서, 골프코스를 이루는 구성요소들의 선택·배치·조합을 통해 나타난 전체적인 형상이 창작성 있는 표현이라고 구체적으로 특정하며 반론을 전개하였습니다.

골프코스 저작권 보호 가능할까
골프코스 저작권 보호 가능할까

3. 판시 내용 — 대법원의 최종 판단

가. 원심 파기 — 심리 미진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 법리 재확인

대법원은 기능적 저작물이라도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기능적·실용적 요소에 따른 제한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창작성이 일률적으로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② 골프코스 설계자의 창조적 개성 발휘 가능성 인정

대법원은 골프코스 설계자가 골프 규칙 등에 따른 제한이나 지형에 따른 제약을 고려하면서도, 구성요소들을 다양하게 선택·배치·조합하는 등으로 다른 골프코스와는 구별되도록 창조적 개성을 발휘하여 골프코스를 설계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③ 원고들의 창작성 특정 인정

대법원은 원고들이 제1심과 원심 변론 과정에서 “이 사건 각 골프코스를 이루는 구성요소들의 선택·배치·조합 등을 통해 나타난 전체적인 형상”을 창작성 있는 표현으로 특정하였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선택·배치·조합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거나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기존의 골프코스와는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④ 원심의 심리 미진

대법원은 원심이 원고들이 특정한 구성요소들의 선택·배치·조합 형상이 기능 또는 실용적 사상을 넘어 기존 골프코스와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창작성을 부정한 것은 저작물의 창작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4. 핵심 포인트 — 소송 전략상 배울 점과 미흡한 점

가. 배울 점 ✅

① 상고심에서의 창작성 특정 전략 전환

원심에서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 것은 “기능적 요소가 제외된 창작적 표현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하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원고들은 상고심에서 이 약점을 보완하여 “구성요소들의 선택·배치·조합을 통해 나타난 전체적인 형상”이라는 방식으로 창작성 있는 표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였고, 대법원은 이를 유효한 특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주장을 정교하게 다듬은 것이 파기환송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② 게임저작물 법리의 유추 활용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게임저작물의 창작성에 관한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12095 판결을 참조 판례로 인용하였습니다. 골프코스의 구성요소들이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어 이용객들에게 전략적 재미와 심미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논리는 게임저작물의 창작성 법리와 구조적으로 유사합니다. 이러한 유추 논리를 활용한 것은 새로운 유형의 저작물 보호를 주장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었습니다.

나. 미흡한 점 ❌

① 1심·원심에서의 창작성 특정 실패

원고들이 1심과 원심에서 기능적 요소와 구분된 창작적 표현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한 것은 소송 초기 전략의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원고는 보호받고자 하는 표현의 범위를 명확히 특정해야 합니다. 이를 처음부터 명확히 하였다면 1심과 원심에서의 패소를 피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② 파기환송 후 추가 심리의 불확실성

대법원의 파기환송은 원고들의 최종 승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환송심에서는 골프코스의 구성요소들의 선택·배치·조합이 실제로 기존 골프코스와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다시 심리하게 됩니다. 원고들은 환송심에서 각 골프코스의 설계 과정, 설계자의 창작적 의도, 다른 골프코스와의 구체적 차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③ 소유주와 설계자 간 권리 관계의 사전 정리 미흡

이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골프장 소유주가 설계자의 동의 없이 피고들과 이용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설계계약 체결 시 저작권 귀속 및 제3자 이용 허락에 관한 조항을 명확히 규정하였다면, 이러한 분쟁 자체를 예방하거나 법적 지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IT저작권변호사-김정민-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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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 창작의 경계는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 판결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기능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창작성이 일률적으로 부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골프코스, 건축물, 조경 설계 등 기능과 예술이 결합된 창작물은 그 구성요소들의 선택·배치·조합이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스크린골프 산업이 성장하면서 실제 골프코스의 영상화는 이미 거대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그 시장에서 설계자의 권리가 더 이상 묵살될 수 없다는 신호탄입니다. 환송심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골프코스 설계자의 저작권 보호 가능성을 정면으로 인정한 이 대법원 판결은 앞으로 유사한 분쟁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