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제작사 테스트 콘티 무단 사용-저작권 침해

“테스트 콘티니까 그냥 써도 되겠지.” 웹툰 제작사의 이 안일한 판단이 결국 법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식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채 작가의 콘티를 그대로 웹툰에 사용하고, 나중에 들키자 사과 이메일까지 보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은 고작 200만 원이었습니다. 1,000만 원을 청구했는데 왜 200만 원밖에 인정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테스트 콘티도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이 판결은 웹툰 업계 종사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저작권 법리를 담고 있습니다.

웹툰 테스트 콘티 무단 사용-저작권 침해
웹툰 테스트 콘티 무단 사용-저작권 침해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A는 웹툰 콘티 작가로, 피고 주식회사 B의 콘티 작가 모집 공고를 보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하였습니다.

피고는 2019. 9. 9.경 원고에게 웹소설 작품들을 검토하여 2화분 콘티를 제작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원고는 웹소설 “C”의 2화분 콘티를 제작하여 전송하였습니다. 피고는 각색 효과가 부족하다며 다른 소설들을 추가로 전달하였고, 원고는 2019. 11. 4.경 웹소설 “D”(이하 ‘이 사건 웹소설’)를 각색하여 1·2화분 콘티를, 2019. 11. 28.경 3화분 콘티를 추가로 전송하였습니다(이하 총 3화분을 ‘이 사건 콘티’).

이후 원고는 콘티 작업을 중단하였고, 피고와 정식 계약은 끝내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2020. 12.경 이 사건 웹소설을 기초로 한 웹툰 “D”(이하 ‘이 사건 웹툰’)를 제작하여 여러 웹툰 플랫폼에 게재하였습니다. 원고는 2021. 11. 26.경 온라인 카페에 피고가 이 사건 콘티를 무단으로 도용하여 웹툰을 제작하였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였고, 피고는 2021. 12. 8.경 원고에게 “원고의 작업물을 무단으로 도용한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송하였습니다. 이후 피고는 2022. 1. 21.경 이 사건 웹툰 일부를 수정하여 재게재하였습니다.

원고는 ① 5화분 콘티 작업 대가 250만 원, ② 콘티 제작 기간 동안 다른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최저 시급 상당 손해액 530만 원, ③ 저작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④ 저작인격권(성명표시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합계 1,000만 원을 구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네 가지입니다.

가. 테스트 콘티도 저작물로 보호받는가

웹소설을 각색하여 제작한 테스트 콘티가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특히 웹소설 원작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나. 피고가 이 사건 콘티의 공동저작자인가

피고가 콘티 제작 과정에서 이야기 구성, 인물 배경 구도, 대사 내용 등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수정을 요구하였으므로 공동저작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다. 이 사건 웹툰이 이 사건 콘티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는가

이 사건 웹툰이 이 사건 콘티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는지(의거관계), 그리고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라. 원고의 “참고하셔도 된다”는 말이 이용 허락에 해당하는가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콘티의 이용을 허락하였는지, 특히 원고가 “참고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고 한 발언이 적법한 이용 허락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웹툰 테스트 콘티-2023나80724
웹툰 테스트 콘티-2023나80724

3. 판시 내용

가. 테스트 콘티의 저작물성 — 인정

법원은 이 사건 콘티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상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으면 충분합니다. 법원은 ① 웹소설을 각색하여 웹툰을 제작하는 경우 표현형식이 ‘글’에서 ‘글과 그림’으로 변경되고, 웹소설에 없는 캐릭터의 외양·구체적 행동·공간 배치·말풍선 등이 새롭게 표현되는 점, ② 원고가 웹소설 원작에 없는 대사를 추가하고, 원작에 없는 인물의 행동을 묘사하고, 공간을 변경하는 등 독자적인 각색 작업을 수행한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콘티에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나. 피고의 공동저작자 주장 — 기각

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콘티의 공동저작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은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저작자가 되고,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보조적 관여를 한 자는 저작자가 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의견 제시가 일부 아이디어 내지 편집에 관한 것일 뿐, 콘티 자체의 창작이나 세부적인 구성 등 ‘콘티 작가’에게 요구되는 창작적 기여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피고가 무단 도용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 이메일을 보내고 웹툰 일부를 수정한 행동 자체가 공동저작자 주장과 배치된다고 명확히 지적하였습니다.

다. 저작재산권 침해 — 인정, 이용 허락 — 불인정

법원은 이 사건 웹툰이 이 사건 콘티에 의거하여 작성되었고, 각 컷마다 등장하는 인물의 외양·구체적 행동·인물들과 배경의 구도·말풍선 위치와 대사의 대략적인 내용·기타 효과가 동일하거나 상당히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저작재산권(복제·배포권 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를 인정하였습니다.

이용 허락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가 “참고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고 한 발언은 테스트 콘티가 폐기 원칙임을 전제로 한 것이었고, 원고가 이용 허락을 한 적 없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현하였으며, 별도의 대가 없이 창작물을 무상으로 이용하도록 허락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다고 보아 이용 허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라. 저작인격권(성명표시권) 침해 — 기각

법원은 웹툰을 게재하면서 콘티를 제작한 작가의 이름까지 당연히 표시되어야 한다고 볼 만한 근거나 자료가 없고, 오히려 이 사건 콘티의 완성도 등에 비추어 성명이 표시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아 성명표시권 침해 주장을 기각하였습니다.

마. 손해배상액 —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200만 원 인정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콘티 제작 비용(1화당 40~50만 원)이 업계에서 일반화된 금액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웹툰 플랫폼 게시로 얻은 이익 관련 자료도 없다고 보아 원고 주장의 손해액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 결과를 참작하여 손해액을 200만 원으로 산정하였습니다. 이때 피고가 새로운 콘티 작가에게 1화당 20만 원을 지급한 사실, 해당 콘티 작가도 이 사건 콘티에 근거하여 작업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콘티가 웹툰 제작에 기여한 비중 등이 고려되었습니다.

웹툰 테스트 콘디 무단 사용-저작권 침해 변호사
웹툰 테스트 콘디 무단 사용-저작권 침해 변호사

4. 핵심 포인트

가. 테스트 콘티도 저작물이다 — 창작성의 낮은 문턱

이 판결은 정식 계약 전 제출한 테스트 콘티도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웹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각색 과정에서 원작에 없는 대사 추가, 인물 행동 묘사, 공간 변경 등 독자적인 창작적 기여가 있다면 창작성이 인정됩니다. 웹툰 업계에서 테스트 콘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은 법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나. 아이디어 제공은 공동저작자가 되지 않는다

법원은 제작사가 이야기 구성·인물 배경·대사 내용 등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수정을 요구하였더라도, 이는 아이디어나 소재를 제공하는 보조적 관여에 불과하여 공동저작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창작적 표현형식 자체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은 이상 공동저작자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웹툰 제작사가 작가에게 수정 지시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공동저작자 지위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다. “참고해도 된다”는 말은 이용 허락이 아니다

이 판결은 저작물 이용 허락의 범위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원고의 “참고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는 발언은 테스트 콘티 폐기 원칙을 전제로 한 것이었고, 법원은 별도의 대가 없이 창작물을 무상으로 이용하도록 허락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였습니다. 저작물 이용 허락은 명확한 의사표시와 그에 상응하는 대가 관계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라. 웹툰 콘티 작가의 성명표시권 — 업계 관행이 중요하다

법원은 웹툰 게재 시 콘티 작가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아 성명표시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웹툰 업계에서 콘티 작가의 성명표시 관행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음을 반영한 것입니다. 콘티 작가로서 성명표시권을 보호받으려면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성명표시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 실무적 시사점 — 웹툰 콘티 작업 체크리스트

점검 사항이 사건에서의 시사점
테스트 콘티의 저작물성창작적 각색 있으면 저작물 인정
제작사의 수정 지시아이디어 제공에 불과 → 공동저작자 불인정
“참고해도 된다”는 발언이용 허락으로 불인정
성명표시권 보호계약서에 명시적 조항 필요
손해액 산정증명 어려운 경우 저작권법 제126조 적용

마치며 — 테스트 콘티는 폐기 대상이 아니라 저작물입니다

이 판결은 웹툰 업계의 관행과 법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제작사 입장에서 테스트 콘티는 채용 심사 도구에 불과할 수 있지만, 법원은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창작적 노력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였습니다. 콘티 작가라면 테스트 작업 단계부터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명확히 하고, 이용 허락의 범위와 대가를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웹툰 제작사라면, 테스트 콘티라도 작가의 허락 없이 실제 작품에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