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저작권 분쟁, ‘형사취수제+부활’ 모티프 사용은 표절?-저작권변호사

“같은 모티프를 사용했다고 모두 표절은 아니다.” – 웹소설 저작권 분쟁
웹소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저작권 침해 분쟁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서는 ‘형사취수제’, ‘빙의’, ‘부활’ 등 유사한 모티프를 사용하는 작품들이 많아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웹소설 작가 간 저작권 침해 분쟁에서 법원이 ‘실질적 유사성’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6. 20. 선고 2023가합105755 판결).

웹소설 저작권 분쟁 모티브 표절
웹소설 저작권 분쟁 모티브 표절

1. 사실관계 요약

당사자 관계

원고 A는 ‘D’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웹소설 작가로, 2021년 E 주최 공모전 ‘F’에 로맨스 판타지 소설 ‘G’를 출품하여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소설은 2022년 1월 17일 “H”(이하 ‘원고 소설’)라는 제목으로 리디북스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6. 20. 선고 2023가합105755 판결).

피고 B는 ‘C’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웹소설 작가로, 2023년 3월 7일부터 J 시리즈에 로맨스 판타지 소설 “K”(이하 ‘피고 소설’)를 연재했습니다.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소설이 원고 소설과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유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첫째, 핵심 구성(plot)에서 “죽은 남편이 관에서 부활”과 “남편의 몸에 인간이 아닌 존재가 빙의”라는 두 가지 플롯을 공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둘째, 전체적인 스토리와 사건 전개 과정이 유사합니다. 남편이 초월적 존재와 거래하여 남편의 몸에 초월적 존재가 빙의하고, 남편 사망 후 초월적 존재가 부활하며,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며 기이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추리 장르의 구조를 취합니다.

셋째, 등장인물의 설정, 역할 및 묘사가 유사합니다. 여자주인공, 남편, 남편의 동생, 조력자, 고위 사제 등의 인물 설정과 역할이 유사합니다.

넷째, 주요 장면의 묘사가 유사합니다. 관에서 부활하는 장면, 초월적 존재가 여자주인공에게 자신이 남편임을 주장하는 장면 등이 유사합니다.

원고는 이러한 유사성을 근거로 피고가 원고의 저작인격권(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과 저작재산권(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침해행위 금지와 손해배상 1,0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6. 20. 선고 2023가합105755 판결).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 사이에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실질적 유사성’이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저작권 보호 대상

저작권법은 사상 또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보호합니다.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는 독창성·신규성이 있더라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

소설 등에 있어서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혹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이나 배경 등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4다14375 판결).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

실질적 유사성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 작품 속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를 복제함으로써 전체로서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둘째, 작품 속의 특정한 행이나 절 또는 기타 세부적인 부분이 복제됨으로써 양 저작물 사이에 문장 대 문장으로 대칭되는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위 두 가지 유사성 중 어느 하나가 있는 경우에는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됩니다.

웹소설의 특성

법원은 웹소설의 매체적 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첫째, 작가들의 진입장벽이 낮아 대량의 작품이 출간되고 독자들의 접근도 용이합니다.

둘째, 댓글, 별점, 실시간 인기순위 등 지표를 통하여 독자와 작가 간 상호작용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집니다.

셋째, 모바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고려하여 연재 단위의 분량이 짧고 연재 주기도 빈번합니다.

넷째, 특정 모티프에 기반하여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클리셰의 집합체에 의하여 일정 장르로 분류되고, 그와 같은 장르에 따라 ‘○○물’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원은 “웹소설은 특정 모티프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물·배경·사건·장면에 기초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되, 해당 장르에 내포된 전형적인 요소 중 일부를 변칙적으로 응용하거나(이른바 ‘클리셰 비틀기’) 다수의 장르 내지 모티프를 결합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창작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웹소설 간에 인물·배경·사건·장면이 유사한 부분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아이디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모티프 등을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소재에 불과하다면 모티프와 무관한 소재가 유사한 경우에 비하여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저작권침해행위금지_2023가합105755
저작권침해행위금지_2023가합105755

3. 판시 내용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 부정

법원은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 사이에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이 기반한 모티프(형사취수제, 부활, 빙의)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아이디어 부분에 불과하고 그 자체로 창작성이 있는 전개나 서사라고 할 수 없습니다.

둘째, 형사취수제는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혼인 제도로서 로맨스 장르에서 전형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입니다. 부활이나 사악한 존재가 몸에 깃들어 찾아오는 악마 전승의 모티프에서 아이디어 발상을 이어나갈 경우 그 과정에서 구조적 유사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은 로맨스적 서사의 중심이 다릅니다. 원고 소설은 남자주인공과 그 동생, 여자주인공이 복잡하게 얽힌 애정 관계에서 겪는 정서적 갈등을 중심에 두는 반면, 피고 소설은 남자주인공의 몸을 빌어 부활한 초월적 존재와 여자주인공이 과거의 설정을 통해 서로 감정을 교류하고 외부의 존재가 둘의 사랑을 방해함에 따라 겪는 시련과 고난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넷째,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은 조력자의 역할과 구도, 동생의 행보, 부활 이후 남자주인공의 인물 묘사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다섯째, 한국저작권위원회도 감정결과에서 “서사 전개 과정에서 비슷한 사건의 흐름이 보이는 부분도 있으나, 이는 추리 장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틀을 큰 변용 없이 사용한 결과 나타난 유사성에 불과하고,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 사이에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회신했습니다.

부분적·문언적 유사성 부정

법원은 원고가 문언적 유사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제시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유사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첫째, 원고가 제시한 부분들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서술하는 과정에서 포함될 수밖에 없는 통상의 표현 또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에 해당하거나, 보통의 독해 방법으로 읽어가며 비교해 보더라도 피고 소설의 해당 부분과 문자적 또는 문언적으로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둘째, 예컨대 ‘아수라장’이라는 표현은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상황을 불교적 표현인 ‘아수라’들이 사는 곳에 비유한 관용적 표현에 해당하고, 사제들이 신을 찾는 표현은 종교인들이 현실에서 보편적으로 보이는 표현 양식을 차용한 것으로서 모두 원고 고유의 창작적인 표현방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셋째,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은 작품의 표현 방식 및 과정, 전략 등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넷째, 한국저작권위원회도 감정결과에서 “원고가 문언적 유사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제시한 부분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또는 문장들로서 원고 고유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거나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의 구체적인 표현에 있어 차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문언적 유사성을 찾기 어려웠다”고 회신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 소설과 피고 소설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가 원고의 원고 소설에 대한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과 저작재산권 중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하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6. 20. 선고 2023가합105755 판결).

4. 핵심 포인트

아이디어와 표현의 구별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저작권법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을 보호한다는 점입니다. 형사취수제, 부활, 빙의 등의 모티프는 아이디어 영역에 속하므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

웹소설 장르의 특수성 고려

법원은 웹소설이 특정 모티프에 기반하여 전형적인 인물·배경·사건·장면을 사용하는 장르적 특성을 고려했습니다. 따라서 웹소설 간 유사성을 판단할 때는 모티프와 무관한 소재가 유사한 경우에 비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 기준

실질적 유사성은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과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으로 나뉩니다.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은 작품의 근본적인 본질이나 구조의 유사성을,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은 특정 문장이나 표현의 유사성을 의미합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의 중요성

이 사건에서 법원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감정결과를 중요하게 참고했습니다. 저작권 침해 분쟁에서 전문기관의 감정은 법원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무상 유의사항

1. 모티프 사용의 자유 웹소설 작가는 형사취수제, 부활, 빙의 등 장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모티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표현 방식에서 차별화를 두어야 합니다.

2. 창작적 표현의 중요성 저작권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넘어 창작적인 표현형식이 필요합니다. 인물의 구체적인 성격, 사건의 전개 방식, 장면의 묘사 등에서 독창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3. 일상적 표현의 한계 ‘아수라장’, ‘신을 찾다’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나 관용적 표현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4. 저작권 침해 주장 시 입증 책임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측은 실질적 유사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모티프나 장르가 유사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구체적인 표현의 유사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마치며

“웹소설 창작의 자유와 저작권 보호의 균형”

이 판결은 웹소설 장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 중요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형사취수제, 부활, 빙의 등의 모티프는 아이디어 영역에 속하므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며, 웹소설 간 유사성을 판단할 때는 장르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웹소설 작가들은 장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모티프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표현 방식에서는 독창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을 보호하므로, 같은 모티프를 사용하더라도 인물의 성격, 사건의 전개, 장면의 묘사 등에서 차별화를 두면 저작권 침해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웹소설 저작권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적절히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창작의 자유와 저작권 보호의 균형을 찾는 것이 건강한 웹소설 생태계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