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웹드라마를 제작하여 1회차 방송 마스터파일을 납품했습니다. 그런데 투자사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중도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 웹드라마 제작비 분쟁
결국 계약이 무산되었고, 법원은 투자사에게 잔여 제작비 1억 9,2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순수창작물의 완성도가 투자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가? 홍보용 드라마와 순수창작물은 어떻게 구별하는가? 계약서에 검수·승인 조건이 없는데 투자사가 일방적으로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가? 이 판결은 드라마 제작 계약 분쟁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쟁점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사실관계 요약
원고 A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대학의 산학협력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법인이고, 피고 주식회사 C는 안경 도·소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입니다. 원고보조참가인 B는 A대학교 D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이 사건 웹드라마 ‘E'(15분 10부작)를 연출한 사람입니다.
A대학교는 2021. 5. 26. 피고와 웹드라마 제작 협찬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5,500만 원을 지급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2021. 6. 29. 피고와 웹드라마 제작 연구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피고가 순제작비 3억 5,0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을 원고에게 지급하고 원고는 웹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피고는 2021. 7. 9. 순제작비의 50%인 192,500,000원을 지급하였습니다.
원고는 2021. 9. 2. 1회차 방송 마스터파일을 납품하였으나, 피고는 장소 섭외 불만, 출연자 연기력 부족, 영상의 시각적 완성도 문제 등을 이유로 수정을 요구하며 중도금 지급을 거부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요구에 맞춰 재촬영 및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10회차까지 웹드라마를 제작하였으나, 피고는 끝내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계약 이행은 무산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귀책으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고 잔여 순제작비 192,500,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반소로 원고의 귀책을 주장하며 기지급한 192,500,000원의 반환을 청구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 2. 13. 원고의 본소 청구를 전부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13. 선고 2023가단5187285 판결).
쟁점 정리
첫째, 이 사건 웹드라마가 피고회사의 홍보용 영상물인가, 순수창작물인가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이 피고회사 제품 및 매장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고, 발주자인 피고가 제작물을 승인하고 유튜브 채널에 송출할 때 비로소 용역결과물이 완성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사건 웹드라마의 성격이 홍보용인지 순수창작물인지에 따라 완성도 평가 기준과 계약 불이행의 귀책이 달라지므로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둘째, 계약 불이행의 귀책이 원고에게 있는가, 피고에게 있는가
이 사건 계약서에는 작품 완성도에 관한 기준이나 피고의 검수·승인을 용역 완성의 조건으로 정한 규정이 없었습니다. 피고가 완성도를 이유로 중도금 지급을 거부한 것이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원고가 수정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민법 제390조, 제543조).
셋째, 계약 해지 후 손해배상의 범위 — 이행이익 상당액이 인정되는가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으면 얻었을 잔여 순제작비 192,500,000원을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로 청구하였습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로서 이행이익이 인정되는지, 지연이자의 기산점은 언제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민법 제390조, 제393조).

판시 내용
가. 이 사건 웹드라마의 성격 — 순수창작물로 인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웹드라마는 피고회사의 홍보 목적이 아니라 순수창작물로 제작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이 사건 계약의 목적 및 다른 조항들에서 이 사건 웹드라마가 피고회사의 홍보용임을 알 수 있는 문언을 발견할 수 없고, 오히려 계약에서는 1차적으로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하여 방영하고 2차적으로 국내외 OTT, IPTV 등에게 방영권 등을 판매하여 판권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이 목적임을 명시하고 있는바, 기업이나 제품 홍보용 영상물의 방영권 등을 판매하거나 부대사업을 하여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② 이 사건 웹드라마는 참가인이 기존에 저작권 등록까지 마친 순수창작물을 기초로 제작되었고, 출연배우들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인배우들로 캐스팅되었으며, 연출·촬영·조명·미술 등 스탭은 모두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③ 피고가 드라마 제작 및 유통업 등을 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 소속 기획자가 이 사건 웹드라마를 종합편성채널에 방영하기 위한 협의를 하였는데, 기업 홍보영상을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하는 것은 법적·사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이는 순수창작물이기에 가능하였다고 보입니다.
④ PPL(Product Placement)은 순수창작물에 협찬을 한 기업들의 제품을 간접적으로 노출시키는 광고 방식으로서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한 드라마의 광고방식이 아닙니다.
나. 계약 불이행의 귀책 — 피고에게 있음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계약 불이행의 귀책은 피고에게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390조).
① 이 사건 계약서에는 이 사건 웹드라마가 갖추어야 할 작품 완성도에 관하여 정함이 없고, 원고의 의무는 방송 마스터파일을 납품일에 맞춰 피고에게 납품하는 것일 뿐, 피고의 검수 또는 승인을 용역 완성의 조건으로 정하지 아니하였습니다.
② 순수창작물의 작품 완성도는 창작자의 예술적 관점 및 역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그 평가 또한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있어, 해당 창작물이 투자자의 기대나 요구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③ 피고는 1회차 방송 마스터파일을 전달받을 무렵까지는 제작비가 곧 지급될 것이라고 답변하였고, 지급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였다가 그로부터 1달이 지난 시점에서야 완성도를 지적하며 수정 및 대책 회의를 요구하였습니다.
④ 감정인은 피고회사의 홍보용 영상물이 아닌 순수창작물로 제작된 영상임을 전제할 경우 기존의 평가 기준에서 제품 홍보를 전제로 적용한 기준을 제외하고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보통’ 또는 ‘약간 미흡’에 해당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 이행이익 192,500,000원 인정
법원은 피고의 귀책으로 이 사건 계약이 해지됨으로써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이 이행되었으면 얻었을 잔여 순제작비 상당의 이익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 192,500,000원(= 중도금 115,500,000원 + 잔금 77,000,000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민법 제390조, 제393조).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지연이자의 기산점에 관하여 법원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를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이행 청구일 다음날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한다고 보아,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3. 11. 24.부터 지연이자를 산정하였습니다.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계약서에 검수·승인 조건이 없으면 투자사가 일방적으로 완성도를 이유로 제작비 지급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 계약서에 피고의 검수 또는 승인을 용역 완성의 조건으로 정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삼았습니다. 드라마 제작 계약을 체결할 때 투자사 측에서는 검수·승인 조건, 완성도 기준, 수정 요구 절차 등을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하여야 하고, 제작사 측에서는 이러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합니다 (민법 제390조).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② 순수창작물의 완성도는 투자자의 주관적 기대가 아니라 창작자의 예술적 관점을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순수창작물의 작품 완성도는 창작자의 예술적 관점 및 역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그 평가 또한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있어, 해당 창작물이 투자자의 기대나 요구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드라마 제작 계약에서 ‘홍보용’과 ‘순수창작물’의 구별은 계약 불이행의 귀책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민법 제390조).
③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이행이익 상당액입니다.
법원은 피고의 귀책으로 계약이 해지됨으로써 원고가 계약이 이행되었으면 얻었을 잔여 순제작비 상당의 이익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 이행이익 전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였습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를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이행 청구일 다음날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합니다 (민법 제390조, 제393조, 제397조).
④ 드라마 제작 계약에서 PPL과 홍보용 드라마는 명확히 구별됩니다.
법원은 PPL은 순수창작물에 협찬을 한 기업들의 제품을 간접적으로 노출시키는 광고 방식으로서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한 드라마의 광고방식이 아니라고 명확히 판시하였습니다. 드라마 제작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목적이 순수창작물 제작인지 홍보용 영상물 제작인지를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완성도 평가 기준, 수정 요구 권한, 제작비 지급 조건 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5조).

마치며 — “계약서에 없는 의무는 없습니다 — 드라마 제작 계약의 핵심은 계약서 작성에 있습니다”
이 판결은 드라마 제작 계약 분쟁에서 계약서 작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투자사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중도금 지급을 거부하였지만, 법원은 계약서에 검수·승인 조건이 없고 순수창작물의 완성도는 창작자의 예술적 관점을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투자사의 주장을 전부 배척하였습니다.
드라마 제작 계약을 체결할 때는 ① 제작 목적(순수창작물 vs. 홍보용 영상물), ② 완성도 기준 및 검수·승인 절차, ③ 수정 요구의 범위와 한계, ④ 제작비 지급 조건을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하여야 합니다. 계약서에 없는 의무는 없고, 계약서에 없는 권리도 없습니다.
“드라마 제작 계약에서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는 제작비 지급을 거부할 법적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검수 조건을 넣지 않았다면, 납품된 결과물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13. 선고 2023가단5187285 판결, 민법 제390조·제393조·제397조·제543조,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