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나리오 저작권-영화화 기간 연장 거절 권리남용?

“중견 감독, 주연 배우 출연 의사, 투자사 심의 통과, 50여 명의 스태프 구성, 첫 촬영까지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시나리오 작가가 영화화 기간 연장을 거절하고 저작권을 가져갔습니다. 이게 권리남용 아닌가요?”- 영화 시나리오 저작권 분쟁
영화 제작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계약에서 정한 영화화 기간 내에 실제 영화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이상, 작가가 저작재산권 반환을 주장하고 기간 연장을 거절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권리남용이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시나리오 계약 실무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법리를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영화 시나리오 저작권-법적 쟁점
영화 시나리오 저작권-법적 쟁점

사실관계 요약

피고는 ‘F’이라는 제목의 영화 시나리오(이하 ‘이 사건 시나리오’)를 집필한 작가입니다. 원고 A(영화 기획·제작·배급사), 원고 B(영화제작사), 원고 C(영화 제작·보급사)는 이 사건 영화의 공동 제작사들입니다.

원고 A와 피고는 2017. 9. 29. 작가계약 및 감독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작가계약 제9조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5년이 되는 시점까지 메인 투자계약 체결 또는 주연 배우 캐스팅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 이 사건 시나리오의 저작재산권이 피고에게 반환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이후 2019. 7. 10. 부속합의를 통해 해당 조항은 문체부 ‘표준 각본 계약서’의 내용과 동일하게 수정되어, 계약 체결일로부터 5년이 되는 시점까지 영화화를 하지 못할 경우 저작재산권이 피고에게 반환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런데 2021. 5.경 이 사건 감독계약이 해지되었고, 이후 P 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하였습니다. 피고는 2021. 11.경부터 영화화 기간 연장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습니다. 원고들은 2022. 1. 17. 공동제작계약을 체결하고 영화 제작을 계속 진행하였으나, 2022. 9. 28.까지 메인 투자계약 체결, 주조연 배우 캐스팅계약 체결, 주조연 배우가 출연하는 연속 촬영 개시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습니다.

피고는 2022. 9. 28. 저작재산권이 자신에게 반환되었음을 통지하였고, 원고들은 피고의 행위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합계 약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4. 11. 15.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15. 선고 2023가합47167 판결).

쟁점 정리

첫째, 이 사건 각 조항의 내용 및 취지 — 영화화 기간 만료 시 저작재산권 반환의 법적 성격

이 사건 작가계약 제9조 제2항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5년이 되는 시점까지 영화화를 하지 못할 경우 저작재산권이 피고에게 반환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문체부가 저작권법 제99조 제2항을 준용하여 제정한 ‘표준 각본 계약서’의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영화화 기간 만료 시 저작재산권이 당연히 작가에게 복귀하는 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별도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 것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저작권법 제99조 제2항, 민법 제2조 제2항). (정상조, 『저작권법 주해』, 박영사(2007년), 344-346면)

둘째, 피고의 영화화 기간 연장 거절 행위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가

원고들은 이 사건 영화의 제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피고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영화화 기간 연장을 거절하고 저작재산권을 반환받은 행위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권리남용이 성립하려면 주관적으로 권리 행사자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데도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 권리를 행사하거나, 객관적으로 권리 행사로 말미암아 사회질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이어야 합니다 (민법 제2조 제2항,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다254280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58173 판결,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8다41986 판결).

셋째, 2022. 9. 28.까지 이 사건 시나리오가 ‘영화화’ 단계에 이르렀는가

원고들은 중견 감독 섭외, 주연 배우 출연 의사 확인, 투자사 심의 통과, 50여 명의 스태프 구성, 첫 촬영 완료 등을 근거로 영화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영화화’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저작권법 제99조 제2항).

영화 시나리오 작가 저작권_2023가합47167
영화 시나리오 작가 저작권_2023가합47167

판시 내용

가. 이 사건 각 조항의 취지 — 저작재산권 당연 복귀

법원은 이 사건 각 조항의 취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각 조항의 취지는 시나리오가 영화화 되지 않은 상태로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그 저작재산권이 작가에게 반환됨으로써 해당 시나리오를 다른 영화의 제작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영화 제작에 인적·물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하여 제작사로 하여금 일정한 기간 동안 영화 제작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그 투하자본의 회수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저작권법 제99조 제2항). (정상조, 『저작권법 주해』, 박영사(2007년), 344-346면)

따라서 이 사건 작가계약 체결일인 2017. 9. 29.로부터 5년이 되는 2022. 9. 28.경까지 영화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피고가 원고 A의 기간 연장 요청을 거절하고 이 사건 시나리오의 저작재산권을 반환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15. 선고 2023가합47167 판결, 민법 제2조 제2항). (송덕수, 『민법총칙[제7판]』, 박영사(2024년), 113면)

나. ‘영화화’ 단계 미달 — 핵심 판시

법원은 영화계 분쟁조정기관인 V가 제시한 영화화 요건, 즉 ① 메인 투자계약 체결, ② 스태프 고용 및 용역계약 체결, ③ 주조연 등 배우 캐스팅계약 체결, ④ 연속적인 촬영을 전제로 주조연 배우가 출연하는 촬영 개시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메인 투자계약 미체결: R의 투자제작팀장이 사후에 작성한 확인서는 투자 심의에 통과되었다는 것일 뿐 R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을 부과하거나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메인 투자계약 체결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주조연 배우 캐스팅계약 미체결: 주연 배우들의 출연확인서가 작성되었으나, 주조연 배우들과 ‘영화출연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으므로 캐스팅계약 체결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주조연 배우 출연 촬영 미개시: 2022. 9. 25.에 이루어진 첫 촬영은 배우가 출연하지 않은 채 추후 컴퓨터 그래픽에 활용될 배경만을 촬영한 것이므로, 주조연 배우가 출연하는 연속 촬영 개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15. 선고 2023가합47167 판결). (조연하, 『미디어 저작권[개정판]』, 박영사(2023년), 250-251면)

다. 권리남용 해당 여부 — 부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의 행위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2조 제2항,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다254280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58173 판결,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8다41986 판결).

피고에게 이익이 존재: 피고는 이 사건 시나리오의 저작재산권을 반환받아 다른 영화의 제작 등에 활용할 수 있으므로, 아무런 이익이 없는데도 원고들을 괴롭히기 위해 권리를 행사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피고가 신뢰를 부여하지 않음: 피고는 2021. 11.경부터 영화화 기간 연장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고, 자필 편지를 통해서도 이를 분명히 하였습니다. 피고가 영화화 기간을 연장할 것과 같은 태도를 보이는 등 원고들에게 신뢰를 부여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2조 제1항).

손해 발생에 원고들의 기여: 원고들은 피고가 영화화 기간 연장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음에도 ‘연장에 동의를 받을 수 있다거나 영화화 단계에 이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하에 공동제작계약을 체결하고 제작을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투자사 R에 피고의 연장 거절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총괄 프로듀서에게도 이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원고들이 기여한 정도가 상당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15. 선고 2023가합47167 판결).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영화화 기간 만료 시 저작재산권은 작가에게 당연히 복귀합니다 — 제작사의 연장 동의 없이는 계속 제작할 수 없습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이 사건 각 조항에 따라 영화화 기간이 만료되면 저작재산권이 작가에게 당연히 복귀하고, 기간 연장 요청에 응할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작가가 그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99조 제2항). 시나리오 계약에서 영화화 기간 조항은 단순한 목표 기간이 아니라 저작재산권 귀속을 결정하는 핵심 조항입니다. (정상조, 『저작권법 주해』, 박영사(2007년), 344-346면)

② ‘영화화’의 의미는 엄격하게 해석됩니다 — 출연 의사 확인서, 투자 심의 통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메인 투자계약 체결, 주조연 배우 캐스팅계약 체결, 주조연 배우가 출연하는 연속 촬영 개시가 모두 충족되어야 영화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았습니다. 출연확인서, 투자 심의 통과 확인서, 배우 없는 배경 촬영만으로는 영화화 요건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 제99조 제2항). 시나리오 계약에서 ‘영화화’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필수적입니다. (조연하, 『미디어 저작권[개정판]』, 박영사(2023년), 250-251면)

③ 권리남용은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인정됩니다 — 상대방의 손해가 크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권리 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입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권리남용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2조 제2항,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58173 판결,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8다41986 판결). 권리남용이 인정되려면 주관적으로 아무런 이익 없이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거나,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이어야 합니다. (송덕수, 『민법총칙[제7판]』, 박영사(2024년), 113면)

④ 상대방이 권리 행사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다면 그에 따른 손해는 스스로 감수해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피고가 2021. 11.경부터 영화화 기간 연장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음에도 원고들이 막연한 기대 하에 제작을 계속 진행하고 투자사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원고들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서 그 위험부담도 원고들이 감수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2조 제1항). 계약 상대방이 권리 행사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신속히 평가하고 대응하여야 합니다.

IT저작권변호사-김정민-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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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 “계약서에 적힌 기간은 목표가 아닙니다 — 그것은 저작권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한입니다”

이 판결은 시나리오 작가계약에서 영화화 기간 조항의 법적 의미와 그 만료 시 저작재산권 복귀의 효과를 명확히 하고, 작가의 기간 연장 거절이 원칙적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중요한 판결입니다.

영화 제작사 입장에서는 ① 시나리오 계약 체결 시 ‘영화화’의 의미와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② 영화화 기간 만료 전 충분한 여유를 두고 연장 협의를 진행하며, ③ 작가가 연장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경우 즉시 법적 리스크를 평가하고, ④ 투자사 등 이해관계자에게 저작권 분쟁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영화 제작에 수십억 원을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시나리오 저작권이 아직 제작사에 있는지, 영화화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작가가 연장에 동의할 의사가 있는지. 계약서에 적힌 기간은 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저작권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한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15. 선고 2023가합47167 판결, 민법 제2조 제1항·제2항, 저작권법 제99조 제2항,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다254280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58173 판결,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8다4198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