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억 원을 주고 영화 독점 스트리밍 권리를 샀습니다. 그런데 배급사가 ‘감독판’이라는 이름으로 약 21분을 추가한 버전을 경쟁 OTT에 제공했습니다. 배급사는 ‘영화 감독판은 별개의 저작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OTT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독점 콘텐츠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 판결은 영화 독점 라이선스 계약에서 배급사가 ‘감독판’을 제작하여 경쟁 OTT에 제공한 행위가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계약 해지 시 사용료 전액 반환의무가 인정되는지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 실무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쟁점들을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사실관계 요약
원고 A 주식회사는 OTT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이고, 피고 B 주식회사는 영화 배급사입니다. 원고는 2022. 8. 9. 피고와 사이에 특정 영화(이하 ‘이 사건 영화’)에 대하여 극장상영을 제외한 국내 모든 플랫폼에서의 방송, OTT 스트리밍 등 독점적 서비스 권한을 영구적으로 허여받고, 그 대가로 사용료 합계 125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을 9차에 걸쳐 지급하는 내용의 영상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이하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는 2022. 9. 5. 1차 사용료 55억 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하였고, 2022. 8. 29.부터 원고 OTT를 통해 이 사건 영화를 독점 공개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2022. 10. 5.경 원고에게 이 사건 영화의 감독판(이하 ‘이 사건 감독판’)을 편집 중이며 이는 이 사건 영화와 별개의 저작물이므로 다른 OTT 플랫폼에서 서비스될 수 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습니다. 이 사건 감독판은 이 사건 영화에 약 21분 분량의 장면을 추가하고 일부 장면의 편집을 달리한 것으로, 제목을 달리하여 2022. 11. 16. 극장 개봉 후 2022. 12. 2.부터 경쟁 OTT인 Q의 플랫폼에서 서비스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시정을 요구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2022. 12. 21.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하고 기 수령한 사용료 전액의 반환을 요구하였습니다. 피고는 반소로 원고가 지급하지 않은 2차·3차 사용료 합계 27억 5,000만 원의 지급을 구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 1. 23. 원고의 본소청구를 전부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23. 선고 2023가합44526 판결).
쟁점 정리
첫째, 이 사건 감독판이 이 사건 영화의 2차적저작물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복제물에 불과한가
피고는 이 사건 감독판이 이 사건 영화를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이므로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피고가 자유롭게 다른 OTT에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5조 제1항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2차적저작물로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2차적저작물로 보호받으려면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면서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도863 판결,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다66637 판결).
둘째, 피고가 이 사건 감독판을 Q OTT에서 서비스하도록 한 행위가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상 피고의 중대한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가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 제7.1조는 일방 당사자가 중대한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시정 요구 후 14일 내 미시정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 감독판이 복제물에 해당한다면 피고가 이를 경쟁 OTT에 제공한 행위가 원고의 독점적 서비스 권한을 침해하는 중대한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민법 제543조, 제544조). (박동진, 『계약법강의[제3판]』, 법문사(2024년), 789-806면)
셋째, 원고가 2차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가 — 민법 제536조 제2항의 불안의 항변권
피고는 원고가 이행기가 도래한 2차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아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이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원고는 민법 제536조 제2항의 불안의 항변권에 따라 사용료 지급을 적법하게 유예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민법 제536조 제2항).
넷째,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 제7.5조의 사용료 전액 반환의무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여 감액될 수 있는가
피고는 원고가 약 4개월간 이 사건 영화를 독점 서비스하여 계약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였으므로 사용료 전액 반환의무는 부당히 과다하여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
다섯째,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 일반 조항이 약관규제법상 약관에 해당하여 무효인가
피고는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 일반 조항이 약관에 해당하고, 사용료 전액 반환의무 조항이 현저히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8조, 제9조).

판시 내용
가. 이 사건 감독판 — 2차적저작물이 아닌 복제물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감독판은 이 사건 영화의 복제물에 해당할 뿐 2차적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도863 판결,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다66637 판결).
① 이 사건 감독판은 인트로 씬을 제외하고 이 사건 영화의 모든 씬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어 의거성 및 실질적 유사성이 넉넉히 인정됩니다.
② 기존 씬들의 재배열은 영화 초반부 약 10분 내외에 불과하고, 이로 인하여 영화의 전개, 주요 사건, 인물 묘사, 분위기, 결말 등 주요 표현들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③ 추가된 약 21분 분량의 영상은 기존 씬들을 기초로 그 배후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설정, 전개, 사건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충하거나 사건들 사이의 맥락을 보강하고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를 일부 추가한 것에 불과하며, 이는 기존 영상 재생시간의 약 16%에 불과합니다.
④ 결국 이 사건 감독판은 이 사건 영화를 그대로 포함하고 있으면서 다소의 수정·증감을 가한 것에 불과하고,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나. 피고의 중대한 의무 위반 — 인정
법원은 이 사건 감독판이 이 사건 영화의 복제물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가 이를 Q에 제공하여 Q OTT에서 서비스하도록 한 행위는 원고의 이 사건 영화에 대한 독점적인 서비스 권한을 형해화시키는 행위로서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상 피고의 중대한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543조, 제544조).
특히 법원은 ①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원고가 이 사건 영화를 영구히 독점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에 있고, ② 원고가 독점적 서비스 권한을 영구적으로 허여받는 대가로 125억 원이라는 막대한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하였으며, ③ 피고가 원고에게 Q 문제를 처리하였다고 통지하기 하루 전에 이미 이 사건 감독판을 제작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점을 중요한 근거로 삼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23. 선고 2023가합44526 판결).
다. 불안의 항변권 — 원고의 2차 사용료 지급 유예 적법
법원은 피고가 2차 사용료 이행기 도래 이전부터 이 사건 감독판을 다른 OTT에서 서비스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사용료를 지급하더라도 그 대가로 제공 및 보장되어야 하는 독점적 서비스 권리가 계속 보장될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원고는 민법 제536조 제2항에 의하여 이행기가 도래한 2차 사용료 지급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536조 제2항). 따라서 원고는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가 아니어서 계약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라. 사용료 전액 반환의무의 법적 성격과 감액 여부
법원은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 제7.5조의 사용료 전액 반환의무 중 청산의무를 초과하는 범위(약 3억 7,000만 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
그러나 법원은 ① 원고와 피고가 동등한 지위에서 계약 조건을 협의하였고, ② 피고가 사내 법무팀의 검토까지 마쳤으며, ③ 피고가 Q와의 기존 라이선스 계약 문제를 원고 몰래 이 사건 감독판 제작으로 해결하려 하였고, ④ 원고가 홍보비로만 약 7억 9,000만 원을 지출하였음에도 4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27619 판결).
마. 약관규제법 적용 여부 — 부정
법원은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 일반 조항이 원고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약관규제법 적용을 부정하였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8조, 제9조).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감독판’, ‘확장판’ 등의 명칭만으로 2차적저작물이 되지는 않습니다 — 새로운 창작성 부가 여부가 핵심입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약 21분의 장면이 추가되었더라도 영화의 전개, 주요 사건, 인물 묘사, 분위기, 결말 등 주요 표현들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면 2차적저작물이 아닌 복제물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도863 판결).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에서 ‘2차적저작물’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으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계약서에 감독판·확장판·리마스터판 등의 처리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야 합니다.
② 독점 라이선스 계약에서 라이선서의 독점 보장 의무는 계약의 중대한 의무입니다.
법원은 원고가 125억 원이라는 막대한 사용료를 지급하고 독점적 서비스 권한을 영구적으로 허여받은 이상, 피고가 이를 보장하는 것은 계약의 중대한 의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543조, 제544조). OTT 독점 라이선스 계약에서 라이선서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콘텐츠를 경쟁 플랫폼에 제공하는 행위는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③ 불안의 항변권(민법 제536조 제2항)은 OTT 라이선스 계약에서도 적용됩니다.
법원은 라이선서가 이행기 도래 이전부터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 라이선시는 민법 제536조 제2항에 따라 사용료 지급을 적법하게 유예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536조 제2항). 이 경우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해지권을 상실하지 않습니다. 계약 상대방이 의무 불이행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불안의 항변권 행사 의사를 서면으로 명확히 통지하여야 합니다.
④ 사용료 전액 반환 조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할 수 있으나, 감액이 인정되려면 부당한 압박으로 공정성을 잃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사용료 전액 반환의무 중 청산의무를 초과하는 부분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계약 당사자들의 경제적 지위, 계약 경위, 채무불이행에 이르게 된 과정 등을 고려하여 감액을 부정하였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27619 판결). 특히 대법원은 손해배상액 예정이 없더라도 채무자가 당연히 지급의무를 부담하여 채권자가 받을 수 있던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감액하는 것은 감액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27619 판결).

마치며 — “독점 콘텐츠 계약에서 ‘감독판’이라는 이름은 면죄부가 되지 않습니다”
이 판결은 OTT 독점 라이선스 계약에서 배급사가 ‘감독판’이라는 이름으로 영화의 복제물을 제작하여 경쟁 플랫폼에 제공한 행위가 계약의 중대한 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이를 이유로 한 계약 해지 및 사용료 전액 반환이 인정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때는 ① 라이선스 대상 콘텐츠의 범위(감독판·확장판·리마스터판 등 포함 여부) 명확화, ② 독점 보장 의무의 구체적 내용과 위반 시 효과 규정, ③ 불안의 항변권 행사 요건과 절차 명시, ④ 계약 해지 시 사용료 반환 방식과 손해배상액 예정의 범위 구체화가 필수적입니다.
“OTT 독점 계약에서 ‘감독판’이라는 이름은 계약 위반의 면죄부가 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명칭이 아닌 실질을 봅니다. 새로운 창작성이 없다면 복제물이고, 복제물을 경쟁 플랫폼에 제공하면 독점 계약 위반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23. 선고 2023가합44526 판결,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민법 제398조 제2항·제536조 제2항·제543조·제544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제8조·제9조,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도863 판결,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다66637 판결,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2다22761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