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손해배상액-기술보증기금 평가서로 증명-영업비밀변호사

“퇴사한 직원이 회사의 핵심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메일로 빼돌려 경쟁 사업체를 차렸습니다. 손해배상 7억 9,400만 원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단 한 푼도 깎지 않고 전액을 인용했습니다.” -영업비밀 손해배상액을 기술보증기금 평가서로 인정한 사건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손해액 입증은 언제나 가장 어려운 관문입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영업비밀 손해배상액-기술보증기금
영업비밀 손해배상액-기술보증기금

사실관계 요약

원고 A는 패션의류·잡화 등을 옥션, 지마켓 등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영업을 하는 자입니다. 피고 B는 원고의 물류팀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하여 E, F 사업체(이하 ‘이 사건 사업체’)를 설립하고 원고와 동일하게 패션의류·잡화 등을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영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이며, 피고 C는 피고 B와 이 사건 사업체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자입니다.

자동화 프로그램의 개발과 반출

원고는 도매업체로부터 매입한 상품 정보를 한 번에 등록하고 구매자의 주문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14개의 인터넷 쇼핑몰 상품 관리 자동화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자동화 프로그램’)을 수년간 많은 비용을 투입하여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피고 B는 2020. 12.경부터 2021. 1.경까지 사무실에서 회사 내부용 FTP ‘U’ 서버에 접속하여 이 사건 자동화 프로그램을 피고 B의 네이버 메일에 첨부하여 전송하는 방법으로 무단 반출하고, 이를 이 사건 사업체의 영업을 위하여 사용하였습니다.

형사 유죄판결 확정

피고 B는 부정경쟁방지법위반(영업비밀누설등)죄의 범죄사실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피고 C는 피고 B가 이 사건 자동화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피고 B와 공모하여 이를 사용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각 확정되었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4. 12. 4.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여 피고들에게 794,000,000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12. 4. 선고 2023가합100996 판결).

쟁점 정리

첫째, 피고들의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인정되는가?

영업비밀 침해행위란 절취·기망·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등을 말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피고들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이 확정된 상황에서 민사소송에서도 침해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둘째,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 기술보증기금 기술평가서의 증거력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2항은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하여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한 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침해자가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이익을 받은 것이 있는 때에는 그 이익액을 손해액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2항). 이때 ‘침해행위에 의하여 받은 이익’이란 침해자의 매출금액에서 필요한 변동경비 등을 공제한 한계이익을 의미합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11. 9. 8. 선고 2009가합7325 판결).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서에서 산정된 한계이익 794,000,000원이 손해액 추정의 근거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셋째, 피고들의 책임제한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피고들은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므로 책임을 제한하여 감액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재량으로 감액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자동화 프로그램 손해배상_2023가합100996
자동화 프로그램 손해배상_2023가합100996

판시 내용

가. 영업비밀 침해행위 인정

법원은 피고들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근거로 피고들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인정하였습니다.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영업비밀 보유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정상조, 『부정경쟁방지법 주해[제2판]』, 박영사(2024년), 655-656면 (정상조, 『부정경쟁방지법 주해[제2판]』, 박영사(2024년), 655-656면))

피고 B는 영업비밀인 이 사건 자동화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반출한 후 이를 영업에 사용하였고, 피고 C는 피고 B가 이 사건 자동화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피고 B와 공모하여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원고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이를 사용하였습니다. 실제 사용하였는지에 관계없이 부정취득행위 그 자체만으로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를 손상시킴으로써 영업비밀 보유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다고 보아야 하는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이 실제로 이 사건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수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나. 손해액 — 기술보증기금 기술평가서 전액 인정

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2항에 따라 침해자가 침해행위에 의하여 받은 이익액을 손해액으로 추정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2항).

이때 ‘침해행위에 의하여 받은 이익’이란 침해자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한 매출금액에서 제품의 판매를 위하여 추가로 지출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필요한 변동경비 등을 공제한 금액, 즉 한계이익입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11. 9. 8. 선고 2009가합7325 판결).

법원은 기술보증기금이 기술평가서에서 피고들의 사업자 운영 내역, 종합소득세 신고 내역, D의 손익계산서 등의 자료들을 참고하여 피고들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한 한계이익액을 794,000,000원으로 산정하였고, 이와 같은 기술보증기금의 손해액 평가 방식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하여 위 기술평가서에서 산정된 한계이익 794,000,000원을 원고의 손해액으로 그대로 인정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2항).

다. 책임제한 주장 — 배척

법원은 피고들의 책임제한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배척하였습니다.

① 피고들이 이미 관련 형사판결에서 징역형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점

② 이 사건 자동화 프로그램은 원고가 수년간 많은 비용을 투입하여 어렵게 개발한 기술에 해당하는 점

③ 피고들은 원고의 이 사건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이 사건 사업체 시작과 동시에 수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되는 점

④ 피고들은 이를 이용하여 사업 초반에 많은 인건비를 절감하고 단시간에 상품의 오픈마켓 노출 횟수를 증가시켜 위와 같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들의 고의적인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제한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정상조, 『부정경쟁방지법 주해[제2판]』, 박영사(2024년), 658-659면 (정상조, 『부정경쟁방지법 주해[제2판]』, 박영사(2024년), 658-659면))

기업 영업비밀 김정민 변호사
기업 영업비밀 김정민 변호사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형사 유죄판결 확정은 민사소송에서 침해행위 입증의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피고들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민사소송에서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됩니다.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형사고소를 병행하는 것은 민사소송에서의 입증 부담을 크게 줄이는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②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2항의 손해액 추정에서 ‘한계이익’이 핵심입니다.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얻은 이익은 단순한 매출액이 아니라 매출액에서 변동경비를 공제한 한계이익입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11. 9. 8. 선고 2009가합7325 판결). 원고는 침해자의 매출액과 변동경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한계이익을 산정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침해자의 세금 신고 내역, 손익계산서 등의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2항).

③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서는 손해액 입증의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의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서에서 산정된 한계이익을 그대로 손해액으로 인정한 점입니다. 법원은 기술평가서의 산정 방식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다면 이를 손해액 추정의 근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손해액 입증이 어려운 경우, 기술보증기금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기술평가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손해액을 입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5항).

④ 고의적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서는 책임제한이 인정되기 어렵고, 5배 증액배상도 가능합니다.

법원은 형사 유죄판결이 확정된 고의적 침해행위에 대하여 책임제한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현행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6항은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6항).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증액배상을 청구하지 않았으나, 고의적 침해가 명백한 경우 증액배상 청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며 — “기술평가서 한 장이 7억 9,400만 원을 만들었다”

이 판결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손해액 입증 전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원고는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서를 활용하여 침해자의 한계이익을 구체적으로 산정하였고, 법원은 그 평가 방식이 경험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액을 인정하였습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손해액 입증은 언제나 가장 어려운 관문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기술평가서, 침해자의 세금 신고 내역과 손익계산서, 그리고 형사 유죄판결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될 때 손해액 전액 인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이기는 것과 원하는 만큼 배상받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손해액 입증 전략을 소송 초기부터 치밀하게 준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