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변호사-직원 12명 소규모 회사-접근 권한 차등 요구

“우리 회사는 직원이 12명밖에 안 되는 소규모 회사입니다. 퇴사한 영업이사가 거래처 정보를 빼돌려 경쟁사를 차렸는데, 영업비밀 침해로 5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접근 권한 차등이 없어, 비밀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소규모 회사라는 사정이 참작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비밀관리 의무를 면제해 주지는 않습니다. 전 직원이 아무런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었던 정보는 영업비밀이 아닙니다.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소규모 회사도 접근 권한 차등 요구-영업비밀
소규모 회사도 접근 권한 차등 요구-영업비밀

사실관계 요약

원고 주식회사 A는 헤드셋, 스피커폰 등 전자통신 제품의 제조·유통 회사입니다. 피고 B는 원고에서 영업 총괄 이사로, 피고 C는 영업 담당 차장으로 각각 근무하다가 퇴사하였습니다. 피고들은 퇴사 후 주식회사 D를 설립하여 피고 B는 대표이사, 피고 C는 사내이사로 취임하였습니다.

원고는 2015년 하반기부터 E사와 F제품(콜센터용 헤드셋 및 스피커 등 통신장비)의 한국총판계약을 체결하여 판매해 왔으나, 2021. 7.경부터는 G사와 한국총판계약을 체결하였고 E사와의 계약은 2021. 10.경 공식 종료되었습니다. 이후 피고들이 설립한 소외 회사가 E사와 한국총판계약을 체결하여 F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의 거래처 상호·연락처·담당자 정보, 거래처별 제품 구매 시기·수량·단가 정보, 업체별 매출 정보 등(이하 ‘이 사건 정보’)을 무단으로 삭제·복제·반출하여 소외 회사의 영업에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며 501,000,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2024. 8. 29.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4. 8. 29. 선고 2023나2054809 판결).

쟁점 정리

첫째, 이 사건 정보가 영업비밀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갖추고 있는가?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거래처 정보, 매출 정보 등이 경쟁업체에 대하여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갖추고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둘째, 이 사건 정보가 ‘비밀로 관리’되고 있었는가?

현행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는 2019. 1. 8. 개정을 통해 영업비밀의 요건으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될 것에서 ‘비밀로 관리’될 것으로 완화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전 직원 12명이 아무런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었던 정보가 ‘비밀로 관리’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도13791 판결 참조).

영업비밀 침해-접근 권한 차등 요구
영업비밀 침해-접근 권한 차등 요구

판시 내용

가. 비밀관리성 판단 기준

법원은 2019년 법률 개정을 통해 ‘비밀관리성’ 인정 요건을 다소 완화하려 한 입법취지를 고려하더라도, 특정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되려면 그 보유자의 비밀관리행위가 필요하고, 그러한 관리의 노력이 어떠한 형태로든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비밀관리성이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지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사람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뜻합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도13791 판결). 이러한 유지·관리를 위한 노력이 상당했는지는 영업비밀 보유자의 예방조치의 구체적 내용, 해당 정보에 접근을 허용할 영업상의 필요성,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와 그 정도,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 영업비밀 보유자의 사업 규모와 경제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도13791 판결).

나. 이 사건 정보의 경제적 가치 — 부정

법원은 이 사건 정보가 원고를 제외한 다른 경쟁업체들에게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 원고의 영업비밀 내지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평가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① 원고의 추상적인 영업전략·계획, 매출 관련 정리 자료, 단가비교표는 원고가 그 자료를 취득하기 위하여 상당한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들였다거나 이를 통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② 원고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자료, 사업계획안, 견적서나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제품 소개 자료는 원고와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는 상대방이라면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③ 리셀러 정보 및 거래처 정보는 경쟁업체가 영업 과정에서 아주 큰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하거나 개별 정보의 단순한 합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다. 이 사건 정보의 비밀관리성 — 부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비밀관리성을 부정하였습니다.

① 전 직원 접근 가능 — 접근 권한 차등 없음

이 사건 정보는 원고의 클라우드 시스템 및 H프로그램에 저장되어 있었고, 원고의 직원이라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였습니다. 비록 원고가 전 직원이 12명인 비교적 소규모 회사여서 치밀한 영업비밀 관리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워 보이기는 하나, 이 사건 정보에 접근할 필요성이 없어 보이는 기술지원 담당 엔지니어와 AS 및 설치 지원, 마케팅, 디자이너의 접근권한도 제한하지 아니하였고, 부서별·폴더별·항목별로 접근권한에 차등을 두지도 아니하였습니다.

법원은 소규모 회사라는 사정을 참작하면서도, 이 사건 정보에 접근할 필요성이 없는 직원들의 접근권한조차 제한하지 않은 점을 비밀관리성 부정의 핵심 근거로 삼았습니다. 영업비밀 보유자의 종업원이라 하더라도 직무상 그것을 아는 것이 요구되는 사람에게만 공개되어야 하고, 종업원 거의 모두가 안다면 비밀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② 비밀유지 교육 부재

전 직원의 접근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비밀유지 교육을 실시해왔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었습니다. 비밀관리성 인정을 위해서는 물리적·기술적 관리뿐만 아니라 인적·법적 관리, 조직적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16. 9. 27. 선고 2016노1670 판결 참조).

③ 사후적 감사 시스템만으로는 부족

원고가 주장하는 감사 시스템은 사후적으로 접속기록 등을 추적할 수 있을 뿐이고, 이 사건 정보가 원고의 전 직원들에게 비밀로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비밀관리성은 사후적 추적 가능성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비밀임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도13791 판결 참조).

④ 거래처에 대한 비밀유지 요구 부재

원고가 거래처에 홍보자료, 납품가격, 견적서 등을 제공하면서 그중 이 사건 정보에 관하여 특별히 비밀을 요구하거나 비밀유지 약정을 체결하는 등으로 관리하였다고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비밀로 관리’는 법 개정 후에도 여전히 실질적인 관리 행위를 요구합니다.

2019년 법 개정으로 ‘합리적인 노력’이라는 문구가 삭제되고 ‘비밀로 관리’로 바뀌었지만, 이는 비밀관리 행위 자체를 면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밀로 관리’라는 문구가 여전히 존재하므로 영업비밀 보유자의 비밀관리 행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② 소규모 회사라는 사정은 참작 요소일 뿐, 접근 권한 차등 의무를 면제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전 직원 12명의 소규모 회사라는 사정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정보에 접근할 필요성이 없는 기술지원 담당 엔지니어, AS 담당자, 마케터, 디자이너의 접근권한조차 제한하지 않은 점을 비밀관리성 부정의 핵심 근거로 삼았습니다. 기업 규모에 비추어 과도한 정도의 비밀관리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비밀관리 노력조차 취하지 않았다면 비밀관리 노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 부서별·폴더별·항목별 접근 권한 차등은 소규모 회사도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③ 사후적 감사 시스템은 비밀관리성 인정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접속기록 추적 시스템은 침해 발생 후 사후적으로 추적하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비밀관리성은 사전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상태를 요구합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도13791 판결). 비밀관리성의 입증책임은 영업비밀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습니다.

④ 거래처 정보의 영업비밀성은 ‘개별 정보의 합 이상의 새로운 가치’가 있어야 인정됩니다.

거래처 상호·연락처·담당자 정보는 경쟁업체가 영업 과정에서 큰 노력 없이도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거래처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되려면 단순한 개별 정보의 집합을 넘어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을 취득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그 영업비밀이 가지는 재산가치 상당이고, 그 재산가치는 경쟁사 등 다른 업체에서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감소되는 경우의 그 감소분 등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도4704 판결).

기업 영업비밀 김정민 변호사
기업 영업비밀 김정민 변호사

마치며 — “우리 회사는 작으니까 괜찮겠지”는 착각입니다

이 판결은 소규모 회사의 영업비밀 관리에 대한 중요한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직원 12명의 소규모 회사라도 영업비밀 보호를 받으려면 최소한 접근이 필요 없는 직원의 접근권한을 차단하고, 부서별·폴더별로 접근 권한에 차등을 두어야 합니다. 비밀유지 교육과 비밀유지 서약서 징구도 필수입니다.

퇴사한 직원이 거래처 정보를 가지고 경쟁사를 차렸다면 분통이 터지는 일이지만, 법원은 그 정보를 영업비밀로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관리 조치가 있었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관리하지 않은 정보는 보호받지 못합니다.

“영업비밀은 비밀처럼 관리해야 비밀로 보호받습니다. 전 직원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정보는 이미 비밀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