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직원이 퇴사 후 유사한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형사 고소를 했지만 무죄가 확정되었고, 민사소송도 전부 기각되었습니다. 소스코드 외부공개된 적이 없었는데, 왜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했을까요?”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으면 영업비밀’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비공지성만으로는 영업비밀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소스코드 영업비밀 분쟁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쟁점을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사실관계 요약
원고 주식회사 A는 신용카드거래승인 대행서비스 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2016. 3. 3. 주식회사 F를 흡수합병하였습니다. 피고 B는 F에서 2016. 2.경 퇴사하여 2016. 4.경부터 피고 주식회사 C의 사내이사로 재직하였고, 피고들은 2017년경 피고 소스코드를 사용하여 신용카드 결제단말기 서명패드 제품을 개발·판매하였습니다.
원고는 2017. 10.경 피고들이 원고 소스코드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피고 제품을 개발하였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진정을 하였고, 피고들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형사 법원은 원고 소스코드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검찰의 항소도 기각되어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민사소송에서 ① 원고 소스코드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피고들이 이를 무단으로 복제·변형하여 피고 제품을 개발하였으므로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고, ② 원고 소스코드가 창작성 있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인데 피고들이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복제권 및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사용금지, 폐기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3. 10. 11.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11. 선고 2021가합525243 판결).
쟁점 정리
첫째, 원고 소스코드가 영업비밀의 세 가지 요건(비공지성·경제적 유용성·비밀관리성)을 모두 충족하는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비공지성은 인정되었으나 경제적 유용성과 비밀관리성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도13791 판결).
둘째, 원고 소스코드가 창작성 있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해당하는가
저작권법상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 보호받으려면 창작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소스코드의 비공지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창작성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기능적 저작물인 소스코드는 표현의 다양성에 제약이 있어 창작성 인정이 더욱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16호).
판시 내용
가. 비공지성 — 인정
법원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원고 소스코드와 피고 소스코드의 유사도를 감정하면서 오픈소스 검사도구(CodeEye)를 이용하여 검사한 결과 원고 소스코드에서 오픈소스는 발견되지 않은 사실, 원고가 원고 소스코드를 간행물 등의 매체에 공개하거나 오픈소스의 형태로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비공지성을 인정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나. 경제적 유용성 — 부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경제적 유용성을 부정하였습니다.
① 원고 소스코드는 신용카드 결제단말기 프로그램 중 서명패드 구동프로그램 가운데 소리, 버튼, 디스플레이, 데이터 입력 및 처리 등 비교적 단순한 기능에 관한 것입니다.
② 원고 소스코드는 신용카드 결제단말기 프로그램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③ 관련 업계의 통상의 기술자라면 원고 소스코드를 제작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이 그리 많이 소요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④ 원고 소스코드가 다른 서명패드 구동프로그램 소스코드에 비해 특별한 차별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경제적 유용성이란 정보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18. 2. 8. 선고 2017나2042188 판결). 법원은 이 사건 소스코드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비밀관리성 — 부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비밀관리성을 부정하였습니다.
① F는 근무시간 중 직원들의 출입 편의를 위해 출입문 보안장치를 해제하고 있었고, CCTV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② F의 연구원들은 소스코드를 자신의 PC에 저장하였고 백업 용도로 공유폴더에도 저장하였는데, 연구원들이 아이디와 비밀번호 없이 자유롭게 공유폴더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③ F의 개별 PC에는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었으나 비밀번호 설정에 관한 회사의 지침이나 권고는 없었고, 연구원들 사이에 비밀번호를 서로 공유하며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④ F에는 보안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없었고 임직원들에 대한 보안교육을 실시한 적도 없었습니다.
⑤ F 직원들은 외근 또는 재택근무를 할 때 저장장치 등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자료를 반출할 수 있었고, 회사가 자료 반출 내역을 관리하거나 제한된 저장장치만을 사용하여 로그기록이 남도록 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밀관리성이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의미합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도13791 판결). 이 사건에서는 이러한 비밀관리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라. 저작권 침해 여부 — 창작성 부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소스코드의 창작성을 부정하였습니다.
① 원고 소스코드와 동일·유사한 소스코드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은 소스코드의 비공지성에 관한 것이고, 소스코드의 비공지성이 소스코드의 창작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② 원고 소스코드는 비교적 단순하고 간단한 기능으로서 표현의 다양성에 제약이 있어 창작성 있는 저작물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16호).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비공지성만으로는 영업비밀이 되지 않습니다 — 경제적 유용성과 비밀관리성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비공지성은 인정하면서도 경제적 유용성과 비밀관리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업비밀 해당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① 비공지성, ② 경제적 유용성, ③ 비밀관리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특히 비밀관리성의 유지·관리를 위한 노력이 상당했는지는 영업비밀 보유자의 예방조치의 구체적 내용, 해당 정보에 접근을 허용할 영업상의 필요성,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와 그 정도,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 영업비밀 보유자의 사업 규모와 경제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도13791 판결).
② 소스코드의 비밀관리성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보안 조치로 입증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공유폴더 무제한 접근, 비밀번호 공유, 보안담당자 부재, 보안교육 미실시, 자료 반출 무제한 허용 등을 종합하여 비밀관리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소스코드의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서는 ① 접근 권한 제한 및 로그 관리, ② 비밀준수서약서 징구, ③ 보안교육 실시, ④ 자료 반출 통제 시스템 구축, ⑤ 보안담당자 지정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밀관리 조치를 갖추어야 합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19. 3. 13. 선고 2018고단2485 판결).
③ 단순하고 기능적인 소스코드는 경제적 유용성과 창작성이 모두 부정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소리, 버튼, 디스플레이 등 비교적 단순한 기능에 관한 소스코드는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제작할 수 있어 경제적 유용성이 없고, 표현의 다양성에 제약이 있어 창작성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소스코드의 영업비밀 또는 저작권 보호를 주장할 때는 해당 소스코드가 업계에서 차별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하는지, 제작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여야 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저작권법 제2조 제16호).
④ 비공지성과 창작성은 별개의 개념입니다 — 비공지성이 창작성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소스코드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비공지성)이 소스코드의 창작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판시하였습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저작권 침해 소송은 각각 요건이 다르므로, 소스코드 분쟁에서는 영업비밀 요건(비공지성·경제적 유용성·비밀관리성)과 저작권 요건(창작성)을 각각 별도로 입증하여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마치며 — “소스코드를 잠그지 않으면 법도 지켜주지 않습니다”
이 판결은 소스코드 영업비밀 분쟁에서 기업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형사 고소에서 무죄가 확정된 후 민사소송도 전부 기각되었는데, 그 핵심 이유는 소스코드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내부에서 아무런 보안 조치 없이 자유롭게 접근·반출이 가능하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소스코드를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단순히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접근 권한 제한, 비밀준수서약서 징구, 보안교육 실시, 자료 반출 통제 등 실질적인 비밀관리 체계를 갖추어야 하고, 해당 소스코드가 업계에서 차별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는 점도 입증하여야 합니다.
“영업비밀은 스스로 지키는 자만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잠그지 않은 금고 속의 보물은 법도 지켜주지 않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11. 선고 2021가합525243 판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제3호 라목·마목,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제16호,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도1379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