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하고 고소도 취하했는데, 왜 유죄 판결이 나왔을까요?
업무용 소프트웨어 무단 복제해 사용한 경우, 저작권법은 ‘영리 목적’이 있다고 보아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비친고죄로 취급합니다. 즉,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이미 진행 중인 형사 절차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 판결이 바로 그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 사건 개요 및 사실관계 요약
이 사건은 대전지방법원이 2026년 5월 21일 선고한 저작권법위반 사건입니다(2025고정1180).
피고인 A는 충남 금산군 소재 주식회사 B(목재가구 제조 및 실내건축 공사업)의 대표이사입니다. 피고인 A는 2020년 9월 10일경부터 2025년 10월 1일경까지 약 5년에 걸쳐 회사 사무실 업무용 컴퓨터에 다음 소프트웨어들을 정품 구매 없이 무단으로 복제·설치하여 사용하였습니다.
- 피해자 D사의 ‘E’ 프로그램
- 피해자 주식회사 F의 ‘G’ 프로그램
- 피해자 주식회사 H의 ‘I’, ‘J’, ‘K’ 프로그램
주식회사 B는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각 벌금 500만 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였습니다. 피고인 A가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에는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하여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하였습니다.
2. 핵심 쟁점 Q&A
Q1. 업무용 소프트웨어 무단 복제는 어떤 법 조항을 위반한 것인가요?
A.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한 것입니다. 이 조항은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컴퓨터프로그램을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설치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제2조 제22호의 ‘영구적 복제’에 해당하므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이를 행하면 복제권 침해가 성립합니다.
Q2.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는데 왜 공소가 기각되지 않았나요?
A. 저작권법 제140조 본문은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위반죄를 원칙적으로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고소가 취소되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140조).
그러나 같은 조 단서 제1호는 “영리를 목적으로 제136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고소 없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비친고죄로 전환합니다 (저작권법 제140조 단서 제1호).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 A가 회사 업무 처리를 위해 소프트웨어를 복제·사용한 행위에 영리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30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만 사적 복제를 허용하는데, 기업 내부에서 업무 처리를 위해 저작물을 복제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작권법 제30조). 따라서 피해자들이 고소를 취하하였더라도 공소를 기각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구지방법원 2023. 11. 30. 선고 2023고정1344 판결, 광주지방법원 2023. 6. 27. 선고 2022노1344 판결).

Q3. 법인인 주식회사 B는 왜 함께 처벌받았나요?
A. 저작권법 제141조의 양벌규정 때문입니다. 이 조항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 장의 죄를 저지른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조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규정합니다 (저작권법 제141조).
다만, 법인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면책됩니다. 이 사건에서 주식회사 B는 그러한 주의·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되어 함께 처벌받았습니다. 법원은 법인이 면책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추상적인 주의와 감독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5. 9. 17. 선고 2024노2413 판결).
Q4. 벌금 5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 이 양형은 어떻게 결정된 것인가요?
A. 법원은 다음과 같은 양형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불리한 요소: 약 5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여러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무단 복제·사용하였고, 이는 회사 업무와 직결된 영리 목적의 침해행위입니다.
유리한 요소: ① 피고인들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이전 형사처벌 전력이 전혀 없는 점, ③ 공소제기 이후 피해자들과 원만하게 합의하여 피해자들이 고소를 취하한 점이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되었습니다.
벌금형의 집행유예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에 가능하므로(형법 제62조 제1항), 이 사건에서 벌금 5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것은 법률상 요건을 충족한 것입니다 이주원, 『형법총론[제4판]』, 박영사(2026년), 520면.
3.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와 문제점
피고인 A와 주식회사 B가 처한 상황은 중소기업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줍니다.
첫째, 장기간 누적된 침해 행위의 위험성입니다. 이 사건의 침해 기간은 무려 약 5년(2020년 9월~2025년 10월)에 달합니다. 소규모 제조업체에서 설계·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정품 구매 없이 사용하는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된 것입니다. 이처럼 침해 기간이 길수록 피해 규모가 커지고 양형에도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둘째, ‘합의하면 해결된다’는 잘못된 인식입니다. 많은 기업 대표들이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자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받으면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업무용 소프트웨어 무단 복제는 영리 목적이 인정되어 비친고죄로 처리되므로, 고소 취하는 공소기각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피고인들도 공소제기 이후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받았지만, 재판은 그대로 진행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셋째, 법인의 연대 책임 문제입니다. 대표이사 개인의 행위가 곧 법인의 책임으로 이어지는 양벌규정의 구조상, 주식회사 B 역시 동일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인 차원의 소프트웨어 관리 체계가 없었다는 점이 면책 주장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4.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가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상황을 타개하려 했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 및 고소 취하: 공소제기 이후 피해자 D사, 주식회사 F, 주식회사 H와 원만하게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받았습니다. 이는 공소기각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되어 집행유예 선고에 기여하였습니다.
범행 인정 및 반성: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였습니다. 이러한 태도 역시 양형에서 긍정적으로 고려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들은 실형을 면하고 벌금 5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유죄 판결 자체는 피할 수 없었고, 전과 기록이 남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안전할까요?
Q. 우리 회사도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정품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즉시 소프트웨어 사용 현황을 점검하고, 무단 복제된 프로그램은 삭제한 후 정품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 판결이 보여주듯, 업무용 소프트웨어 무단 복제는 단순한 민사 문제가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며,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형사 절차가 중단되지 않습니다. 특히 법인은 대표자의 행위에 대해 양벌규정으로 함께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회사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자산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정기적인 점검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소프트웨어 정품 구매 비용은 형사 처벌과 합의금, 그리고 기업 신뢰도 손상에 비하면 훨씬 작은 비용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