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게 생긴 캐릭터, 그것만으로 범죄가 될까요?” 아동복 시장에서 캐릭터 자수 디자인은 핵심 경쟁력입니다. 귀여운 캐릭터 하나가 브랜드의 얼굴이 되기도 하죠. 아동복 캐릭터 분쟁
그런데 만약 내가 만든 캐릭터와 비슷한 디자인의 옷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면 어떨까요? 반대로, 내가 만든 캐릭터가 누군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고소를 당한다면?
이 사건은 아동복 제조·판매업자가 타인의 캐릭터 디자인을 모방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검사는 항소심까지 가며 유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단순히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정경쟁행위나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 이 판결이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1. 사실관계 요약
피고인 A는 ‘B’라는 상호로 아동용 의류를 제작하여 도·소매 판매업을 영위하는 사람입니다. 피해자 C는 D, E, F, G, H 캐릭터들을 창작하여 저작권 등록을 마친 인물입니다.
피고인은 2023년 6월 29일부터 같은 해 10월 15일까지 피해자가 제작한 캐릭터 자수가 박힌 아동용 의류와 유사한 디자인의 아동복을 제작하여 서울 중구 소재 L 매장 및 ‘B’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였습니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을 고소하였고, 검사는 피고인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상품형태 모방)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사건의 핵심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네이버에서 검색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원심에서는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캐릭터들을 참고하였다”고 주장을 바꾸었습니다.
- 피고인 캐릭터들은 피해자의 등록 캐릭터들과 색상이 동일한 반면, 인터넷 게시 캐릭터들과는 색상이 달랐습니다.
-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원심(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2. 12. 선고 2024고정286 판결)은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역시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 상품형태 모방에 해당하는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자목은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형상·모양·색채·광택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하거나 이를 위한 전시를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동종의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를 모방한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캐릭터 자수가 들어간 아동복의 형상뿐만 아니라 자수된 캐릭터들과 어울리는 옷의 색상 조합까지 모방하였으므로, 단순히 동종 상품의 통상적 형태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나. 저작권법 위반 — 피고인이 등록 캐릭터들을 모방하였고, 이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가?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저작물을 의거하여 이용하였다는 점, 즉 피해자의 저작물에 접근하여 이를 참고하였다는 사실과 그에 대한 인식(고의)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검사는 ① 피고인의 진술 번복, ② 피고인 캐릭터들과 등록 캐릭터들의 색상 동일성, ③ 피고인의 합의 시도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등록 캐릭터들을 모방하였고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판시 내용
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가. 저작권 침해 — 모방 사실 및 인식 불인정
법원은 다음 네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 ① 피해자의 등록 캐릭터들의 창작·공표·저작권 등록 일자
- ② 인터넷 게시 캐릭터들이 게시된 일자
- ③ 피해자 및 피고인이 각각 제작·판매한 아동복의 형태
- ④ 등록 캐릭터들과 피고인 캐릭터들 및 인터넷 게시 캐릭터들의 유사성
이를 종합한 결과,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등록 캐릭터들을 모방하여 피고인 캐릭터들을 만들었다거나 피고인이 이에 대하여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검사가 강조한 ① 진술 번복, ② 색상 동일성, ③ 합의 시도라는 세 가지 정황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모방 사실과 고의를 증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 부정경쟁행위 — 동종 상품의 통상적 형태에 해당
법원은 피해자와 피고인이 제작·판매하는 아동복들의 캐릭터 부착 형태는 동종의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검사는 옷의 형상뿐만 아니라 색상 조합까지 모방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이 정한 상품형태 모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 항소심의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사건 기록을 관련 법리 등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어떠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핵심 포인트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내용 |
|---|---|
| 저작권 침해의 성립 요건 | 단순한 유사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피해자 저작물에 대한 접근 및 의거 사실과 고의(인식)가 증명되어야 함 |
| 정황 증거의 한계 | 진술 번복, 색상 동일성, 합의 시도 등 정황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는 증명에 이르지 못할 수 있음 |
| 부정경쟁행위 자목의 예외 | 동종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를 모방한 경우에는 상품형태 모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음 |
| 색상 조합 모방의 한계 | 옷의 형상과 색상 조합을 함께 모방하였더라도, 그것이 동종 상품의 통상적 형태 범위 내라면 부정경쟁행위 불성립 |
| 저작권 등록의 의미 | 저작권 등록이 되어 있더라도, 상대방이 해당 저작물을 의거하여 이용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으면 침해 불성립 |
| 피해자 실무 시사점 | 디자인 보호를 위해서는 저작권 등록 외에도 상품형태 모방 증거 확보(접근 경위, 유사성 분석 등)가 선행되어야 함 |

비슷하다는 것과 베꼈다는 것은 다릅니다
이 판결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는 저작권 침해나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단순한 외관상 유사성이 아니라,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의 저작물을 보고 참고하였는지, 그리고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색상까지 똑같은데 왜 무죄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는 증명이 요구됩니다. 정황 증거만으로는 그 높은 증명의 문턱을 넘기 어렵습니다.
디자인 권리를 보호받고 싶다면, 저작권 등록에 그치지 말고 상대방이 내 저작물에 접근하였다는 증거를 평소에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 손해배상 청구도 병행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비슷하다는 느낌과 법적 증명 사이의 간극, 이 판결이 그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