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투자 유치는 성장의 가속 페달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지분·경영권·회수 조건이 한 번에 얽히는 ‘큰 거래’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텀시트 작성 방법과 전략을 꼭 공부하셔야 합니다. 특히 투자자에게서 텀시트를 받는 순간부터는, “이제 본 계약서에서 조정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이 오히려 위험해집니다. 왜냐하면 텀시트가 사실상 본 계약(SPA/SHA)의 설계도가 되어, 핵심 구조가 여기서 굳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텀시트의 개념을 넘어, 항목별로 어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창업자(회사)에게 불리해지기 쉬운 지점을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까지 2배 분량으로 더 촘촘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텀시트(Term Sheet)란 무엇인가요?
텀시트는 본 계약에 앞서 투자 조건의 핵심만 요약한 합의 문서입니다. 법적 형식은 ‘의향서(LOI)’, ‘양해각서(MOU)’, ‘투자조건합의서’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기도 하지만, 실무에서는 통칭해 텀시트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텀시트의 특징 3가지
- 핵심 조건을 “숫자와 권리”로 고정합니다.
기업가치, 투자금, 지분율뿐 아니라 RCPS 조건, 청산우선권, 동의권 등 ‘게임의 룰’이 들어갑니다. - 원칙적으로 Non-binding이지만, 예외가 많습니다.
텀시트 전체가 비구속이라고 해도 보통 아래 조항들은 구속력(Binding)으로 설정됩니다.- 비밀유지(Confidentiality/NDA)
- 독점협상(Exclusivity/No-shop)
- 비용부담(legal fee 등)
- 준거법/분쟁해결(관할, 중재 등)
- ‘협상력의 기준점(Anchoring)’이 됩니다.
한 번 서명하면 본 계약에서 되돌리기 어렵고, 되돌리려면 “조건을 뒤집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2. 텀시트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1) 본 계약의 시간·비용을 통제합니다
본 계약 검토는 문장 하나하나가 돈이고 시간입니다. 텀시트 단계에서 논쟁이 날 지점을 미리 정리해두면, 본 계약은 “문구 구현”으로 수렴해 훨씬 효율적입니다.
(2) 분쟁의 씨앗을 줄입니다
투자 후 분쟁은 대개 “말로는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문서에는 저렇게 되어 있었다”에서 시작합니다. 텀시트에 정의(Definition)와 숫자(Formula)를 박아두면 오해가 줄어듭니다.
(3) ‘나쁜 돈(Bad Money)’을 거르는 필터가 됩니다
기업가치가 높아도, 독소 조항이 섞이면 회사는 장기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워집니다. 텀시트는 투자자의 성향을 읽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3. 텀시트 작성 전, 먼저 잡아야 할 큰 그림
텀시트는 조항을 나열하는 문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래 3축을 정하는 문서입니다.
- 경제조건(Economic Terms):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나가며(회수), 남은 가치를 누가 얼마나 가져가는가
- 지배구조(Control Terms): 누가 무엇을 결정할 권한을 갖는가
- 리스크 배분(Risk Allocation): 최악의 경우(상환, 청산, 실패) 누가 손실을 더 부담하는가
이 프레임으로 읽어야 “문구가 길어도 핵심이 보이는” 상태가 됩니다.

4. 텀시트 핵심 구성 항목 (창업자가 반드시 체크할 포인트)
아래는 실무에서 가장 분쟁이 많이 나는 항목을 중심으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까지 함께 정리한 확장판입니다.
① 기업가치(Valuation)·투자금·지분율
Pre-money / Post-money 구분은 기본이고, 실제로는 다음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 투자금 납입 방식: 일시납 vs 분할납(마일스톤)
- 분할납이면, 마일스톤 정의가 모호하지 않은지(예: “매출 성장” 같은 추상어 금지)
- 지분율 산식:
- (투자금 / Post-money)인지,
- 옵션풀 포함 여부에 따라 창업자 희석이 달라집니다.
- 클로징 조건(Closing Conditions):
- 실사 결과, 내부 승인, 선행조건 등으로 투자자가 ‘언제든 빠질 구멍’을 과도하게 만들어두지 않았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 실무 팁: “기업가치 숫자”보다 지분 희석의 최종 결과표(캡테이블)를 기준으로 협상하세요. 숫자는 바뀌어도 캡테이블이 진실입니다.
② 증권 종류: RCPS(상환전환우선주) 조건의 ‘진짜 핵심’
국내에서 가장 흔한 RCPS는 상환권 + 전환권 + (배당/청산)우선권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창업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포인트는 아래입니다.
(1) 상환권(Redemption)
- 상환 가능 시점: 보통 투자 후 5년, 7년 등
- 상환 재원: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자본규제와 충돌 가능성
- 이자율/프리미엄: 연 X% 누적 여부(단리/복리), 누적 방식
➡️ 상환이 “사실상 강제”로 설계되면, 회사는 미래에 큰 압박을 받습니다.
(2) 전환권(Conversion)
- 자동전환 조건: IPO, 일정 밸류 이상의 라운드 등
- 전환비율 조정(리픽싱/안티딜루션) 여부
- 광범위(Full ratchet)인지, 가중평균(Weighted average)인지에 따라 희석 효과가 크게 다릅니다.
(3) 배당/청산 우선권
- 배당은 누적/비누적, 청산우선권은 배수(1x, 2x), 그리고 참가적(Participating) 여부가 핵심입니다.
✅ 체크 포인트:
- “1x non-participating”과 “1x participating”은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참가적이면 투자자가 먼저 가져간 뒤 남는 잔여재산도 또 분배받는 구조가 될 수 있어, 창업자·보통주에게 불리해지기 쉽습니다.
③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 엑싯 때 ‘누가 먼저 가져가나’
청산우선권은 “망하면 대비책”처럼 보이지만, 실무에서는 M&A/세컨더리/합병 같은 정상적 엑싯에서도 작동합니다.
- 청산의 정의에 M&A가 포함되는지
- 배수(1x/1.5x/2x)
- 참가 여부(Participating)
- 캡(cap) 존재 여부: 참가적이라도 cap을 두면 완화됩니다.
✅ 실무 팁: 회사가 “엑싯을 잘해도” 투자자에게 과도하게 기울어지는 구조는 다음 라운드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후속투자자들이 싫어합니다).
④ 경영권·이사회·동의권(Veto): ‘회사가 멈추는 조항’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회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해도, 동의권이 넓으면 회사는 실제로 느려집니다.
(1) 이사회 구성
- 투자자 이사 지명권 여부
- 옵저버(참관인)인지, 정식 이사인지
- 의결정족수/특별결의사항
(2) 동의권(Reserved Matters)
자주 등장하는 동의권 리스트:
- 신주발행/스톡옵션/전환사채 등 자본정책
- M&A/자산매각/주요 계약
- 예산 승인/차입/담보 제공
- 대표이사 변경/핵심 인력 처우
- 정관 변경
✅ 핵심은 ‘범위와 기준’입니다.
- 금액 기준(예: 1억원 이상 계약부터)
- 예산 범위 내 예외(연간 예산에 포함된 지출은 면제)
- 정기 보고로 대체 가능한 항목 분리
이런 식으로 회사 운영이 멈추지 않게 설계해야 합니다.
⑤ 주식 처분 제한·Tag/Drag: 엑싯 구조의 안전장치
(1) Tag-along(동반매도권)
대주주가 지분을 팔 때, 투자자가 같은 조건으로 함께 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 적용 범위: 대주주만인지, 창업자 전원인지
- 발동 요건: 지분율/거래금액/양수인 요건
(2) Drag-along(동반매도요구권)
일정 조건에서 투자자가 엑싯을 추진할 때, 다른 주주 지분까지 묶어서 매도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 발동 요건이 과도하면 창업자가 원치 않는 시점에 매각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최소 매각가, 최소 수익률(IRR), 이사회/주주총회 승인 요건 등 안전핀이 필요합니다.
✅ 실무 팁: Drag는 “누가 발동할 수 있는지(단독 vs 일정 지분 이상)”와 “최소 조건(가격/배수)”을 반드시 명확히 하세요.
⑥ (추가) 보호조항: 창업자에게 ‘체감 타격’이 큰 것들
확장판에서 특히 많이 놓치는 항목을 추가로 정리합니다.
(1) 창업자 베스팅(Founder Vesting)·락업
- 투자 이후에도 창업자가 일정 기간 근속/성과를 충족해야 지분이 확정되는 구조
- “회사를 지키자”는 명분이지만, 과하면 창업자에게 과도한 리스크가 됩니다.
(2) 진술·보장(Representations & Warranties) 방향성
텀시트에서 “R&W는 통상 범위”라고만 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 창업자 개인 연대책임/보증
- 손해배상 한도(cap), 바스켓(basket), 생존기간(survival)
이런 구조가 텀시트 단계에서 방향이 잡히기도 합니다.
(3) 정보제공/감사권
- 정기 보고의 범위(월/분기, 손익·현금흐름·KPI)
- 과도한 현장실사 권한이 있는지
5. 성공적인 텀시트 협상 전략
전략 1) “독소 조항”은 초기에 제거해야 합니다
텀시트에 독소가 들어가면 본 계약에서 빼기 어렵습니다. 대표적 독소:
- 과도한 동의권(회사 운영이 멈춤)
- Full ratchet 리픽싱
- 참가적 청산우선권 + 높은 배수
- 창업자 개인 보증/연대책임
- 광범위한 독점협상(너무 긴 No-shop)
전략 2) 옵션풀(Option Pool)은 “지분율”로 협상하세요
옵션풀을 Pre-money에 포함시키면 창업자 지분이 더 희석됩니다.
- 옵션풀 규모(예: 10%/15%)
- 산정 기준(Pre-money 포함 여부)
- 실제 채용 계획과의 정합성
을 근거로 협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략 3) “숫자 1개”로 묶지 말고, 패키지로 교환하세요
예:
- 밸류를 조금 낮추는 대신 동의권을 축소한다
- 청산우선권 배수를 낮추는 대신 정보제공을 강화한다
이렇게 교환 가능한 카드로 만들면 협상이 부드러워집니다.
전략 4) 애매한 문장은 ‘정의’로 눌러야 합니다
텀시트에서 가장 위험한 문장:
- “통상적인 범위로”
- “합리적으로”
-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수준”
이런 표현은 나중에 해석 싸움이 됩니다. 가능하면 - 금액 기준
- 기간
- 절차
- 예외
로 구체화하세요.
전략 5) 법률 전문가의 개입 타이밍은 “텀시트부터”가 맞습니다
본 계약 단계에서 고치려면 상대방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미 텀시트에서 합의하신 거 아닌가요?”
텀시트 검토는 단순 문구 수정이 아니라 거래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어서, 초기에 전문가가 들어오는 것이 오히려 비용을 줄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창업자용 텀시트 체크리스트
- Pre-money / Post-money, 지분율 산식이 명확한가요?
- 옵션풀 포함 여부와 규모가 합리적인가요?
- 투자금 납입 방식(분할/마일스톤)의 조건이 구체적인가요?
- RCPS 상환권: 시점/이자/강제성/재원 제약을 확인했나요?
- 전환권/안티딜루션: Full ratchet 여부를 확인했나요?
- 청산우선권: 배수, 참가 여부, cap, 청산 정의(M&A 포함) 확인했나요?
- 이사회/동의권: 운영이 멈추지 않도록 범위와 기준이 있는가요?
- Tag/Drag: 발동 요건과 최소 매각 조건(가격/배수/IRR)이 있나요?
- No-shop(독점협상) 기간이 과도하지 않나요?
- Binding 조항(비밀유지/비용/관할)이 무엇인지 분리했나요?
7. 결론: 텀시트는 ‘힘겨루기’가 아니라 ‘미래 운영’의 설계도입니다
텀시트는 단순히 누가 유리하냐를 다투는 문서가 아니라, 투자 이후 회사가 어떤 속도로, 어떤 제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지를 결정하는 문서입니다.
창업자는 투자자의 합리적 보호장치는 존중하되, 회사 운영을 마비시키는 조건이나 장기적으로 후속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는 냉정하게 걸러내야 합니다.
투자 유치가 급할수록 서명은 빨라지지만, 그 서명이 몇 년짜리 룰을 만드는 버튼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텀시트는 “몇 줄짜리 요약서”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가치평가·지배구조·회수 구조가 결합된 고난도 문서입니다. 현재 텀시트를 받아 검토 중이시라면, 서명 전에 각 조항이 우리 회사의 다음 라운드, M&A, 경영권, 창업자 지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점검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