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코드 저작권 침해-창작성 입증 실패 전부 패소-변호사

전 직원이 퇴사 후 회사의 ERP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껴 경쟁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저작권 침해로 2억 원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소스코드를 복제했다는 의심이 충분한데도 왜 패소했을까요?-소스코드 저작권 침해 입증 쉽지 않습니다. 이 판결은 소프트웨어 저작권 소송에서 ‘창작성 입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침해 여부를 따지기도 전에 저작물성 자체가 부정된 이 사건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소스코드 저작권 침해 창작성 입증 실패로 전부 패소
소스코드 저작권 침해 창작성 입증 실패로 전부 패소

사실관계 요약

원고 주식회사 A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2004년경 ‘D ERP 프로그램'(이하 ‘원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다수의 전기공사업체에 판매해 왔습니다.

피고 C는 2004. 3. 15.경 원고에 입사하여 원고 프로그램의 개발을 주도하고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4. 2. 5.경 퇴직하였고, 이후 2017. 7.경까지 원고로부터 외주를 받는 형식으로 원고 프로그램의 유지·관리 업무를 계속하였습니다. 피고 C는 2018. 4.경 ‘E ERP 프로그램'(이하 ‘피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2020. 6. 23. 피고 주식회사 B를 설립하여 피고 프로그램을 다수의 건설회사에 판매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 프로그램에 포함된 Javascript 소스코드 33개와 inc 소스코드 6개(이하 ‘원고 각 소스코드’)를 무단으로 복제·개작하여 피고 프로그램을 제작·판매하였다고 주장하며, 저작권법 제123조에 따른 침해금지·폐기청구 및 저작권법 제125조에 따른 손해배상 2억 원을 청구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3조, 제125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 2. 14.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일부 각하)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14. 선고 2021가합562839 판결).

쟁점 정리

첫째, ‘2차적 저작물 작성행위’ 금지청구 및 ‘2차적 저작물을 기재한 파일’ 폐기청구가 청구취지로서 적법하게 특정되었는가?

저작권 침해의 정지 등을 청구하는 경우 청구의 대상이 되는 제품이나 방법은 사회통념상 침해의 금지를 구하는 대상으로서 다른 것과 구별될 수 있는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123조 제1항). ‘2차적 저작물’은 그 범위가 불확정적이어서 집행 단계에서 별도의 판단을 요하므로 청구취지의 특정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둘째, 원고 각 소스코드가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갖추고 있는가?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은 기능적 저작물로서 표현방식이 상당히 제한되는 특성이 있는데, 원고 프로그램 전체 5,926개 파일 중 39개에 불과한 원고 각 소스코드가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6호, 제4조 제1항 제9호).

소스코드 저작권 침해 금지_2021가합562839
소스코드 저작권 침해 금지_2021가합562839

판시 내용

가. ‘2차적 저작물 작성행위’ 금지청구 및 폐기청구 — 각하

법원은 ‘2차적 저작물 작성행위’의 금지청구 부분과 ‘2차적 저작물을 기재한 파일과 이를 출력한 문서’의 폐기청구 부분을 청구취지 불특정을 이유로 각하하였습니다.

민사소송에서 청구취지는 내용 및 범위를 명확히 알아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고, 저작권 침해의 정지 등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작권법 제123조 제1항). ‘2차적 저작물 작성행위’ 또는 ‘2차적 저작물을 기재한 파일과 이를 출력한 문서’의 경우, 이 부분 금지 및 폐기청구가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집행 단계에서 별도의 판단을 요하므로 청구취지가 그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3조 제1항, 제2항).

나. 원고 각 소스코드의 저작물성 — 부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원고 각 소스코드의 창작성을 부정하였습니다.

① 소스코드의 창작성 판단은 매우 신중하여야 합니다.

컴퓨터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개별 파일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는 전체로서 하나의 어문저작물을 구성하는 개별 단어나 문장, 표현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개별 소스코드를 저작물로 보호하는 것은 개별 단어나 문장에 관하여 특정인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3자의 이용을 부당하게 억제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컴퓨터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수많은 소스코드 중 일부만을 따로 떼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16호). 또한 컴퓨터프로그램은 목적으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표준적인 용어와 개념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표현방식이 상당히 제한되는 기능적 저작물로서의 특성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68061 판결).

② 원고가 소스코드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원고 프로그램 전체 5,926개 파일 중 원고가 저작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원고 각 소스코드는 Javascript 소스코드 33개와 inc 소스코드 6개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원고는 원고 각 소스코드가 원고 프로그램 전체에서 어떤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인지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피고들이 원고 각 소스코드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다고 거듭 지적하였음에도, 원고는 저작권법 제2조 제16호의 정의 규정을 사실상 되풀이하였을 뿐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6호, 제4조 제1항 제9호).

③ 원고 각 소스코드 중 일부는 오픈소스에 해당합니다.

원고 각 소스코드 중 일부(httpRequest.js, ShowHideLayer.js, comm.js, common.js 등)는 이미 원고 프로그램이 개발되기 전부터 공개되어 있던 오픈소스에 해당한다고 보였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감정서에서 오픈소스를 제외하고 감정을 진행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감정인이 여과하지 못한 오픈소스가 존재하는 점, 감정인은 원고 프로그램과 피고 프로그램의 실질적 유사성을 비교하였을 뿐 원고 각 소스코드를 대상으로 창작성을 판단한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감정서의 기재만으로 원고 각 소스코드가 창작성이 있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68061 판결).

다. 소결론

법원은 원고 각 소스코드가 창작성이 인정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어야 하고,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68061 판결), 저작물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면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을 따질 필요조차 없습니다.

snu_김정민변호사 기업법
snu_김정민변호사 기업법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소프트웨어 저작권 소송에서 ‘창작성 입증’은 원고의 몫입니다.

저작권 침해소송에서 원고는 저작권 침해의 요건사실을 주장·증명하여야 하고, 그 중 피침해대상이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점도 원고가 입증하여야 합니다. 특히 컴퓨터프로그램 소스코드의 경우 단순히 “저작권법 제2조 제16호의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에 해당한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소스코드가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입증하여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16호).

② 기능적 저작물인 소스코드는 창작성 인정 범위가 좁습니다.

컴퓨터프로그램은 목적으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표준적인 용어와 개념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표현방식이 상당히 제한되는 기능적 저작물입니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므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68061 판결). 오픈소스, 표준 라이브러리, 공통 알고리즘 등은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③ 프로그램 전체가 아닌 일부 소스코드만을 특정하여 청구할 때는 그 기능과 역할을 반드시 설명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전체 5,926개 파일 중 39개만을 특정하여 청구하였으나, 해당 소스코드가 프로그램 전체에서 어떤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소송에서는 침해를 주장하는 소스코드의 ① 기능과 역할, ② 창작적 표현의 구체적 내용, ③ 오픈소스와의 구별 등을 소장 단계부터 명확히 특정하여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9호).

④ ‘2차적 저작물 작성행위’ 금지청구는 청구취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여야 합니다.

‘2차적 저작물 작성행위’의 금지청구나 ‘2차적 저작물을 기재한 파일’의 폐기청구는 그 대상이 불확정적이어서 집행 단계에서 별도의 판단을 요하므로 청구취지가 특정되지 않아 부적법합니다 (저작권법 제123조 제1항, 제2항). 저작권 침해금지청구를 할 때는 금지 및 폐기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야 하며, ‘2차적 저작물’과 같이 범위가 불확정적인 표현은 청구취지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마치며 — “소스코드를 베꼈다”는 의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판결은 소프트웨어 저작권 소송에서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전 직원이 회사의 핵심 ERP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퇴사 후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경쟁사를 차렸다는 사실관계는 누가 보더라도 의심스럽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침해를 주장하는 소스코드 자체의 창작성을 입증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청구 전부를 기각하였습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소송에서는 ① 침해를 주장하는 소스코드의 창작성, ② 해당 소스코드의 기능과 역할, ③ 오픈소스와의 구별, ④ 실질적 유사성을 소장 단계부터 치밀하게 준비하여야 합니다. 감정 결과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이 사건처럼 창작성 입증 단계에서 무너질 수 있습니다.

“소스코드 저작권 소송에서 ‘베꼈다’는 의심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무엇이 창작적 표현인지’를 먼저 증명하지 못하면, 법정에서 아무것도 보호받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