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프로그램 무단 복제-손해배상 일부 인정-저작권변호사

“반도체 부품 가공업체가 고가의 설계 프로그램을 컴퓨터 7대에 무단 복제했습니다. 저작권자는 2억 3,800만 원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7,000만 원이었습니다. 나머지 1억 6,800만 원은 왜 인정되지 않았을까요?”-설계 프로그램 무단 복제 사건
저작권 침해 사실은 명백했습니다. 형사처벌도 이미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손해배상액은 청구액의 약 29%에 불과했습니다. 이 판결은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손해액 산정의 핵심 쟁점과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담고 있습니다.

설계 프로그램 무단 복제-손해배상 일부 인정
설계 프로그램 무단 복제-손해배상 일부 인정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A회사는 금형·기계·제조업 분야의 설계, 모델링, 디자인 등에 사용되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인 ‘D’ 프로그램의 저작권자입니다.

피고 C은 반도체 부품 등 가공업체인 ‘E’의 대표자이고, 피고 B는 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피고 B는 2018. 4. 21.부터 E 작업장에 있는 컴퓨터 7대에 D 프로그램(F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설치하였습니다. 각 컴퓨터의 프로그램 사용기간은 짧게는 81일부터 길게는 854일에 이릅니다.

2020. 8. 21. 경기시흥경찰서 소속 사법경찰관이 E 작업장 컴퓨터 9대에 대하여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여 7대에 D 프로그램이 무단 설치된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피고 B는 2020. 10. 8. 벌금 3,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D 프로그램의 5개 하위 모듈에 대한 정품 사용료 74,000,000원에 복제 대수 7대를 곱한 518,000,000원의 일부로서 238,000,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가.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의한 손해액 산정 가능 여부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자가 그 권리의 행사로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응하는 액을 손해액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원고가 주장하는 정품 사용료 기준의 손해액 산정이 가능한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나. 저작권법 제126조에 의한 재량적 손해액 산정

저작권법 제125조에 따른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재량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금액이 얼마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저작권법 제126조).

다. 소멸시효 완성 여부 — 기산점이 언제인지

피고들은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된 2020. 8. 21.에 원고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으므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압수수색 집행일인지, 아니면 약식명령 발령일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

프로그램 무단 복제-2023가합84302
프로그램 무단 복제-2023가합84302

3. 판시 내용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 인정

법원은 피고 B가 D 프로그램을 E 작업장 내 컴퓨터 7대에 원고의 허락 없이 설치하는 방법으로 복제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저작권법 제125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피고 C은 민법 제756조 제1항에 따라 사용자책임으로 공동하여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756조 제1항).

나.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적용 불가 — 핵심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의한 손해액 산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① 모듈별 선택 구매 구조: D 프로그램은 수요자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일부 모듈만을 선택적으로 구매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5개 모듈 전체의 정품 사용료를 그대로 손해액으로 볼 수 없습니다.
  • ② 버전 불명확: 피고들이 무단 설치한 F 프로그램은 구 버전으로 보이는데, 원고가 제출한 견적서가 어느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습니다.
  • ③ 정품 혜택 포함: 원고가 주장하는 정품 사용료에는 정품 구매자만을 위한 무상보증 및 유지보수 혜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④ 중간 마진 포함: 원고가 제출한 견적서의 단가에는 판매상의 중간 마진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았더라면 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다50552 판결).

다. 저작권법 제126조에 의한 재량적 손해액 산정 — 7,000만 원 인정

법원은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손해액을 70,000,000원으로 인정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6조).

  • 피고들이 복제한 5개 모듈의 정품 사용료 합계는 74,000,000원(H 25,000,000원, I 9,000,000원, J 9,000,000원, K 25,000,000원, L 6,000,000원)
  • 피고들은 2020. 1. 3. ‘M(ver. 2020)’ 정품 프로그램 1개를 8,000,000원에 구입한 사실이 있음
  • 총 7개의 D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하였고 사용기간은 81일부터 854일에 이름
  • 피고들이 5개 모듈 전부를 실제로 사용하였는지 특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고, 정품 구매 시에도 업무에 필요한 개별 모듈만을 선택적으로 구매하였을 것으로 보임

라. 소멸시효 항변 — 기각

법원은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다음과 같이 기각하였습니다.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된 2020. 8. 21.에 원고가 즉시 저작재산권 침해의 요건사실, 즉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합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

법원은 원고가 피고 B에 대한 약식명령이 발령된 2020. 10. 8.에 비로소 저작재산권 침해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보았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경과하기 전인 2023. 9. 4.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T저작권변호사-김정민-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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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핵심 포인트

가. 정품 사용료 × 복제 대수 = 손해액? — 그렇지 않다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정품 사용료에 복제 대수를 단순히 곱한 금액이 손해액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의 ‘권리의 행사로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침해자가 이용허락을 받았더라면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의미하는데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모듈별 선택 구매 구조, 버전 불명확, 정품 혜택 포함 여부 등이 이를 산정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 저작권법 제126조 — 법원의 재량적 손해액 인정

저작권법 제125조에 따른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은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변론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재량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26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정품 사용료 합계(74,000,000원), 실제 정품 구매 이력, 복제 대수와 사용기간, 실제 사용 모듈의 불명확성 등을 종합하여 70,000,000원을 인정하였습니다.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손해액 입증이 어려운 경우 이 조항이 중요한 안전망이 됩니다.

다. 소멸시효 기산점 — 압수수색일이 아닌 약식명령 발령일

이 판결은 압수수색영장 집행일이 소멸시효 기산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피해자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때이며,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사실만으로는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 약식명령 발령 또는 형사판결 확정 시점이 기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라. 민사소송에서 위법수집증거의 취급

피고들은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유심증주의가 적용되는 민사소송절차에서는 형사소송법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으며, 증거 채부는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합니다. 이는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의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

마. 손해배상 청구 시 실무적 시사점

쟁점이 사건에서의 결과
제125조 제2항 적용불가 — 객관적 상당 금액 산정 어려움
제126조 재량 인정가능 — 70,000,000원 인정
소멸시효 기산점압수수색일(×) → 약식명령 발령일(○)
위법수집증거 배제민사소송에서 적용 안 됨

마치며 —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얼마나 복제했는지’보다 ‘얼마를 입증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판결은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손해액 산정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침해 사실이 명백하고 형사처벌까지 확정되었음에도 청구액의 약 29%만 인정된 것은, 손해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입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저작권 침해 소송을 준비할 때는 정품 사용료 견적서의 버전과 구성을 명확히 하고, 실제 사용 모듈과 사용기간에 관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며, 소멸시효 기산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실질적인 피해 회복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