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착오 이체 사건 [2021노1056] 착오로 이체된 가상자산, 사용하면 범죄일까?

200비트코인이 내 계좌에? 사용하면 횡령죄일까, 배임죄일까? – 비트코인 착오 이체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알 수 없는 경위로 내 가상화폐 지갑에 200비트코인(약 14억 원)이 입금되었다면?”
2018년 6월, 그리스 국적의 피해자가 보유하던 200비트코인이 알 수 없는 경위로 한국인 피고인의 가상화폐 지갑으로 이체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이 중 일부를 현금화하여 사용했고, 나머지는 다른 거래소로 이체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을 횡령죄와 배임죄로 기소했습니다.

수원고등법원 2022. 6. 8. 선고 2021노1056 판결은 착오로 이체된 가상자산을 사용한 경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관한 대법원의 법리를 충실히 따른 중요한 판결입니다. 이 판결을 통해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과 형사책임의 범위를 살펴보겠습니다.

비트코인 착오 이체 사건 2021노1056 무죄
비트코인 착오 이체 사건 2021노1056 무죄

1. 사실관계 요약

당사자

  • 피고인 A: 가상화폐 거래소 후오비(Huobi)에 계정을 보유한 한국인
  • 피해자 AQ: 가상화폐 거래소 힛빗(HitBTC)에 200비트코인을 보유한 그리스 국적인

사건 경과

2018년 6월 20일:

  • 피해자의 힛빗 거래소 가상지갑에 있던 199.999비트코인알 수 없는 경위로 피고인의 후오비 계정으로 이체됨

2018년 6월 21일:

  • 피고인이 이체받은 비트코인 중 2비트코인을 15,040,293원으로 환전
  • 나머지 비트코인을 자신의 업비트 계정(29.998비트코인)과 바이낸스 계정(169.996비트코인)으로 이체

2018년 6월 26일:

  • 피고인이 1비트코인을 6,973,511원으로 환전
  • 환전한 돈을 자신의 대출채무 변제, 유흥비 등으로 사용

2018년 7월 11일경:

  •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힛빗 법무팀이 피고인에게 비트코인 반환 요구
  • 피고인이 반환 거부

총 피해액: 약 14억 4,500만 원 상당의 199.999비트코인

2. 쟁점 정리

쟁점 1: 비트코인이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에 해당하는가?

검사 주장:

  • 비트코인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
  •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에 해당
  • 피고인이 타인의 비트코인을 보관하다가 임의로 사용했으므로 횡령죄 성립

피고인 주장:

  •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디지털 정보
  •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에 해당하지 않음
  • 횡령죄 불성립

쟁점 2: 피고인이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가?

검사 주장:

  • 피고인이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비트코인을 이체받음
  • 피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 부담
  • 신의칙에 근거하여 비트코인을 그대로 보관할 임무 존재
  • 피고인이 이 임무를 위배하여 비트코인을 다른 계좌로 이체했으므로 배임죄 성립

피고인 주장:

  •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 없음
  •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음
  • 배임죄 불성립

3. 판시 내용

1) 횡령죄 불성립 (원심 판단 유지)

법원은 비트코인이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판단 근거:

① 유체물이 아님:

“이 사건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으므로 유체물이 아니고, 또 사무적으로 관리되는 디지털 전자정보에 불과한 것이어서, 물리적으로 관리되는 자연력 이용에 의한 에너지를 의미하는 ‘관리할 수 있는 동력’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② 법적 통화가 아님:

“가상화폐는 가치 변동성이 크고, 법적 통화로서 강제 통용력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예금 채권처럼 일정한 화폐가치를 지닌 돈을 법률상 지배하고 있다고도 할 수 없어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로 볼 수 없다.”

관련 법리:

형법 제355조 제1항 (횡령죄):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46조 (재물의 정의):

“본장의 죄에 있어서 재물은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을 포함한다.”

법원은 비트코인이 유체물도 아니고 관리할 수 있는 동력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 배임죄 불성립 (환송심 판단)

법원은 피고인이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의 법리:

법원은 대법원이 이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제시한 다음 법리에 기속되어 배임죄 불성립을 판단했습니다.

① 부당이득반환의무만으로는 신임관계 인정 안 됨: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는 가상자산의 권리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② 부당이득반환청구권자 불명확: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고 피고인이 어떠한 경위로 이 사건 비트코인을 이체받은 것인지 불분명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주체가 피해자인지 아니면 거래소인지 명확하지 않다.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③ 배임죄 성립 범위 제한: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고 함으로써(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경우에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④ 가상자산의 특수성: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참조).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가상자산을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⑤ 죄형법정주의 위반: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를 유추하여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 (배임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3) 최종 판결

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주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은 무죄.”

4. 핵심 포인트

1)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

이 판결은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확인했습니다.

①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이 아님:

  •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디지털 정보
  • 유체물이 아님
  • 관리할 수 있는 동력에도 해당하지 않음
  •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로 볼 수 없음

② 재산상 이익에 해당:

  •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재산상 이익
  • 배임죄의 객체가 될 수 있음
  • 다만, 배임죄 성립을 위해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해야 함

③ 법정화폐와 다른 취급:

  • 가상자산은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음
  •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음
  • 형법 적용 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할 필요 없음

2) 착오 이체와 신임관계

이 판결은 착오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경우 신임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확립했습니다.

① 부당이득반환의무 ≠ 신임관계:

  • 착오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는 부당이득반환의무 부담
  • 그러나 이는 민사상 채무에 불과
  •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음

② 착오 송금 판례와의 차이:

  • 착오 송금 판례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 법률관계 없이 돈을 이체받은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 대해 송금받은 돈을 반환할 의무
    •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송금받거나 이체된 돈을 보관하는 지위 인정
    • 횡령죄 성립
  • 가상자산 착오 이체:
    •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는 부당이득반환의무 부담
    • 그러나 신임관계에 기초한 보관 지위 인정 안 됨
    • 횡령죄도, 배임죄도 불성립

③ 부당이득반환청구권자 불명확:

  •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계약관계 없음
  • 이체 경위 불분명
  • 부당이득반환청구권자가 피해자인지 거래소인지 명확하지 않음

3) 배임죄의 주체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이 판결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명확히 했습니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성립 요건:

  1. 신임관계: 당사자 사이에 신임관계 존재
  2. 재산 보호·관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지위
  3. 이익대립관계 초월: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야 함

이 사건 적용:

  •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신임관계 없음
  •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음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음

4) 죄형법정주의

이 판결은 죄형법정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헌법 제12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형법 제1조 제1항 (죄형법정주의):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법률에 의한다.”

법원의 판단: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를 유추하여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시사점:

  • 가상자산 착오 이체에 대한 명문의 처벌 규정 없음
  • 착오 송금 판례를 유추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위반
  • 입법적 해결 필요

5) 가상자산 관련 입법 현황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특금법):

  • 2021년 3월 25일 시행
  •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신고 의무 부과
  • 가상자산의 정의 규정 (제2조 제3호)
  • 다만, 착오 이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없음

향후 입법 과제:

  • 가상자산 착오 이체에 대한 명문의 처벌 규정 마련 필요
  •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 명확화
  • 가상자산 거래의 안전성 확보

6) 실무상 시사점

가상자산 이용자 입장:

  • 착오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경우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의무 부담
  • 현재로서는 형사처벌 대상 아님
  • 다만, 향후 입법으로 처벌 가능성 있음
  • 즉시 반환하는 것이 바람직

가상자산 거래소 입장:

  • 착오 이체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필요
  • 착오 이체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체계 구축
  • 이용자에게 주의 의무 고지

입법자 입장:

  • 가상자산 착오 이체에 대한 명문의 처벌 규정 마련 필요
  •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 명확화
  • 가상자산 거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 정비

7) 관련 판례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 이 사건의 파기환송 판결
  • 착오로 이체된 가상자산을 사용한 경우 배임죄 불성립
  • 죄형법정주의 위반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비트코인의 몰수 가능
  •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
  • 다만,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과는 구별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 가상자산은 재산상 이익에 해당
  • 사기죄의 객체가 될 수 있음
비트코인 착오 이체 사건 범죄일까 2021노1056
비트코인 착오 이체 사건 범죄일까 2021노1056

5. 가상자산 시대, 법의 공백을 메워야

이 판결은 착오로 이체된 가상자산을 사용한 경우 현행법상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중요한 법리를 확립했습니다.

핵심 교훈:

  1. 가상자산은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이 아님 – 물리적 실체 없는 디지털 정보
  2. 부당이득반환의무 ≠ 신임관계 – 민사상 채무에 불과, 배임죄 불성립
  3. 죄형법정주의 – 명문의 처벌 규정 없이 유추 적용 불가
  4. 입법적 해결 필요 – 가상자산 착오 이체에 대한 처벌 규정 마련

“알 수 없는 경위로 내 지갑에 들어온 가상자산, 사용해도 괜찮을까?” 이 판결은 현행법상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답합니다. 그러나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여전히 존재하고, 향후 입법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상자산 시대, 법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수원고등법원 2022. 6. 8. 선고 2021노1056 판결,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형법 제355조,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