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을 전송한 것도 아닌데, 화면공유로 잠깐 보여준 것도 범죄가 될까요?” 이 질문, 피고인 측 변호인이 법정에서 실제로 꺼낸 주장입니다. 불법촬영물 인스타그램 화면 공유 범죄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불법촬영물의 유통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고, 법률의 문언이 새로운 기술 방식을 포섭할 수 있는지가 형사 실무에서 점점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6. 11. 선고 2026고단140 판결은 바로 그 경계선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금부터 이 판결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와 문제
가. 피고인의 전력과 범행 경위
피고인 A는 2019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죄 등으로 대전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0년 협박죄로 다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2021년 2월 판결이 확정되면서 집행유예가 실효되었고, 2023년 11월에야 두 형의 집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출소 후 불과 1년여 만에 피고인은 다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 B(10대 후반 여성)와 교제하다가 2024년 12월 중순경 헤어졌습니다. 이별 직후인 2024년 12월 26일, 피고인은 지인 C과 D 앱으로 영상통화를 하던 중 교제 기간 중 피해자와 합의하에 촬영하였던 성관계 동영상과 사진을 화면공유 방식으로 C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피해자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고, 당연히 동의한 바도 없었습니다.
나. 피고인이 직면한 법적 위기
피고인이 직면한 법적 위기는 명확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촬영 당시 촬영대상자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사후에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행위가 이 조항의 ‘제공’에 해당한다면 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더욱이 피고인은 이미 동종 전력이 있고 형 집행 종료 후 누범기간 중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될 경우 형법 제35조에 따른 누범가중까지 적용되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2. 쟁점 정리 —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가
가. 피고인 측의 핵심 주장 — ‘화면공유는 제공이 아니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전개하였습니다.
“화면공유 방식으로 영상을 보여주는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주장의 핵심은 문언 해석에 있습니다. ‘제공’이란 통상 파일이나 데이터를 상대방에게 직접 전달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화면공유는 파일 자체를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화면을 상대방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논리입니다. 즉, 촬영물 자체가 상대방에게 이전된 것이 아니므로 ‘제공’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구성요건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므로, 이 주장은 법리적으로 일정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방어 전략이었습니다.
나. 검사 측의 반론 구조
검사 측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의 입법 취지와 실질적 피해를 중심으로 반론을 구성하였습니다. 법 조항의 보호 목적이 촬영대상자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촬영물에 대한 통제권 보호에 있는 만큼, 파일 전송 여부와 관계없이 제3자가 촬영물을 인식하고 저장·복제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 ‘제공’으로 보아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3. 판시 내용 — 법원의 최종 판단
가. 유죄 — 화면공유도 ‘제공’에 해당
법원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이 제시한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판단 근거 | 내용 |
|---|---|
| 입법 취지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촬영대상자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촬영물에 대한 통제권 보호를 목적으로 함 |
| 저장·복제 가능성 | 화면공유 과정에서 상대방이 녹화 등 기능으로 손쉽게 저장·복제 가능한 상태가 됨 |
| 실제 녹화 사실 | C이 실제로 해당 영상을 녹화하였음 |
| 확산 위험 | 반복적인 시청 및 확산 위험이 현실적으로 발생함 |
| 피해의 현실성 |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촬영물에 대한 통제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됨 |
법원은 파일 자체를 전송하는 방법에 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화면공유를 통해 상대방이 손쉽게 저장·복제할 수 있는 상태가 된 이상 이는 ‘제공’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선고 형량 및 부수처분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습니다.
- 주형: 징역 1년 6월 (누범가중 적용)
- 이수명령: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 취업제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관련기관 각 3년
- 몰수: 압수된 전자기기(E)
- 공개·고지명령: 면제 (형 선고·이수명령·취업제한만으로도 재범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
양형에서 법원은 피해자가 사진·영상 삭제를 요청하자 피고인이 “한 달 동안 매일 뺨을 맞아라”, “평생 불안해할라고 살라”는 등의 발언을 한 점,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명시하였습니다.
4. 핵심 포인트 — 소송 전략상 잘한 점과 못한 점
가. 좋은 전략 ✅
① 법문언에 근거한 명확한 무죄 주장 변호인이 ‘화면공유는 제공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전개한 것은 죄형법정주의와 엄격 해석 원칙에 기반한 법리적으로 정당한 방어 전략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 방식이 기존 법 조항의 문언에 포섭되는지를 다투는 것은 형사 변호에서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주장이며, 상급심에서 다시 다툴 여지도 남겨두는 전략적 의미가 있습니다.
② 공개·고지명령 면제 결과 비록 유죄 판결을 막지는 못하였지만,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이 면제된 것은 변호인 측에 유리한 결과입니다. 공개·고지명령은 피고인의 사회 복귀와 일상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처분인 만큼, 이를 면제받은 것은 변호 활동의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나. 미흡한 전략 ❌
① ‘제공’ 해당성 주장의 한계 — 실질적 피해 반박 부재 변호인의 주장은 ‘파일 전송이 없었다’는 형식적 측면에 집중하였으나, 법원이 결정적으로 고려한 것은 C이 실제로 영상을 녹화하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사실이 증거로 확인된 이상, 화면공유가 실질적으로 촬영물의 저장·복제를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을 반박하기 어려웠습니다. 만약 녹화 사실이 없었다면 주장의 설득력이 더 높았을 수 있습니다.
② 누범 전력에 대한 양형 대응 전략의 한계 피고인은 동종 전력에 더하여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에게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이 양형에서 크게 불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무죄 주장과 병행하여 피해자와의 합의, 진지한 반성, 재범 방지 노력 등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하였으나, 판결문상 이러한 정상이 충분히 반영된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③ 범행 후 정황의 관리 실패 피해자가 사진·영상 삭제를 요청하였을 때 피고인이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은 법원의 양형 판단에서 명시적으로 불리한 정상으로 거론되었습니다. 범행 이후의 행동이 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뢰인에 대한 사건 초기 단계에서의 행동 지침 제공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마치며 — 기술이 바뀌어도 법의 보호는 계속됩니다
이 판결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불법촬영물을 유통하는 방식이 아무리 새롭고 교묘하더라도, 법원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촬영물에 대한 통제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을 해석합니다. 파일을 전송하지 않았다는 형식적 논리는 실제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새로운 기술 방식이 기존 법 조항의 구성요건에 포섭되는지를 다투는 주장은 상급심에서 여전히 의미 있는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법과 기술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이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