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물정보 DB 스크래핑-데이터베이스제작자권리 침해

“우리 데이터를 무단으로 긁어갔는데, 법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부동산 플랫폼 ‘D’가 수십억 원을 투자해 구축한 부동산 매물정보 DB가 있습니다. 그런데 경쟁 플랫폼 ‘E’가 스크래핑(Scraping) 방식으로 D의 매물정보를 무단으로 긁어가 자신의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소스코드에는 출처가 ‘D’라고 버젓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피고는 이렇게 항변하였습니다. “캐시 데이터를 잠깐 저장한 것뿐이니 일시적 복제에 해당하고, 저작권법상 면책됩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이 판결은 온라인 플랫폼의 데이터베이스를 스크래핑으로 무단 수집하는 행위가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한 중요한 사례입니다.

부동산 매물정보 DB 스크래핑
부동산 매물정보 DB 스크래핑

1. 사실관계 요약

원고(이후 원고승계참가인으로 교체)는 2003년경부터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D’를 운영하며 공인중개사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부동산 매물정보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원고는 다수의 부동산 정보업체들과 제휴계약을 체결하여 매물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매물위치·거래 유형·동·층수·공급면적·전용면적·방향·가격·관리비 등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배열하였습니다.

특히 원고는 2009년경 허위매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인매물시스템’을 도입하였는데, 이를 위해 2014년 매물검증센터 설립비로 약 7억 5,000만 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용역비만으로 약 10억 원을 지출하는 등 막대한 인적·물적 투자를 하였습니다.

피고는 경쟁 부동산 플랫폼 ‘E’를 운영하면서 2021년 2월 15일경부터 2025년 3월 12일경까지 스크래핑 방식으로 D의 부동산 매물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였습니다. 피고는 수집한 정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거래 유형 및 평수’를 기준으로 동종 매물을 묶어 최저가격과 최고가격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가공하여 E에 게시하였습니다. 피고는 심지어 E 소속 공인중개사들에게 “소비자들에게 E에 가면 D 매물까지 모든 매물을 볼 수 있다는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한다”고 공지하기도 하였습니다.

원고승계참가인은 2023년 1월 1일 원고로부터 약 763억 원을 지급하고 ‘D’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서비스 사업을 포괄적으로 양수하였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데이터베이스 유지·관리 및 검증에 인적·물적 투자를 계속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스크래핑 행위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인정하여 7,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명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가. 원고승계참가인이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하는가?

원고가 직접 매물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부동산 정보업체로부터 제공받아 이용하고 있으므로, 데이터베이스제작자는 부동산 정보업체이고 원고승계참가인은 단순한 ‘이용권자’에 불과하다는 피고의 주장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첫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나. 피고의 스크래핑 행위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가?

피고가 수집한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의 ‘상당한 부분’의 복제에 해당하는지, 또는 개별 소재의 반복적·체계적 복제로서 상당한 부분의 복제와 같은 결과를 발생시켰는지가 두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다. 피고의 캐시 데이터 생성이 저작권법 제35조의2의 ‘일시적 복제’로 면책되는가?

피고는 링크 과정에서 캐시 데이터가 생성된 것에 불과하므로 일시적 복제로서 면책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가 세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부동산 매물정보 DB -2024나11433
부동산 매물정보 DB -2024나11433

3. 판시 내용

가. 원고승계참가인의 데이터베이스제작자 지위 — 인정

법원은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의 ‘데이터베이스’란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하고, 같은 조 제20호의 ‘데이터베이스제작자’란 데이터베이스의 제작 또는 그 소재의 갱신·검증 또는 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자를 말한다고 전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 제20호).

피고의 ‘이용권자’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다음과 같이 배척하였습니다. 원고승계참가인이 운영하는 ‘D’와 부동산 정보업체가 운영하는 ‘K’은 소재의 배열, 구성 화면, 검색시스템 등이 전혀 다른데, 이는 원고승계참가인이 부동산 정보업체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 ‘D’의 시스템과 체계에 맞게 다시 편집·배열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원고승계참가인은 다수의 부동산 정보업체들과 제휴계약을 맺고 취합한 매물정보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데 상당한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였으므로, 부동산 정보업체가 일부 매물정보를 제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승계참가인이 이용권자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침해 — 인정

법원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면서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적용하였습니다.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에 해당하는지는 양적인 측면에서 복제된 부분을 전체 데이터베이스의 규모와 비교하여야 하고, 질적인 측면에서는 개별 소재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데이터베이스제작자가 그 부분의 제작 또는 소재의 갱신·검증·보충에 인적·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93조 제1항, 제2항,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도1533 판결).

구체적으로 법원은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침해를 인정하였습니다. ① E 웹페이지 소스코드에 D의 매물정보가 직접 표시되고 출처가 ‘D’로 명시되어 있었던 점, ② 피고가 약 4개월 동안 전국 850여 개 아파트 단지의 매물정보 약 25만 개를 주기적·반복적으로 복제하였던 점, ③ D의 매물 변동사항이 E에 시간차를 두고 반영되고 D의 오류까지 E에 동일하게 나타났던 점, ④ 피고가 수집한 정보가 부동산 거래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보들로서 이용자들이 D으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어 D의 이용자 수나 이용시간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⑤ 원고승계참가인의 서비스 이용약관이 크롤링 등 자동화된 수단을 통한 정보 수집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점 등이었습니다.

다. 일시적 복제 면책 주장 — 배척

법원은 저작권법 제35조의2의 일시적 복제 면책 규정은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인정되지만, 일시적 복제 자체가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경우는 제외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35조의2, 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다1017 판결).

피고가 ‘maxCacheAge’를 3시간으로 설정하여 캐시 데이터를 장시간 유지한 것은 일반적인 복제와 크게 다르지 않고, 약 25만 개의 매물정보를 반복적으로 추출하여 상업적으로 재사용한 것은 원본 데이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서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4. 핵심 포인트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내용
제3자 제공 정보도 데이터베이스 보호 가능외부 업체로부터 정보를 제공받더라도 독자적으로 편집·배열·검증에 상당한 투자를 하였다면 데이터베이스제작자로 인정됨
스크래핑 = 데이터베이스 권리 침해반복적·체계적 스크래핑으로 핵심 정보를 수집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상당한 부분의 복제로 간주됨
캐시 면책의 한계캐시 유지 시간을 장시간으로 설정하거나 수집 정보를 상업적으로 재사용하면 일시적 복제 면책 불가
이용약관의 법적 의미크롤링·스크래핑 금지 약관은 데이터베이스의 일반적 이용과의 충돌을 입증하는 유력한 근거가 됨
질적 상당성 판단 기준복제된 정보가 이용자가 원본 플랫폼을 방문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핵심 정보라면 질적으로 상당한 부분에 해당
데이터베이스 보호기간 주의저작권법 제95조에 따라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는 제작 완료 다음 해부터 5년간 존속하나, 갱신 등에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진 경우 해당 부분에 대해 갱신 시점부터 다시 5년간 보호됨
데이터베이스 저작권 김정민 변호사
데이터베이스 저작권 김정민 변호사

데이터베이스는 투자의 산물입니다, 법이 지켜줍니다

이 판결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수십억 원을 투자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경쟁사가 스크래핑으로 무단 수집하는 행위는 명백한 권리 침해입니다.

반대로 경쟁사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은 사업자라면 반드시 제휴계약을 체결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합니다. “캐시에 잠깐 저장한 것뿐”이라는 항변은 이 판결에서 보듯 통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사업자라면 지금 당장 두 가지를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서비스 이용약관에 크롤링·스크래핑 금지 조항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지. 둘째,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유지·관리에 투입된 인적·물적 투자 내역을 증거로 보존하고 있는지. 데이터가 곧 자산인 시대, 그 자산을 지키는 것도 법률 전략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