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방송에서 게임 미리 보여준 것뿐인데, 설마 형사처벌까지 받을 줄은 몰랐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일상화된 지금, 회사 내부 정보를 방송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 미공개 게임 정보 유출 분쟁
별풍선 몇 개를 더 받으려다 벌금 700만 원과 전과 기록을 얻게 된 실제 사건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 판결을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가. 등장인물
- 피고인 A: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배포하는 피해자 주식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던 사람입니다.
- 피해자 회사: ‘E’라는 게임을 개발하여 공식 출시를 준비 중이던 게임 회사입니다.
나. 사건의 경위
피고인은 2017년 3월경 피해자 회사 앞에서 회사 내부 와이파이망을 통해 웹클라우드에 접속한 뒤,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인 E 게임 파일을 자신의 휴대폰에 다운로드하였습니다.
이후 2017년 4월경 자신의 주거지에서 해당 파일을 데스크탑 컴퓨터에 저장·설치하고 서버에 접속한 뒤,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E 게임의 미공개 정보가 담긴 동영상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였습니다.
공개된 영업비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스토리 및 튜토리얼
- 변신카드 앤드 컬렉션 시스템
- 전설 등급 변신 시스템
- 제작 시스템
- 판도라 상점 시스템
- 아인하사드 시스템
- 스탯 시스템
피고인은 이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별풍선’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별풍선은 아프리카TV에서 시청자가 방송 진행자에게 지급하는 아이템으로, 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한 경제적 가치를 지닙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 쟁점 | 내용 |
|---|---|
| 부정한 목적 인정 여부 | 피고인에게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었는가? |
피고인은 “단순히 게임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을 뿐,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자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는 단순한 고의범이 아니라 목적범입니다. 즉, 고의 외에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 범죄 성립의 추가 요건으로 요구됩니다. 따라서 이 목적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3. 판시 내용
가. 목적범의 법리 —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다
법원은 먼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의 목적범 법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 및 제2항 위반죄는 고의 외에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가할 목적’을 범죄 성립 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목적은 반드시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이 아니더라도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직업, 경력, 행위의 동기 및 경위와 수단·방법, 영업비밀 보유 기업과 영업비밀을 취득한 제3자와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6도5080 판결 참조).
나. 부정한 목적 인정 — 네 가지 근거
법원은 다음 네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라도 부정한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① 피해 회사의 마케팅 전략과 영업비밀 관리의 목적: 피해 회사가 E 게임을 개발한 후 공식 출시일까지 영업비밀로 관리하면서 소비자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미공개 기간 동안 소비자의 추측과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대감을 극대화하여 매출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② 영업비밀 공개로 인한 경제적 손실 가능성: 이러한 영업비밀이 공개되어 비공지성이 상실될 경우, 상품에 대한 신비감과 기대감이 사라져 당초의 마케팅 목적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고, 이는 피해 회사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③ 피고인의 인식 가능성: 피해 회사에서 직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④ 별풍선의 경제적 가치: 아프리카TV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방송 진행자에게 지급하는 ‘별풍선’은 금전으로 환가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경제적 가치 있는 이익에 해당하고, 피고인도 위 방송에서 이 사건 게임의 공개로 별풍선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한 결과, 법원은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라도 피해 회사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4. 핵심 포인트
가. ‘목적’은 확정적 의도가 없어도 인정될 수 있다
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법리는 미필적 인식으로도 목적범의 목적이 충족된다는 점입니다. 피고인은 “피해 회사를 망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하였지만, 법원은 그러한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이 없어도 된다고 보았습니다. 회사 내부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면 회사에 손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어렴풋이라도 인식하면서 행동하였다면, 그것으로 목적범의 요건이 충족될 수 있습니다.
나. 별풍선도 ‘부정한 이익’이 될 수 있다
법원은 별풍선을 금전으로 환가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 있는 이익으로 명확히 인정하였습니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시청자의 후원을 받는 행위가 단순한 취미 활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후원 아이템이 현금화 가능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면 ‘부정한 이익’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경제가 확산된 지금, 방송 수익을 위해 회사 내부 정보를 활용하는 행위는 명백한 형사 리스크를 수반합니다.
다. 재직 중 취득한 정보는 퇴직 후에도 보호된다
피고인은 피해 회사의 현직 직원 신분으로 파일을 취득하였습니다. 재직 중 업무상 접근 가능한 정보라 하더라도, 그것이 회사가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정보라면 무단으로 외부에 공개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특히 게임 업계처럼 출시 전 정보 관리가 마케팅 전략의 핵심인 분야에서는 미공개 게임 정보의 보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라. 게임 회사는 출시 전 정보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 사건은 피해자 회사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법원이 영업비밀성을 인정한 근거 중 하나는 피해 회사가 출시 전까지 해당 정보를 영업비밀로 관리하였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정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비밀로 관리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이 있어야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보안 서약서 징구, 접근 권한 제한, 보안 지침 수립 등 체계적인 비밀 관리 조치가 필수적입니다.

마치며
이 판결은 인터넷 방송 시대에 영업비밀 보호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별풍선 몇 개를 더 받으려는 작은 욕심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 이 한 문장이 이 판결의 핵심입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직장인이라면, 회사 내부에서 접한 미공개 정보를 방송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단 한 번의 방송이 전과 기록과 수백만 원의 벌금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 담당자라면, 지금 우리 회사의 영업비밀 관리 체계가 법적 보호를 받기에 충분한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