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도 헌법이 필요하다_김정민 변호사 칼럼

메타버스는 현실세계가 복제된 ‘거울 세계’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 세계’를 말한다. 가상 세계의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RPG(Role-Playing Game) 게임이다. 여기에는 하나의 사회와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고, 화폐를 통한 경제가 돌아가고 있으며, 문화가 있고, 각종 범죄가 발생한다.

현실 세계에 헌법과 민법, 형법, 상법, 행정법 등이 있는 이유는 사회의 기본을 지키기 위함인데, 가상세계에도 이 같은 규율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래서 메타버스는 내부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규율하는 헌법이 필요하다. 이 뚱딴지같은 얘기가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메타버스에도 헌법이 필요하다
메타버스에도 헌법이 필요하다

메타버스도 국가 3요소 갖추고 있어

국가가 성립하기 위한 세가지 요소를 영토, 국민, 주권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3요소와 함께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것이 헌법이다. 메타버스는 어찌 보면 국가의 세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메타버스 내에서 유저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헌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대한민국헌법’과 비슷한 ‘로블록스 헌법’, ‘제페토 헌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헌법이 제정되면, 민법, 형법, 상법 등이 제정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온라인 게임, 메타버스에는 이용약관이라는 것이 있고 이것이 헌법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온라인 게임과 달리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유사한 복잡도를 가지므로 약관 하나로 규율되기 힘들다. 민법, 형법, 상법 정도만 있으면 되지, 거창하게 헌법이 왜 필요한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 해답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차이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상 세계의 이용자(유저)는 아바타를 생성해서 활동한다. 누군가는 아바타를 열 개, 스무 개 만들고 싶어하는데, 현실 세계의 나는 1명만 존재한다. 유저 1명당 아바타를 몇 개까지 허용하고 각 아바타에게 독자적인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 여부, 이것은 ‘주권’에 관한 문제이다.

모든 아바타를 현실 세계의 나와 연결시킬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내가 만든 아바타이지만 내가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AI(알고리즘)이 아바타를 조종하게 할 수도 있다. 내가 만든 모든 아바타의 행위를 현실의 나와 연결시키는 것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삼성증권이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내부 시상식을 개최했다. 사진=삼성증권/연합뉴스
삼성증권이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내부 시상식을 개최했다. 사진=삼성증권/연합뉴스

2억 명이 접속하는 커뮤니티가 수평적으로 운영될 수는 없다. 운영진이 생기고 대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때 만약 선거나 투표를 한다면 아바타 1개당 1표를 줄 것인가? 커뮤니티 기여도에 따라서 차등을 둘 것인가? 어려운 문제이다. 또한 각 메타버스 플랫폼의 특성에 맞는 기본적인 권리 의무도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기본적인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헌법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각자 헌법을 만들고 하위 규범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나 관련단체가 이를 도와줘야 한다. IT전문가와 법률전문가가 함께 기본 가이드라인이나 로드맵이라도 만들어가야 한다.

초기에는 메타버스 내의 행정의 역할을 개발사가 전적으로 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저가 늘어나고 커뮤니티가 커지면, 행정 수요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은 알고리즘으로 자동화할 수 있지만, 알고리즘이 커버하지 못하는 케이스는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다. 행정을 세분화하고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 이것 또한 헌법의 영역이다.

메타버스내 범죄행위는 어떻게 처벌할까

메타버스 내에서 범죄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 게임이나 메타버스 내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이미 사회이슈화가 되어 있다.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욕설, 성희롱, 유해 콘텐츠 노출 등이 유저에 대한 것으로 의제되어 현실의 형법이 적용될 수 있다.

다만, 가해 유저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현실 공간을 기초로 구축된 법률 체계를 벗어나는 범죄행위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도 있다. 나아가 현실에서 처벌되지 않는 범죄 사례들이 축적된다면, 메타버스 내에서 이러한 범죄 행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메타버스 생태계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메타버스 유저의 대부분이 10대인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규범의식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못하고, 본능과 재미에 충실한 경향이 있다. 또한 가상 세계라는 인식이 이들의 모험심과 일탈을 자극할 수도 있고, 이것이 범죄행위로 연결될 수도 있다. 가상 세계의 범죄행위를 일일이 현실로 끌고나와 현실의 법정에 세워 범죄로 처단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얼마 전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 플랫폼이 낳은 신종 디지털성범죄(n번방) 사건을 목도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대부분 10대이고 가해자들이 10대, 20대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실의 경찰력과 행정력이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고, 자칫 범죄자를 놓칠 수 있는 상황도 있었다.

이렇듯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정보나 신상을 털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사고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가상 세계의 아바타와 현실의 ‘나’가 연결되는 순간, 즉 신상 정보가 다른 유저에게 넘어가는 순간 범죄가 시작된다. 앞으로 만들어야할 메타버스 헌법에는 현실의 신상정보를 아바타와 절대적으로 분리하고, 채팅이나 대화를 통해서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자정노력’ 의문스러운 메타버스 운영사들

그렇다면 메타버스 운영사가 자정의 노력을 하고 있을까?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제페토’는 이용약관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불법적 행위를 열거하며 범죄행위를 제재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제재가 잘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특히 이용약관의 ‘면책조항’에는 ‘불쾌하고 선정적이며 모욕적인 자료에 노출될 수 있고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이러한 위험 요소를 받아들이는 것에 동의한다’고 기재되어 있어, 자정의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최근에 한국 법인을 설립한 로블록스 역시 이용약관의 ‘제3자 자료 면책조항(Third-Party Materials Disclaimer)’에 불쾌, 외설, 불법적 콘텐츠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10대가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유저들의 규범의식을 확립한다거나 메타버스 운영사의 자정노력을 기대한다는 공염불은 이제 그만하자. 현실 세계를 꼭 빼닮은 메타버스에는 헌법이 필요하고, 그 헌법 정신을 실현하는 하위 법규가 필요하다.

김정민변호사_칼럼카드
김정민변호사_칼럼카드

 

메타버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들_김정민 변호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