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당 150만 원 받고 매절했는데, 저작권까지 넘긴 건 아니었습니다”-음원공급계약 저작권 분쟁
음악 제작자가 게임 회사의 의뢰를 받아 리듬 게임용 음원을 제작하고 곡당 150만 원을 받았습니다. 계약서에는 ‘매절’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습니다. 게임 회사는 이를 근거로 “저작재산권까지 양도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원심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계약서에 ‘저작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이전한다고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은 ‘매절’이라는 단어가 계약서에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저작재산권 양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대법원이 명확히 확인한 중요한 사례입니다. 음악, 웹툰, 소설 등 창작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판결입니다.

1. 사실관계 요약
원고는 2011년 7월 주식회사 D와 음원공급계약(이하 ‘이 사건 음원공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계약의 주요 내용은 원고가 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 동안 D의 리듬 게임에 사용될 음원을 제작하여 공급하고, D로부터 기본 제공 음원 1곡당 150만 원의 음원제작비를 매월 말일에 지급받는 것이었습니다.
계약서 제1조에서는 용어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습니다. ‘음원’은 원고가 D의 의뢰를 받아 납품한 음악저작물,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가 가지는 원천적 권리, ‘판권’은 음원과 관련하여 사업화할 수 있는 모든 권리, ‘매절’은 D가 원고로부터 음원에 대해서 저작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넘겨받는 것으로 각각 정의하였습니다.
계약서 제5조 ‘판권 이전 및 사용 범위’에서는 “원고가 D에게 제공하여 매절된 음원의 저작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은 D에게 귀속된다”고 명시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계약에 따라 기존 곡을 편곡하거나 새로운 곡을 작곡하여 D에 공급하였고, D는 이를 리듬 게임에 수록하였습니다. 이후 분쟁이 발생하여 원고가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4. 9. 선고 2024나34438 판결)은 이 사건 음원공급계약을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원고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하나였습니다.
이 사건 음원공급계약이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에 해당하는가?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세부 쟁점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첫째, 계약서에 ‘매절’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이 저작재산권 양도를 의미하는지입니다. 원심은 매절이 저작재산권을 양수하는 형태라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이를 달리 판단하였습니다.
둘째, 계약서에 ‘저작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이전한다고 명시된 경우 저작재산권 양도가 인정될 수 있는지입니다.
셋째,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어느 쪽에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하는지, 즉 저작자 유리 해석 원칙이 적용되는지입니다.

3. 판시 내용
가. 저작권 계약 해석의 대원칙 — 저작자 유리 추정
대법원은 먼저 저작권에 관한 계약 해석의 기본 원칙을 확인하였습니다. 저작권에 관한 계약을 해석할 때 그것이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인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저작재산권 양도 사실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아니하였으면 저작자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유리하게 추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인지 여부는 계약 문언의 내용, 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계약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나. 이 사건 음원공급계약은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이 아니다
대법원은 다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음원공급계약이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원고에게 원시 귀속
저작권법 제10조에 따르면 저작자는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가지고, 이러한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창작한 음악저작물을 D에 공급하였더라도 그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은 원고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됩니다.
② 계약서에 저작권 제외가 명시되어 있고 양도 규정이 없음
이 사건 음원공급계약서에는 D가 원고로부터 이전받은 권리 중 저작권을 명시적으로 제외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저작재산권의 양도에 관한 사항이 명시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달리 저작권 양도 사실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저작재산권은 저작자인 원고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③ ‘매절’이 저작재산권 양도를 의미하지 않음
계약서에 ‘매절’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 계약을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매절’은 저작물의 출판계약에서 출판 대가를 발행 부수에 관계없이 미리 일시불로 지급받고 인세는 배제하기로 하는 출판 대가의 지급방식을 일컫는 것으로도 사용됩니다. 이 사건 음원공급계약에서 매절이 저작재산권 양도를 의미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습니다.
④ 계약 목적 달성에 저작재산권 양도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음
이 사건 음원공급계약은 D가 음악저작물을 리듬 게임 등 사업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된 것인데, D가 반드시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아야만 이러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원고가 P협회에 음악저작물을 등록하지 않을 의무나 사용 종기가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정 등은 D의 독점적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것에 불과합니다.
다. 원심 파기 및 환송
대법원은 원심이 ‘매절은 저작재산권을 양수하는 형태’라고 판단한 것은 계약 해석과 저작재산권의 양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4. 핵심 포인트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내용 |
|---|---|
| 저작자 유리 추정 원칙 |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인지 불분명한 경우 저작자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추정 — 양도를 주장하는 측이 명확히 입증해야 함 |
| ‘매절’ ≠ 저작재산권 양도 | 매절은 대가 지급 방식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계약서에 매절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저작재산권 양도가 되지 않음 |
| 계약서 문언의 결정적 중요성 | ‘저작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이라는 문언이 있으면 저작재산권은 양도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 |
|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 | 저작물을 납품·공급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저작재산권이 이전되지 않음 — 별도의 양도 합의가 필요 |
| 독점 사용 보장 ≠ 저작재산권 양도 | 협회 미등록 의무, 경쟁사 제공 금지, 사용 종기 미설정 등은 독점적 이용허락의 요소일 뿐 저작재산권 양도의 증거가 아님 |
| 계약서 작성 시 실무 주의사항 |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려면 계약서에 ‘저작재산권을 양도한다’는 문언을 명시적으로 기재해야 하며, 양도 범위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함 |
창작자라면 계약서의 이 한 줄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이 판결은 음악, 웹툰, 소설, 게임 등 모든 창작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계약서에 ‘매절’이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저작재산권까지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계약서에 ‘저작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이상 저작재산권은 창작자에게 남아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반대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저작재산권을 확실히 양도받고 싶다면 계약서에 ‘저작재산권을 양도한다’는 문언을 명확하게 기재하여야 합니다. 모호한 표현은 언제나 저작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됩니다.
창작자와 기업 모두에게 계약서 한 줄 한 줄이 수년 후 법정 다툼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검토할 때 저작권 귀속 조항을 가장 먼저, 가장 꼼꼼하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