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음악 사용-사망한 작곡가의 저작인격권-저작권변호사

“아버지가 작곡한 음악이 드라마 음악에 무단으로 사용되었고, 엔딩크레딧에 이름도 없었습니다. 유흥업소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쓰였고, 대사와 겹쳐 재생되기도 했습니다. 저작권 침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인격권은 어떻게 보호받는가? 드라마 배경음악 사용에 ‘싱크권’이라는 별도의 권리가 인정되는가? 저작권신탁관리단체는 모든 침해를 감시할 의무가 있는가? 이 판결은 음악저작권 분야의 핵심 쟁점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드라마 음악 사용_저작인격권
드라마 음악 사용_저작인격권

사실관계 요약

원고 A는 ‘G’ 및 ‘K’를 작곡한 망 H(이하 ‘망인’)의 아들입니다. 망인은 1973. 3. 1.경 피고 사단법인 C(이하 ‘피고 협회’, 음악저작권신탁관리단체)와 저작권신탁계약을 체결하여 자신이 소유하는 모든 음악저작권을 피고 협회에 신탁하였고, 망인은 1987. 8. 31.경 사망하였습니다. 원고와 S 등은 망인의 아들로서 이 사건 신탁계약의 위탁자 지위를 승계하였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B(이하 ‘피고 회사’)는 2011. 12. 17.부터 2012. 4. 15.까지 종합편성채널 M에서 방송된 36부작 주말드라마 ‘D'(이하 ‘이 사건 드라마’)를 제작한 회사입니다. 피고 협회는 2011. 12. 14.경 피고 회사에게 이 사건 각 음악저작물을 포함한 총 3곡에 관한 사용승인을 해주었고, 피고 협회는 2011. 12. 15. 원고로부터 이 사건 각 음악저작물에 관한 각 사용동의를 받았습니다. 피고 회사는 피고 협회에게 사용료를 지급하였고, 피고 협회는 망인 몫의 분배금으로 원고에게 414만 원, S에게 186만 원을 각 지급하였습니다.

이 사건 드라마 제7화에는 이 사건 제1 음악저작물이 유흥업소를 배경으로 배우들이 커플 탱고를 추는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고, 제10화에는 이 사건 제2 음악저작물이 피아노 연주를 배경으로 배우가 가창하면서 다른 배우의 대사가 오버랩되는 장면에 사용되었습니다. 두 영상 모두 엔딩크레딧에 망인의 성명이 표기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저작인격권 침해(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 저작재산권 침해(2차적저작물작성권, 이른바 싱크권, 복제권·배포권·전송권), 피고 협회의 수탁자 의무 위반 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 2. 20.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20. 선고 2021가합592632 판결).

쟁점 정리

첫째,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인격권 침해 —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의 적용 범위

저작권법 제14조 제1항은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망인의 사망으로 저작인격권은 소멸합니다 (저작권법 제14조 제1항). 그러나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은 저작자의 사망 후에도 저작자가 생존하였더라면 그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될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되, 그 행위의 성질 및 정도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 엔딩크레딧에 성명 미표기, 유흥업소 장면 배경음악 사용, 대사 오버랩 등이 이 조항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둘째, 이른바 ‘싱크권(Synchronization License)’이 우리 저작권법상 독립된 권리로 인정되는가

원고는 영상저작물에 음악저작물을 삽입·재생할 수 있는 권리인 ‘싱크권’이 국제조약 및 저작권법상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일종으로 보호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우리 저작권법이 저작재산권을 열거주의로 규정하고 있는지, 싱크권이 그 중 하나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저작권법 제11조 내지 제22조).

셋째, 피고 협회의 수탁자로서의 의무 위반 여부

피고 협회가 이 사건 사용승인을 통해 정당한 사용료를 징수하여 원고에게 분배하였는지, 제3자에 의한 불법 유통에 대하여 사용료를 징수하거나 침해를 방지할 의무가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저작권법 제105조).

드라마 음악 사용_2021가합592632
드라마 음악 사용_2021가합592632

판시 내용

가.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 위반 여부 — 부정

법원은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하려면 단지 망인이 생존하였더라면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가 될 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행위의 성질 및 정도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망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

이 사건 7화 영상과 이 사건 10화 영상은 모두 이 사건 각 음악저작물을 배경 연주와 가창의 방식으로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표현하고 있고, 영상의 내용 또한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드라마의 한 장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7화 영상의 해당 부분은 배우가 일반적인 방법으로 커플 탱고를 추는 장면으로서 망인의 인격을 훼손하거나 망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표현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

나. 성명표시권 침해 여부 — 부정(가정적 판단)

법원은 ① 우리나라에서 방송되는 드라마의 경우 엔딩크레딧에 할애된 분량이 많지 않아 드라마에 포함된 음악저작물의 저작자 성명을 일일이 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점, ② 이 사건 각 음악저작물이 해당 영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에 불과한 점, ③ 큐시트에는 이 사건 각 음악저작물의 작곡자가 망인임이 분명하게 표시되어 있고 달리 피고 회사에게 의도적으로 망인의 성명을 은닉하려는 목적은 없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이는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단서의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다. 동일성유지권 침해 여부 — 부정(가정적 판단)

법원은 음악저작물의 일부만을 이용하더라도 그 부분적 이용이 저작물 중 일부를 발췌하여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어서 이용되는 부분 자체는 아무런 변경이 없고, 이용방법도 그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방법을 따른 것이며, 저작물에 표현된 저작자의 사상·감정이 왜곡되거나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이 오인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제2항). 이 사건 10화 영상에서 배우의 대사가 오버랩되는 장면은 음악저작물을 연주·가창하는 부분과 분명하게 구별되어 음성이 아닌 영상을 구성하는 부분으로서, 이를 두고 음악저작물의 수정 또는 변형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라. 싱크권 침해 여부 — 부정

법원은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경우 저작권의 지분적 권리들을 제한적으로 열거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저작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싱크권’을 저작권법에 열거된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의 저작재산권 외에 원고에게 인정되는 또 다른 권리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1조 내지 제22조). 나아가 AA협약, AB 저작권 조약에도 ‘싱크권’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싱크권을 복제권의 일부로 해석할 여지가 있으나, 피고 회사는 피고 협회로부터 이 사건 사용승인을 받았고 그 이용허락의 범위에는 이 사건 드라마에 이 사건 각 음악저작물을 동일성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삽입·재생하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46조 제1항).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55593 판결 참조)

마. 피고 협회의 수탁자 의무 위반 여부 — 부정

법원은 피고 협회가 이 사건 사용승인을 통해 피고 회사에게 ‘국내에서 방송되는 이 사건 드라마에 이 사건 각 음악저작물이 동일성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사용되는 것’에 대한 이용허락을 하였고 그 사용료를 원고에게 모두 분배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05조). 또한 피고 협회에게 신탁재산인 저작재산권에 대한 모든 침해행위를 감시하고 방지하여야 할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부과할 근거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J를 통한 제3자의 불법 업로드나 L 등의 유통 행위에 대하여 피고 협회가 그 위험요인을 지배·관리하고 있다거나 관리·감독할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0다1272 판결 참조).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인격권 보호는 ‘명예훼손’이 있어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은 저작자 사망 후에도 저작인격권 침해가 될 행위를 금지하지만, 그 단서에서 ‘사회통념상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 이 사건에서 법원은 성명 미표기만으로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고, 유흥업소 장면 배경음악 사용도 통상적인 드라마 장면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사망한 저작자의 유족이 저작인격권 침해를 주장하려면 단순한 성명 미표기나 일부 발췌 사용을 넘어 사회통념상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구체적인 사정을 입증하여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14조 제2항, 제128조).

②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을 열거주의로 규정하고 있어 ‘싱크권’은 독립된 권리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저작권법 제11조 내지 제22조의 규정 내용 및 형식에 비추어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저작권의 지분적 권리들을 제한적으로 열거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1조 내지 제22조). 따라서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별도의 ‘싱크권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현행 저작권법 체계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다만 싱크권을 복제권의 일부로 해석할 여지는 있으므로, 저작권신탁관리단체로부터 적법한 이용허락을 받은 경우에는 복제권 침해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 제46조 제1항).

③ 음악저작물의 이용허락 범위는 계약서의 문언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이용관행을 종합하여 해석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사용승인의 이용허락 범위에 특정 악기로 편곡하여 연주하거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가 직접 가창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였습니다. 음악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계약에 있어 이용허락 범위는 계약서의 문언, 계약 체결 경위, 이용의 목적, 통상적인 이용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합니다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55593 판결).

④ 저작권신탁관리단체는 모든 저작권 침해를 감시·방지할 일반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피고 협회에게 신탁재산인 저작재산권에 대한 모든 침해행위를 감시하고 방지하여야 할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부과할 근거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05조). 저작권신탁관리단체는 저작재산권을 신탁재산으로 관리하면서 그 이용을 허락하고 사용료를 징수하여 저작권자들에게 분배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제3자에 의한 불법 유통 행위에 대하여 그 위험요인을 지배·관리하고 있다거나 관리·감독할 지위에 있지 않은 이상 침해 방지 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0다1272 판결).

드라마 음악 사용-저작인격권
드라마 음악 사용-저작인격권

마치며 —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이기려면 ‘무엇이 침해되었는지’를 법률 조문에 맞게 특정하여야 합니다”

이 판결은 음악저작권 분야에서 자주 제기되는 쟁점들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사망한 작곡가의 음악이 드라마에 사용되었고, 엔딩크레딧에 이름도 없었으며, 유흥업소 장면에 배경음악으로 쓰였다는 사실관계는 직관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저작권법의 엄격한 요건에 따라 각 침해 주장을 하나씩 검토하여 모두 부정하였습니다.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는 ① 어떤 권리가 침해되었는지를 저작권법에 열거된 권리 중 하나로 특정하고, ② 그 침해가 법률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여야 합니다. ‘싱크권’처럼 우리 저작권법에 명시되지 않은 권리를 주장하거나, 사망한 저작자의 명예훼손 없이 저작인격권 침해만을 주장하는 것은 현행 법체계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저작권 침해 소송은 감정이 아니라 법률 조문으로 싸우는 것입니다. 어떤 권리가, 어떤 요건 하에, 어떻게 침해되었는지를 법률에 근거하여 특정하지 못하면 아무리 억울해도 법정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20. 선고 2021가합592632 판결,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제13조 제1항·제2항·제14조 제1항·제2항·제46조 제1항·제105조·제128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55593 판결,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0다127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