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모욕죄 기준-“어린놈의 새끼가 어디서 건방지게”-모욕죄가 아니라고?

아파트 회의실에서 입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 야, 친구냐? 어린놈의 새끼가 어디서 건방지게”라는 말을 들었다면, 여러분은 이것이 모욕죄라고 생각하시나요? 1심도 유죄, 2심도 유죄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달랐습니다. 모욕죄 기준 분쟁
이 발언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욕설이 사용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모욕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이 모욕죄의 잣대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이 판결을 통해 정확히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모욕죄 기준 - 최신 판례
대법원 모욕죄 기준 – 최신 판례

1. 사실관계 요약

피고인은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이었던 사람입니다. 2022년 6월 27일 오후 6시 51분경 부천시 중동에 있는 아파트 지하 1층 ‘생활문화센터’ 회의실에서, 피해자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자격으로 회의를 진행하려 하자 피고인은 피해자의 자격을 문제삼아 회의 진행을 저지하려 하였습니다.

이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자격을 문제삼는 사람들과 피해자 사이에 언성을 높여 말다툼을 하면서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공소외인에게 반말을 하자, 피고인이 이를 제지하면서 입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해자를 향하여 “야, 야, 친구냐? 어린놈의 새끼가 어디서 건방지게” 라는 등의 발언(이하 ‘이 사건 발언’)을 하였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하였고, 1심과 2심 모두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가. 공소사실 변경과 고소의 효력 범위

원심은 변경 전 공소사실과 변경 후 공소사실이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여 변경 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해자의 고소의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쟁점은 이 판결의 핵심이 아닙니다.

나. 이 사건 발언이 형법 제311조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판결의 핵심 쟁점은 “야, 야, 친구냐? 어린놈의 새끼가 어디서 건방지게”라는 발언이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두 가지 하위 쟁점이 문제됩니다.

첫째, 모욕죄의 ‘모욕’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 상대방의 주관적 명예감정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객관적인 외부적 명예 침해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입니다.

둘째, 말다툼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사용된 욕설이 모욕죄를 구성하는지 — 발언의 경위, 맥락, 표현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모욕죄 판단 기준-2025도3012
모욕죄 판단 기준-2025도3012

3. 판시 내용

가. 모욕죄의 보호법익과 ‘모욕’의 의미

대법원은 형법 제311조 모욕죄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여기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

나. 모욕 해당 여부의 판단 기준 — 객관적 기준

대법원은 어떠한 표현이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어떠한 표현을 듣고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어떠한 표현이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9도7370 판결 등 참조).

다. 전체적 맥락과 종합적 고려의 필요성

대법원은 모욕죄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평가함에 있어서는 분리된 개별적 언사만을 놓고 판단하기보다는 표현의 전체적인 내용과 맥락을 고려하고, 그러한 표현이 우발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다소 과장된 표현인지 여부, 대화나 토론의 장이 열리게 된 경위와 그 성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13. 6. 27. 선고 2012헌바37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라. 이 사건 발언에 대한 판단 — 모욕죄 불성립

대법원은 이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비추어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첫째, 이 사건 발언은 피해자의 반말 사용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다소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할 뿐,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둘째, 발언자 자신의 불만이나 분노감정을 표출하는 표현, 관용적 또는 단발적이거나 즉흥적·충동적 욕설 등 상대방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에 해당하는 명예감정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그것이 민사적인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형사책임이 수반되는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셋째, 대법원은 명예 보호와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조화롭게 보호되어야 하는 것으로, 일시적인 감정의 표출에 해당하는 표현은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른 자체 평가 및 통제기능에 맡기거나 민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규율할 수 있는 영역이 적지 않으므로, 모욕죄의 잣대를 들이대어 최후적·보충적 규제수단인 국가형벌권 행사를 통해 개입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넷째, 다만 대법원은 관용적 또는 우발적인 표현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성별, 인종, 민족, 장애, 출생 지역, 성적 지향 등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에 기반한 공격적·적대적·경멸적 감정의 표현에 해당하면 그 자체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 이 사건 발언은 그 내용이나 맥락상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모욕죄 판례 해설-김정민 변호사
대법원 모욕죄 판례 해설-김정민 변호사

4. 핵심 포인트

가. 욕설 = 모욕죄가 아니다 — 외부적 명예 침해 여부가 기준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욕설이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대법원이 다시 한번 명확히 한 것입니다. 모욕죄의 판단 기준은 피해자가 주관적으로 기분이 나빴는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인지 여부입니다.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는 무례한 표현이나 경미한 수준의 욕설은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 발언의 경위와 맥락이 결정적이다

이 판결은 모욕죄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발언을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보지 말고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① 아파트 회의에서 자격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진 상황, ② 피해자가 먼저 나이 많은 사람에게 반말을 한 경위, ③ 피고인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언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모욕죄 불성립을 판단하였습니다.

다. 모욕죄는 최후적·보충적 수단 — 민사와 형사의 구별

이 판결은 일시적인 감정 표출에 해당하는 표현은 민사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더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형사처벌은 최후적·보충적 규제수단이므로, 우발적·충동적 욕설에 대해서는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모욕죄 고소를 검토할 때 민사와 형사의 구별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라. 차별·혐오 표현은 예외 — 모욕죄 성립 가능

이 판결은 우발적·관용적 표현이라도 성별, 인종, 민족, 장애, 출생 지역, 성적 지향 등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에 기반한 표현은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하였습니다. 이는 혐오 표현에 대한 형사적 규율의 근거를 명확히 한 것으로, 실무상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마. 모욕죄 성립 여부 판단 기준 정리

구분모욕죄 성립 여부비고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의 혐오스러운 욕설성립 가능외부적 명예 침해 인정
차별·혐오에 기반한 공격적 표현성립 가능성별·인종·장애 등
우발적·충동적 욕설 (경미한 수준)불성립 가능민사책임은 별개
말다툼 중 감정 표출 표현불성립 가능맥락·경위 종합 고려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표현불성립 가능불쾌감 ≠ 명예 침해

마치며 — 욕설이 있었다고 모두 모욕죄가 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 대법원 판결은 모욕죄의 적용 범위에 관한 중요한 기준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습니다. 1심과 2심이 모두 유죄로 판단한 사건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것은, 하급심에서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는 경향에 대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욕설이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욕죄를 인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습니다. 모욕죄 사건을 다룰 때는 발언의 내용뿐만 아니라 발언에 이르게 된 경위, 당사자들의 관계, 전체적인 맥락을 면밀히 검토하여야 하며, 우발적·충동적 표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보다 민사적 구제 수단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이 판결의 취지에 부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