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업계에서 흔히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유행은 돌고, 디자인은 닮는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영감’이고, 어디부터가 ‘불법 모방’일까요?
국내 아이웨어 업계를 대표하는 젠틀몬스터 블루엘리펀트 디자인권 침해 법적 분쟁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 사건입니다.

1. 젠틀몬스터 블루엘리펀트 사건 개요
가. 당사자 및 소송 제기
젠틀몬스터 운영사인 아이아이컴바인드는 2024년 10월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상 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앞서 2023년 12월 형사고소를 제출하였고, 2024년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가압류 신청을 하였습니다.
나. 양 당사자의 시장 지위
젠틀몬스터는 김한국 대표가 2011년 설립한 국내 대표 아이웨어 브랜드로, 독특한 공간 연출과 제품 디자인으로 LVMH 계열 사모펀드와 구글의 투자를 받았으며, 2023년 기준 연결 매출 7,891억원을 기록하였습니다. 반면 블루엘리펀트는 2019년 시작한 후발주자로 ‘제2의 젠틀몬스터’, ‘가성비 젠틀몬스터’로 알려지며 연 매출이 2022년 10억원에서 2023년 300억원으로 급성장하였습니다.
2. 젠틀몬스터 블루엘리펀트 주요 쟁점 분석
가. 제품 디자인 모방 여부
1) 원고의 주장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블루엘리펀트가 2020년부터 최소 33개 이상의 제품에서 안경 프레임, 브리지, 다리 등 주요 구성 요소를 모방하였다고 주장합니다. 3D 스캐닝 전문기관의 분석 결과 15개 상품은 99% 이상 일치하고, 나머지도 95% 이상의 유사도를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2)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적용 가능성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은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품의 시제품 제작 등 상품의 형태가 갖추어진 날부터 3년이 지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하는 행위는 제외됩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단서 (1)).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은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하는 등의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방’이라고 함은 타인의 상품의 형태에 의거하여 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하며, 형태에 변경이 있는 경우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상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변경의 내용·정도, 그 착상의 난이도, 변경에 의한 형태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20044 판결).
판례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은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하는 등의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고, ‘타인이 제작한 상품’에 관하여 창작성 등을 별도의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상품의 형태가 종래에 있었던 것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 아닌 한 부정경쟁방지법 (자)목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20. 선고 2021가합522770 판결).
3) 3년 제척기간 적용 여부
블루엘리펀트가 2020년부터 모방 제품을 판매하였다면, 젠틀몬스터의 원 제품이 출시된 시점이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만약 원 제품 출시 후 3년이 경과한 시점에 블루엘리펀트가 해당 제품을 판매하였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단서에 따라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젠틀몬스터가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블루엘리펀트가 이를 순차적으로 모방하였다면, 각 제품별로 3년 제척기간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나. 매장 인테리어 및 공간 연출 모방 여부
1) 원고의 주장
아이아이컴바인드는 2023년 개점한 블루엘리펀트 명동점의 돌 조형물이 2021년 개점한 젠틀몬스터 상하이 매장 인테리어와 유사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공간 연출의 유사성이 소비자로 하여금 양 브랜드가 같은 회사라고 인식하게 만들어 매출에 타격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2)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 적용 가능성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특정 영업을 구성하는 영업소의 형태와 외관, 내부 디자인, 장식, 표지판 등이 각각 개별 요소들로서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내지 (자)목을 비롯하여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등 지식재산권관련 법률의 개별 규정에 의해서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개별 요소들이 전체 또는 결합된 경우 식별력, 비기능성, 출처 혼동 가능성을 모두 갖추어 상품이나 서비스의 전체적인 이미지로서의 트레이드 드레스로 평가될 수 있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이 규정하고 있는 ‘해당 사업자의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된 성과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1. 28. 선고 2013가합74690 판결).
3)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보호 법리
매장 인테리어와 공간 연출은 트레이드 드레스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상품이나 서비스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외관을 의미하며, 이는 1 식별력(distinctiveness), 2 비기능성(non-functionality), 3 출처 혼동 가능성(likelihood of confusion)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젠틀몬스터의 매장은 거대한 로봇 설치 등 독특한 공간 연출로 유명하며, 이러한 특징이 소비자들에게 젠틀몬스터를 식별하는 표지로 인식되고 있다면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보호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파)목은 (가) 내지 (자)목에 규정하고 있는 행위유형과는 다른, 종래의 지식재산권 관련 제도 내에서는 예상할 수 없어 기존 법률로는 미처 포섭할 수 없었던 유형의 행위로서 (가) 내지 (자)목의 부정경쟁행위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에 한하여 적용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가) 내지 (자)목에서 정하고 있는 행위유형에는 해당하나 위 각 목에서 정하고 있는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행위에 대하여는 (파)목에 의한 부정경쟁행위로 함부로 의율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하여 (파)목의 보충적 적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7. 10. 선고 2013가합82784 판결).
다. 영업주체 혼동행위 여부
1)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적용 가능성
아이아이컴바인드는 SNS에서 ‘블루엘리펀트 제품이 젠틀몬스터와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허위 정보가 퍼졌고, 블루엘리펀트가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주체 혼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 그 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2) 주지성 요건
다만, (나)목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젠틀몬스터의 영업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어야 합니다. 젠틀몬스터는 2011년 설립 이후 국내외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LVMH와 구글의 투자를 받는 등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주지성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판례는 “상품의 형태는 디자인권이나 특허권 등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이를 모방하여 제작하는 것이 허용되며, 다만 예외적으로 어떤 상품의 형태가 2차적으로 상품출처표시기능을 획득하고 나아가 주지성까지 획득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소정의 ‘기타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에 해당하여 같은 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96. 11. 26. 선고 96도2295 판결).
3. 디자인보호법상 디자인권 침해 가능성
가. 디자인권 등록 여부
젠틀몬스터가 문제된 안경 디자인에 대해 디자인권을 등록하였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입니다. 만약 디자인권이 등록되어 있다면, 디자인보호법에 따른 침해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합니다.
나. 디자인의 유사 여부 판단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디자인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각 부분으로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대비할 것이 아니라 그 외관을 전체와 전체로 대비·관찰하여 보는 사람의 마음에 환기될 미적 느낌과 인상이 유사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그 물품의 성질, 용도, 사용형태 등에 비추어 보는 사람의 시선과 주의를 가장 끌기 쉬운 부분을 요부로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대비·관찰하여 일반 수요자의 심미감에 차이가 생기게 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후1097 판결).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제시한 3D 스캐닝 분석 결과 99% 이상의 일치도는 디자인의 실질적 동일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 디자인권 침해에 대한 구제수단
디자인권이 침해된 경우, 디자인권자는 1 침해금지청구권(디자인보호법 제113조), 2 손해배상청구권(디자인보호법 제115조), 3 신용회복청구권(디자인보호법 제117조) 등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보호법 제115조 제3항은 “디자인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가 고의나 과실로 자기의 디자인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자에 대하여 그 침해에 의하여 자기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권리를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로 이익을 얻었을 때에는 그 이익액을 디자인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가 받은 손해액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4. 손해배상액 산정
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손해액 추정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1항은 “부정경쟁행위나 제3조의2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하는 행위로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된 자가 그 침해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제5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그 권리를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를 하게 한 물건을 양도한 때에는 그 물건의 양도수량에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된 자가 그 침해행위가 없었더라면 판매할 수 있었던 물건의 단위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을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된 자의 손해액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 침해자 이익액 추정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3항은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된 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자기의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한 자에 대하여 그 침해에 의하여 자기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권리를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로 이익을 얻었을 때에는 그 이익액을 영업상의 이익이 침해된 자가 받은 손해액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블루엘리펀트의 매출이 2022년 10억원에서 2023년 300억원으로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침해행위로 인한 이익액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 법원의 재량에 의한 손해액 산정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은 “법원은 부정경쟁행위나 제3조의2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하는 행위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고려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피고들의 부정경쟁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법원의 재량으로 산정한 바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20. 선고 2021가합522770 판결).

5. 예상되는 쟁점 및 전망
가. 패션업계 디자인 보호 범위의 기준 정립
이번 소송은 패션업계에서 디자인과 공간 연출의 지식재산권 보호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안경과 같은 패션 아이템의 경우 기능적 요소와 미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 어느 범위까지 보호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입니다.
나. 3년 제척기간의 적용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단서의 3년 제척기간이 개별 제품별로 적용되는지, 아니면 브랜드 전체의 디자인 콘셉트에 대해 일괄적으로 적용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입니다.
다.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의 확대 가능성
매장 인테리어와 공간 연출이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특히 체험형 매장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공간 연출의 법적 보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 손해배상액의 규모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청구한 손해배상액이 수십억원이지만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수백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블루엘리펀트의 급격한 매출 성장을 고려할 때,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액의 규모가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6. 결론
젠틀몬스터와 블루엘리펀트 간의 이번 소송은 1 제품 디자인의 모방 여부, 2 매장 인테리어 및 공간 연출의 모방 여부, 3 영업주체 혼동행위 여부 등 다양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의 상품형태 모방행위, (나)목의 영업주체 혼동행위, (파)목의 성과물 무단사용행위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디자인보호법상 디자인권 침해 여부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3D 스캐닝 분석 결과 99% 이상의 일치도를 보인 제품들의 경우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매장 인테리어의 유사성은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 법리에 따라 판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3년 제척기간의 적용 여부, 주지성 요건의 충족 여부, 손해액 산정 방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거조사와 법리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향후 패션업계의 디자인 보호 범위와 공정경쟁 질서 확립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