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기술이라고 해도, 고객사가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으면 우리 영업비밀이 아니지 않나요?” 영업비밀 국외 유출 사례
“중국 법인의 국내 영업소에서 근무했으니, ‘외국에서 사용’한 게 아니지 않나요?” 피고인들이 내세운 이 두 가지 항변, 법원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영업비밀 국외 유출 사건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두 가지 법리,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사실관계 요약
피고인 A, B, C, E는 카메라모듈 검사장비를 제조하는 J사에 재직하면서 기구설계·전장설계 자료, 제어 소스코드 등 장비 제작에 필요한 핵심 기술정보를 개인 구글드라이브 클라우드 계정에 업로드하거나 개인 외장하드에 저장하였습니다.
이들은 2022. 8.~9.경 J사를 퇴사하면서 위 기술자료를 그대로 가지고 나와 중국 X사로 이직하였습니다. 피고인들은 J사에서 함께 이직한 다른 직원들과 순차 공모하여, X사의 국내 영업소 또는 중국 현지에서 J사의 기술자료를 활용하여 차세대 Y 그래버를 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피고인 F, H, I는 X사의 국내 영업소에서 근무하면서 위 기술자료를 사용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4. 10. 16. 피고인 A, B, E에게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2년), 피고인 C에게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피고인 F, H, I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16. 선고 2023고합1098, 2024고합41(병합) 판결).
쟁점 정리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이 사건 기술정보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가?
피고인들은 J사의 그래버 기술은 외부 업체로부터 구매하거나 외주 개발한 것이므로 J사만의 특별한 기술이 없고, 그래버 회로도 등은 이미 공지되어 있으며, J사가 이를 비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둘째, J사가 이 사건 기술정보의 ‘영업비밀 보유자’에 해당하는가?
피고인들은 J사와 고객사 K 사이의 계약에 의하면 K에 공급되는 카메라모듈 검사장비에 관한 J사의 자료는 모두 K가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J사는 영업비밀의 보유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셋째,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의 의미는 무엇인가?
피고인 A, B, F, H, I는 X사의 국내 영업소에서 근무하였으므로,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되게 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넷째, 피고인들에게 영업비밀 유출·누설 및 업무상배임에 관한 고의와 목적이 인정되는가?
피고인 A, B, C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J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 없었고, J사의 영업비밀을 사용할 것을 공모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판시 내용
가. 영업비밀 해당 여부 – 인정
법원은 이 사건 기술정보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비밀관리성 요건과 관련하여, 비밀유지를 위한 노력이 상당했는지는 영업비밀 보유자의 예방조치의 구체적 내용, 해당 정보에 접근을 허용할 영업상의 필요성,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와 그 정도,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 영업비밀 보유자의 사업 규모와 경제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도13791 판결 업무방해·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등)·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
나. 영업비밀 보유자 해당 여부 – 인정
법원은 J사가 이 사건 기술정보의 영업비밀 보유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영업비밀 보유자의 법리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의 ‘영업비밀의 보유자’란 기술상·영업상의 노하우를 최초로 생산·개발한 자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정당하게 양수받은 자나 실시권허여(라이선스) 계약에 의하여 영업비밀의 실시권(사용권)을 얻은 자 등 법적으로 유효한 거래행위에 의하여 취득한 경우와 같이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취득한 자를 포함합니다 (대법원 1997. 2. 5.자 96마364 결정 참조).
② 영업비밀과 지적재산권의 구별
영업비밀은 지식재산 기본법 제3조 제1호에 따른 지식재산으로 분류할 수는 있으나,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으며 영업비밀 그 자체를 그대로 보호하는 행위규제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정기간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정상조, 『부정경쟁방지법 주해[제2판]』, 박영사(2024년), 609-610면). 부정경쟁방지법 역시 영업비밀의 ‘보유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권리자’ 내지 ‘소유자’와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의 권리 주체가 누구인지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의 보유자가 누구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정상조, 『부정경쟁방지법 주해[제2판]』, 박영사(2024년), 387면).
③ 구체적 판단
K에 공급되는 카메라모듈 검사장비에 관한 J사의 자료 중 상당 부분은 K가 그 지적재산권을 가지는 것으로 보이나, 이와 별개로 J사는 그에 관한 영업비밀의 보유자에 해당합니다. J사는 K로부터 실시권(사용권)을 부여받았으므로, J사가 이를 활용해 Y 카메라모듈 검사장비를 개발하거나 제조하는 과정에서 생성하거나 발견하여 활용하고 있는 소스코드, 프로그램, 회로도 등의 자료 및 정보에 대해서도 적법하게 실시권(사용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J사의 이 사건 기술정보에 대한 영업비밀 보유자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의 의미 — 목적 불요, 인식으로 충분
법원은 피고인들의 항변을 배척하고,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의 의미를 ‘국외 유출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로 해석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은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표현과 문맥의 의미 등에 비추어 볼 때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의 의미는 ‘국외 유출 가능성을 인식하면서’의 의미로 해석함이 상당합니다. 동일한 표현으로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일부 조문에 관한 개정취지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한바, 종래 목적범 구성요건 부분을 삭제하고 고의범 구성요건으로 개정된 것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
따라서 피고인 A, B, F, H, I가 X사의 국내 영업소에서 근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중국 X사에 이직하여 J사의 기술자료를 활용하여 차세대 Y 그래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술정보가 외국에서 사용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의 구성요건을 충족합니다.
라. 업무상배임 성립
법원은 피고인들이 J사에 재직 중 취득한 기술자료를 퇴사 시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경쟁회사인 X사의 영업에 사용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회사 직원이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퇴사 시에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는 자료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는 경우, 그 자료가 반드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입수할 수 없고 보유자가 자료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 이를 통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8도4794 판결 참조).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① 고객사가 지적재산권을 보유하더라도, 실시권자인 회사도 영업비밀 보유자입니다.
영업비밀의 ‘보유자’는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의 ‘권리자’와 다른 개념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에 대하여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규제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고객사가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실시권(사용권)을 부여받아 해당 기술을 활용하는 회사는 그 과정에서 생성·발견한 기술정보에 대하여 영업비밀 보유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고객사가 지재권을 갖고 있으니 우리 영업비밀이 아니다”라는 항변은 통하지 않습니다.
②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는 목적이 아니라 인식으로 충분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의 가중처벌 요건인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는 외국에서 사용되게 할 목적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국외 유출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만으로도 구성요건을 충족합니다. 중국 회사의 국내 영업소에서 근무하더라도, 해당 기술이 중국 본사에서 사용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가중처벌 대상이 됩니다.
③ 클라우드·외장하드를 이용한 자료 저장은 영업비밀 유출의 출발점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퇴사 전 개인 구글드라이브 클라우드 계정에 업로드하거나 개인 외장하드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기술자료를 반출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영업비밀을 지정된 장소 밖으로 무단으로 유출하는 행위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 제1호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재택근무 환경에서 업무 자료를 개인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관행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기술적·제도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마치며 — 이직의 자유와 영업비밀 보호의 경계
이 판결은 기술 인력의 경쟁사 이직이 빈번한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영업비밀 보호의 경계를 다시 한번 명확히 그은 사례입니다.
특히 두 가지 법리 — 실시권자도 영업비밀 보유자라는 점, 외국에서 사용될 가능성의 인식만으로 가중처벌 요건 충족이라는 점 — 는 향후 유사 사건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직은 누구에게나 허용된 자유입니다. 그러나 전 직장의 기술자료를 들고 나가는 순간, 그것은 이직이 아니라 범죄의 시작입니다. 클라우드에 저장하든, 외장하드에 담든, 그 행위 자체가 이미 영업비밀 유출의 출발점임을 이 판결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16. 선고 2023고합1098, 2024고합41(병합) 판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제18조 제1항,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 형법 제356조·제355조 제2항,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도1379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