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머신 장비를 샀는데, 거기에 불법 복제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저작권 침해자가 되는 건가요?”-불법 프로그램 저작권 분쟁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이라면 이 질문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닐 것입니다. 수원지방법원 2025. 12. 18. 선고 2024가단520516 판결은 중고 장비 구매 과정에서 불법 복제 프로그램을 취득하여 업무상 사용한 회사와 그 대표이사가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지는지, 그리고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진행되는지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담고 있습니다. 1억 7,000만 원을 청구했지만 5,000만 원만 인정된 이 사건,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와 문제
가. 당사자의 지위와 분쟁의 시작
원고 A는 ‘D’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저작권자입니다. 피고 주식회사 B는 기계가공·선반·밀링 임가공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 C는 피고 B의 대표이사 겸 유일한 이사입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중고 장비 거래였습니다. 피고 B는 2016년 8월 8일경 E 주식회사로부터 금속절삭기계인 머신 장비 4대 등을 합계 3억 2,800만 원에 매수하면서,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한 복제물이 설치된 컴퓨터 4대를 함께 취득하였습니다. 피고 C는 2016년 8월 8일경부터 2018년 3월 21일까지 이 사건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업무상 이용하였습니다.
나아가 피고 C는 2017년 4월 19일경 피고 B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 1대에 이 사건 프로그램을 추가로 복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나. 형사 절차의 경과
원고는 2018년 2월 22일 피고들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였습니다.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은 2023년 9월 14일 컴퓨터 4대에 대해서는 ‘이 사건 프로그램이 2015년 11월 17일 복제되었고, 피고 B는 2016년 8월 8일경 위 컴퓨터 4대를 매수하였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 C의 2017년 4월 19일 직접 복제 행위에 대해서는 2023년 9월 14일 기소되었고,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2024년 1월 24일 저작권법 위반죄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였으며, 이 판결은 2024년 2월 1일 확정되었습니다.
다. 당사자들이 직면한 위기
원고의 위기: 원고는 1억 7,000만 원을 청구하였으나, 이 사건 프로그램이 복수의 하위 모듈로 구성되어 있고 피고들이 실제로 사용한 모듈이 제한적이어서 손해액 입증이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들이 소멸시효 완성을 항변하여 청구 자체가 기각될 위험도 있었습니다.
피고들의 위기: 피고들은 정품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으로 알고 장비를 구매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 핵심 쟁점 Q&A
Q1. 불법 복제 프로그램이 설치된 중고 장비를 구매하여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가 되나요?
A. 네, 됩니다. 다만 중요한 요건이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24조 제1항 제3호는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그 사실을 알면서 취득한 자가 이를 업무상 이용하는 행위”를 저작권 침해로 간주합니다 (저작권법 제124조 제1항 제3호).
즉, 단순히 불법 복제물이 설치된 장비를 구매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알면서 취득하여 업무상 이용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정품인 줄 알고 구매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설치된 복제물의 모듈 종류, 피고 C의 저작권 사용허락 경력, 금속가공업 근무 기간, 통상적인 사용허락 대가 수준, 중고 장비 구매 당시 지급한 비용 등을 종합하여 피고 C가 불법 복제물임을 알면서 취득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도10086 판결 참조).
Q2. 회사 대표이사가 저작권을 침해하면 회사도 책임을 지나요?
A. 네, 회사도 대표이사와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법원은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를 근거로 피고 B가 대표자인 피고 C가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원고에게 가한 손해를 피고 C와 연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업무집행을 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주식회사는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의하여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 대표이사도 민법 제750조 또는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의하여 주식회사와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19다236385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50165 판결).

Q3.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요?
A. 피고들은 수사기관이 피고 B 사무실에 강제수사를 한 2018년 3월 21일에 원고가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하였으므로,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4년 2월 2일에 제기된 이 사건 소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합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9다259371 판결,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다206384 판결).
법원은 원고가 2018년 2월 22일 고소하고 수사기관이 2018년 3월 21일 복제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원고가 손해배상의 범위를 포함하여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정도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이익을 주장하는 자, 즉 피고들이 원고가 손해를 안 시기를 증명하여야 하는데 이를 충분히 증명하지 못하였습니다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42583 판결 참조).
Q4. 손해액은 어떻게 산정되었나요? 왜 청구액의 약 30%만 인정되었나요?
A. 법원은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른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재량으로 손해액을 산정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제126조).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 1개 가격 7,400만 원 × 5개 = 3억 7,000만 원 중 일부로 1억 7,000만 원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이 청구액의 약 30%인 5,000만 원만 인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감액 사유 | 내용 |
|---|---|
| 모듈별 구성 | 이 사건 프로그램은 복수의 하위 모듈로 구성되어 있고 금액도 모듈 조합에 따라 달라짐 |
| 실제 사용 모듈 제한 | 피고 C는 5개 모듈이 포함된 복제물을 취득하였으나 일부 모듈만 업무상 사용한 것으로 보임 |
| 복제 목적의 제한 | 피고 C가 5개 모듈 전부를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복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음 |
| 업무 관련성 | 피고들의 업무와 관련 있는 모듈은 Mill 3D 모듈 등 일부에 한정됨 |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복제물 취득 후 업무상 사용으로 인한 손해액을 2,500만 원, 직접 복제로 인한 손해액을 2,500만 원으로 각각 산정하여 합계 5,000만 원을 인정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6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104137 판결,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7다76733 판결).
Q5. 이 소송에서 전략적으로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A. 이 소송의 전략적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잘한 점 ✅
① 형사 절차와 민사 소송의 병행 활용 원고는 2018년 형사 고소를 통해 피고들의 저작권 침해 사실을 수사기관이 확인하게 하였고, 이후 형사 유죄 판결이 확정된 후 민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형사 유죄 판결은 민사 소송에서 피고들의 침해 사실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로 기능하였습니다.
② 소멸시효 기산점 다툼에서의 승리 피고들이 2018년 3월 21일 강제수사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주장하였으나, 원고는 고소 및 수사 확인만으로는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정도의 구체적 인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주장하여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시켰습니다.
아쉬운 점 ❌
① 손해액 입증 자료의 부족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 1개 가격 7,400만 원을 기준으로 5개 복제물에 대한 손해액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들이 실제로 사용한 모듈이 어떤 것인지, 각 모듈의 개별 가격이 얼마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입증이 부족하였습니다. 모듈별 사용 현황과 가격 체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였다면 더 높은 손해액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② 복제물 취득 행위와 직접 복제 행위의 손해액 구분 전략 부재 이 사건에는 ① 불법 복제물이 설치된 컴퓨터 4대 취득 후 업무상 사용(저작권법 제124조 제1항 제3호)과 ② 직접 복제(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라는 두 가지 침해 행위가 존재합니다. 각 행위의 성격과 손해 규모를 구분하여 청구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입니다.

마치며
“그렇다면 중고 장비를 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판결의 답은 명확합니다. 구매 전에 반드시 설치된 소프트웨어의 정품 여부를 확인하고, 정품 라이선스 증서를 매도인으로부터 받아두어야 합니다. 법원은 통상적인 사용허락 대가 수준, 구매 가격, 업계 경험 등을 종합하여 불법 복제물임을 알았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몰랐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려면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저작권자 입장에서도 이 판결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병행하되, 손해액 입증을 위한 자료를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모듈형 소프트웨어의 경우 모듈별 가격 체계와 침해자의 실제 사용 현황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