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제품 사진 그냥 가져다 쓰면 안 되나요?” 온라인 구매대행업을 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차피 내가 이 제품을 팔아주는 건데, 제조사 사진을 쓰면 오히려 홍보가 되는 거 아닌가?” – 쇼핑몰 제품 사진 무단 사용 분쟁
대량등록 프로그램으로 수백 개의 상품을 자동으로 올리면서, 사진 하나하나를 직접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 논리를 정면으로 거부했습니다. 2025년 11월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이 선고한 이 판결은 구매대행업자가 대량등록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조사의 제품 사진을 무단으로 온라인 쇼핑몰에 게시한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다만 모든 사진이 저작물로 인정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사진은 유죄, 어떤 사진은 무죄 — 그 기준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피고인 A는 부산 강서구 소재 사무실에서 온라인 구매대행업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H’라는 대량등록 프로그램을 구매하여 사용하였는데, 이 프로그램은 판매하려는 상품들을 자동으로 대량 등록해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었습니다.
피고인은 2023년 3월 17일부터 같은 해 5월 31일까지 피해자 주식회사 D(이후 주식회사 E로 상호 변경)이 제작한 제품 사진을 피해자의 허락 없이 ‘F’ 온라인 쇼핑몰에 게시하여 제품 판매광고를 하였습니다. 검사는 총 273회의 무단 게시 행위로 기소하였습니다.
피고인에게는 이미 저작권 관련 전력이 있었습니다. 2022년 7월경 타인의 십자수 도안을 무단 복제·판매하여 같은 해 10월 교육이수 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바 있었고, 이 사건 범행 무렵인 2023년 3월경에는 2021년에 동일한 H 프로그램을 이용한 다른 저작권법위반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법원은 273회 중 29회에 해당하는 사진에 대해서는 무죄를, 나머지 244회에 해당하는 사진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하며 피고인에게 벌금 12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은 세 가지 주요 쟁점을 다투었습니다.
가. 제품 사진이 저작물에 해당하는가?
피고인 측은 이 사건 각 사진이 제품 홍보를 위한 실용적 목적으로 촬영된 것으로서 창작적 노력과 개성이 없으므로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 피고인에게 저작권 침해의 고의가 있었는가?
피고인 측은 대량등록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각 사진이 게시된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금지어 설정 등을 통해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려 하였으므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다. 구매대행업자의 제품 사진 이용이 저작권법상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는가?
피고인 측은 구매대행업을 하면서 제품 사진을 이용하는 것은 피해자의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서 저작권법 제35조의5가 정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판시 내용
법원은 피고인의 세 가지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다만 일부 사진에 대해서는 저작물성을 부정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가. 사진저작물 해당 여부 — 유죄 244회 vs. 무죄 29회
법원은 사진저작물의 성립 요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사진의 경우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있으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도3130 판결 등 참조).”
이를 기준으로 법원은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습니다.
| 구분 | 내용 | 판단 |
|---|---|---|
| 유죄 사진 | 인물이 제품을 착용한 사진(포즈·의상·소품·배경·구도·조명 조절), 소품 배치·그림자·배경 활용·입체적 표현 등 특수성이 확인되는 사진 | 저작물 ○ |
| 무죄 사진 | 흰 배경에 신발·가방 등을 바닥에 내려놓고 대각선 위·옆·정면에서 평면적으로 촬영한 사진 | 저작물 ✗ |
즉, 단순히 제품을 놓고 찍은 사진은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드러나지 않아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하지만, 구도·조명·소품·배경 등에서 창작적 선택이 이루어진 사진은 저작물로 보호된다는 것입니다.
나. 미필적 고의 인정
법원은 저작권 침해죄의 고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복제권의 저작재산권 침해죄에서 고의는 저작재산권인 복제권 등을 침해하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족하고, 그 인식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도6403 판결 등 참조).”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근거는 세 가지였습니다.
- ① H 프로그램의 위험성 인식: 대량등록 프로그램은 그 구동원리 자체에서부터 저작권 침해의 고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고, H 이용약관에도 지식재산권에 관한 모든 법적 책임이 회원에게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 ② 저작권 관련 전력: 피고인은 이미 저작권법위반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 이 사건 범행 당시 동일한 프로그램을 이용한 다른 저작권법위반 사건으로 수사까지 받고 있었습니다.
- ③ 금지어 설정의 불충분성: 피고인이 일부 금지어를 설정하였으나, 피해자의 브랜드명에 관한 금지어 설정이 누락되어 피해자의 사진이 그대로 게시되었고, 이는 저작권 침해를 전면적으로 방지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다. 공정한 이용 해당 여부 — 부정
법원은 구 저작권법 제35조의5 제1항의 공정이용 조항을 적용하면서 다음 네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① 이용의 목적: 원저작물을 그대로 이용하여 자신의 영리적 목적에 사용하였습니다.
- ② 통상적 이용방법과의 충돌: 타인이 비용을 투입하여 제작한 사진을 이용하려면 저작권자의 허락과 사용료 지급이 통상적인 이용방법입니다.
- ③ 시장가치 훼손: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진저작물을 무상으로 사용하면 피해자가 계약 체결 시 반영할 수 있는 사진저작물의 시장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 ④ 피해자 이익 침해 가능성: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영업전략이나 판매방침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당연히 피해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4. 핵심 포인트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내용 |
|---|---|
| 사진저작물 성립 기준 | 피사체 선정·구도·조명·카메라 각도 등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드러나야 저작물로 보호됨 |
| 단순 제품 사진 | 흰 배경에 제품을 놓고 평면적으로 촬영한 사진은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음 |
| 미필적 고의로 충분 | 저작권 침해죄는 확정적 고의가 없어도 미필적 고의만으로 성립하며, 대량등록 프로그램 사용 자체가 고의 인정의 근거가 됨 |
| 공정이용 항변의 한계 | 구매대행이 제조사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만으로는 공정이용이 인정되지 않음 |
| 대량등록 프로그램 사용 시 주의 | 프로그램 이용약관에 저작권 책임이 회원에게 있다고 명시된 경우, 고의 인정의 유력한 근거가 됨 |
| 전력의 영향 | 저작권 관련 기소유예 전력이나 수사 진행 중인 사실은 고의 인정 및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함 |
“몰랐다”는 변명, 법원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 판결이 온라인 셀러와 구매대행업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대량등록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저작권 침해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항변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미 저작권 관련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범행을 반복한다면, 법원은 이를 매우 불리하게 평가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신다면 지금 당장 점검이 필요합니다. 사용 중인 대량등록 프로그램이 타인의 사진을 무단으로 가져오고 있지는 않은지, 제조사나 브랜드의 공식 허락 없이 제품 사진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 침해는 민사 손해배상에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사진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지속 가능한 온라인 비즈니스의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