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모델계약이 해지됐는데도 화장품 회사가 2년 7개월 동안 배우의 사진을 홈페이지와 온라인 쇼핑몰에 계속 사용했습니다.” 이 사실만 놓고 보면 명백한 초상권 침해처럼 보입니다. – 광고 모델 초상권 분쟁
그런데 소송을 제기한 것은 배우 본인이 아니라 매니지먼트사였습니다. 매니지먼트사가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2억 4천만 원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얼마를 인정했을까요? 이 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파목의 퍼블리시티권 침해와 매니지먼트사의 당사자적격, 그리고 손해액 산정 방법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담고 있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A는 ‘C엔터테인먼트’라는 상호로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입니다. 원고는 2019. 3. 1. 배우 D과 전속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2022. 7. 1.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하여 계약기간을 2025. 6. 30.까지로 정하였습니다. 전속계약 제9조에 따르면 원고는 계약기간 동안 D의 성명·사진·초상 등 동일성을 나타내는 일체의 것을 업무와 관련하여 이용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을 가지며,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그 이용권한은 즉시 소멸됩니다.
원고는 2019. 8. 5. 피고 B 주식회사(화장품 제조·판매업체)와 D을 광고모델로 사용하기로 하는 광고모델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계약기간은 2019. 8. 5.부터 24개월, 모델료는 1억 7천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이었습니다.
그런데 피고가 모델료 지급의무를 불이행하자, 원고는 2020. 11. 11.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소장부본이 2020. 11. 17. 피고에게 송달됨으로써 광고모델계약은 해지되었습니다. 위 사건은 2021. 11. 12. 화해권고결정(피고가 원고에게 1억 6천만 원 지급)으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피고는 광고모델계약 해지 이후에도 2021. 1. 13.부터 2023. 8. 8.까지 약 2년 7개월 동안 피고의 온라인 홈페이지와 온라인 통신판매업체 판매사이트에 D의 초상이 사용된 제품 이미지를 계속 게재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위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파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40,282,191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30,000,000원을 인정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네 가지입니다.
가. 매니지먼트사인 원고에게 당사자적격이 있는지 여부
피고는 원고가 D의 대리인에 불과하므로 D을 대신하여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원고가 자신의 이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첫 번째 쟁점입니다.
나. D의 초상이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는 이 사건 기간 동안 D이 연예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으므로 D의 초상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의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초상’ 또는 파목의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에 해당하는지가 두 번째 쟁점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타목, 파목).
다. 피고의 부정경쟁행위 및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
피고는 고의가 없었고, 온라인 통신판매업체의 사이트에 게재된 이미지는 피고가 제공한 것이 아니며, 관련 민사소송의 화해권고결정으로 이미 배상이 완료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라.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광고모델계약의 모델료를 기준으로 일할계산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이를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지, 아니면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에 따라 재량으로 손해액을 산정할 것인지가 네 번째 쟁점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3항, 제5항).

3. 판시 내용
가. 매니지먼트사의 당사자적격 — 인정
법원은 이행의 소에서 당사자적격은 소송물인 이행청구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고, 실제로 이행청구권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본안심리를 거쳐서 판명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전제하였습니다.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 제9조 제1항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 D의 초상 등에 관한 독점적 사용 권한을 보유하고 있고, 전속계약 제11조에 따라 제3자가 위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원고가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침해를 배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원고는 D으로부터 부여받은 독점적 사용 권리에 근거하여 자신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는 부정경쟁행위를 한 행위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D의 초상의 경제적 가치 — 인정
법원은 D이 2001년 드라마로 데뷔한 이후 다수의 드라마·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관련 각종 수상을 하는 등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쌓아온 사실, 피고가 원고와 광고모델계약을 체결하여 D을 피고 제품의 홍보를 위한 광고모델로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이 사건 기간 동안 D이 별다른 연예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D의 초상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의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초상’ 또는 파목의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타목, 파목).
다. 부정경쟁행위 및 손해배상책임 — 인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의 부정경쟁행위 및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첫째, 광고모델계약 해지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2021. 1. 13.경에도 피고의 온라인 홈페이지에 D의 초상이 사용된 제품 이미지가 게재되어 있었고, 2022. 11. 1.경까지도 계속 게재되어 있었습니다.
둘째, 피고 홈페이지는 피고의 제품 홍보 및 판매를 위한 것이므로, 피고는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D의 초상을 사용함으로써 원고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였습니다. 피고가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 제5조는 과실에 의한 부정경쟁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하고 있으므로 고의가 없었다고 하여 면책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셋째, 온라인 통신판매업체의 판매사이트에 게재된 이미지를 피고가 직접 제공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으나, 광고모델계약 제3조 제3항·제4항의 내용에 비추어 피고가 계약 종료 시 도소매상에게 D의 초상 사용 불가를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D의 초상이 무단사용되는 상태가 계속된 것이므로, 피고는 적어도 과실에 의한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합니다.
관련 민사소송의 화해권고결정은 광고모델계약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원인으로 한 것이어서 이 사건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는 소송물이 다르므로 이중지급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라. 손해액 산정 —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에 따라 3,000만 원 인정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광고모델계약의 모델료를 기준으로 한 일할계산 방식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부정경쟁행위 기간 동안 D이 광고모델활동을 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고, 계약 체결 당시인 2019년과 이 사건 부정경쟁행위 기간 사이의 경제적·사회적 환경 변화, 광고모델계약상의 모델출연범위와 이 사건 부정경쟁행위의 범위 차이 등에 비추어 원고가 주장하는 금액이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3항).
대신 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에 따라 ① 초상이 사용된 것은 피고 제품들 중 일부에 한정되는 점, ② 피고가 의도적으로 D의 초상을 사용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부정경쟁행위 기간 동안 D이 광고모델활동을 한 자료가 없는 점, ④ 원고가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상당 기간 동안 피고에게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⑤ 피고의 연간 당기순손익 등의 규모, 이 사건 부정경쟁행위의 기간 및 태양 등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30,000,000원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5항).

4. 핵심 포인트
가. 매니지먼트사는 전속계약상 독점적 사용 권한에 근거하여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매니지먼트사가 연예인 본인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부정경쟁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입니다. 전속계약에 D의 초상 등에 관한 독점적 사용 권한 조항(제9조)과 제3자의 침해에 대한 배제 조치 의무 조항(제11조)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원고는 자신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는 자로서 당사자적격이 인정되었습니다. 전속계약서를 작성할 때 이러한 조항들을 명확히 규정해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나. 부정경쟁방지법 타목 — 연예활동이 없어도 기존 인지도가 있으면 보호된다
이 판결은 이 사건 기간 동안 연예활동이 없었더라도 기존에 쌓아온 인지도와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파목의 보호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타목, 파목). 특히 타목은 2021. 12. 7. 개정으로 신설되어 2022. 6. 8.부터 시행된 조항으로, 연예인·인플루언서 등의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위한 명문 규정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대법원 2010. 8. 25. 선고 2008마1541 결정).
다. 과실에 의한 부정경쟁행위도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 — 계약 종료 후 사용 중단 조치 의무
이 판결은 광고모델계약 종료 후 도소매상에게 초상 사용 불가를 알리는 등의 사용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과실에 의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모델계약이 종료되는 즉시 ① 홈페이지 이미지 교체, ② 거래처에 대한 사용 중단 통보, ③ 온라인 판매채널 이미지 삭제 요청 등의 조치를 신속히 취하는 것이 형사·민사 책임을 피하는 핵심입니다.
라. 손해액 산정 — 기존 모델료 일할계산이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판결은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 기존 광고모델계약의 모델료를 기준으로 한 일할계산 방식이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3항). 법원은 침해 기간 동안의 실제 연예활동 여부, 경제적·사회적 환경 변화, 침해 범위의 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별도로 판단합니다. 또한 피해자가 손해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정도 손해액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5항).
마. 실무적 시사점 — 광고모델계약 종료 후 초상권 분쟁 체크리스트
| 점검 사항 | 이 사건에서의 시사점 |
|---|---|
| 전속계약 독점적 사용 권한 조항 | 매니지먼트사의 직접 청구 근거 필수 |
| 광고모델계약 종료 후 조치 | 홈페이지·거래처·온라인 채널 즉시 사용 중단 |
| 과실에 의한 부정경쟁행위 | 고의 없어도 손해배상책임 발생 |
| 손해액 산정 기준 | 기존 모델료 일할계산 자동 인정 불가 |
| 피해자의 손해 확대 방지 의무 | 사용 중단 요구 없으면 손해액 감액 가능 |
| 화해권고결정과 부정경쟁행위 손해배상 | 소송물 달라 이중지급 주장 불인정 |
마치며 — 계약이 끝났다고 해서 사진을 그냥 두면 안 됩니다
이 판결은 광고모델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연예인의 초상을 계속 사용하는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손해배상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특히 고의가 없었더라도 과실만으로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 그리고 온라인 통신판매업체의 사이트에 게재된 이미지에 대해서도 광고주가 사용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은 광고 실무에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항입니다. 반대로 매니지먼트사 입장에서는 전속계약서에 독점적 사용 권한 조항과 침해 배제 조치 의무 조항을 명확히 규정해 두어야 하고, 침해 사실을 인지한 즉시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조치를 취해야 손해액 산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