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끝났는데, 내 사진은 왜 아직도 팔리고 있나요?” – 계약 종료 후 사진 사용
연예인으로 수십 년간 활동해온 배우가 있습니다. 김치, 덧버선, 김장매트, 고무장갑 등 여러 생활용품 광고모델 계약을 맺고 정당한 대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도, 심지어 계약에서 허락하지 않은 제품에도 자신의 얼굴 사진과 이름이 버젓이 온라인 쇼핑몰에 걸려 있었습니다.
“나는 이미 계약을 종료했는데, 내 초상과 성명을 계속 쓰는 건 불법 아닌가요?” 이 판결은 그 질문에 명확하게 답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광고물을 올린 행위뿐만 아니라, 삭제하지 않고 방치한 행위도 초상권·성명권 침해가 된다는 중요한 법리를 확인해줍니다.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A는 1969년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여 현재까지 활동 중인 배우입니다. 원고는 여러 업체와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김치 광고: C(M 업체 대표)와 2019. 1. 8. 계약 체결, 2020. 1. 8. 2021. 1. 8.까지 연장. 피고 B(판매사)·피고 D(제조사)의 김치 제품에 한정하여 온라인 및 홈쇼핑 판매에 초상 사용 허락.
- 발열 덧버선·기모고무장갑 광고: N과 2015. 9. 7. 계약 체결, 계약기간 2020. 9. 6.까지 5년.
- 김장매트 광고: N과 2018년경 계약 체결, 2019. 1. 31.까지 사용 허락.
그런데 각 계약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그리고 계약에서 허락하지 않은 제품(풋패드 등)에도 원고의 얼굴 사진과 성명이 온라인 쇼핑몰에 계속 게시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B·D(김치), 피고 E(덧버선·풋패드), 피고 F(김장매트), 피고 G(기모고무장갑), 피고 I(풋패드)를 상대로 초상권·성명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여 피고들에게 각각 위자료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가. 계약 기간 종료 후 광고물 방치가 초상권·성명권 침해에 해당하는가?
피고들은 공통적으로 “우리가 직접 광고물을 올린 것이 아니라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의 운영시스템에 의해 남아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광고물을 적극적으로 게시하지 않고 단순히 방치한 경우에도 침해 책임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나. 계약에서 허락하지 않은 제품에 초상·성명을 사용한 경우 침해가 성립하는가?
피고 E과 피고 I는 원고가 광고를 허락한 ‘덧버선’이 아닌 ‘풋패드’에 원고의 초상과 성명을 사용하였습니다. 계약 대상 제품의 범위를 벗어난 사용이 초상권·성명권 침해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의 적용 범위는?
원고는 피고들의 광고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퍼블리시티권 침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조항의 시행일(2022. 6. 8.) 이전의 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3. 판시 내용
가. 초상권·성명권의 법적 근거
법원은 초상권과 성명권의 법적 근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이고, 초상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또한 성명권에 관하여는 “개인을 표시하는 인격의 상징인 이름에서 연유되는 이익을 침해받지 않고 자신의 관리와 처분 아래 둘 수 있는 권리로서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룬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광고물 방치도 침해 — 삭제 의무 불이행의 책임
법원은 피고들의 “우리가 직접 올린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 계약 기간 종료 사실을 알고 있었던 피고들은 판매위탁업체들에게 광고물 회수·철거를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 유통판매업체가 연예인의 초상권·성명권을 이용한 광고물을 사용하는 경우, 광고모델계약서를 직접 확인하여 기간·대상물품·범위를 숙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과실에 해당합니다.
- 원고의 초상과 성명의 호감·신뢰도에 의해 소비자가 제품 구입 의사를 가지고 클릭하면 피고의 다른 제품 구입에도 유인되는 효과가 있으므로, 광고물이 게시되어 있는 것 자체가 원고의 초상권·성명권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다. 계약 범위 외 제품 사용 — 침해 인정
법원은 ‘풋패드’는 발목과 발뒤꿈치 부분만 감싸는 보호대 형태의 양말로서 원고가 광고를 허락한 ‘덧버선’과는 확연히 다른 제품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피고 E과 피고 I가 풋패드 판매에 원고의 초상과 성명을 사용한 것은 계약 범위를 벗어난 초상권·성명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라. 부정경쟁방지법 타목 — 시행일 이후 행위에만 적용
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이 2022. 6. 8.부터 시행되었으므로, 그 이전에 이루어진 광고 행위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만 피고 G에 대해서는 2022. 6. 8.부터 2022. 8. 9.까지 ‘A고무장갑’이라는 명칭을 광고에 사용한 사실이 인정되어 이 부분에 한하여 타목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고, 재산적 손해 100,000원을 추가로 인정하였습니다.
마. 위자료 인정 금액 요약
| 피고 | 침해 내용 | 인정 위자료 |
|---|---|---|
| B·D (공동) | 계약 종료 후 김치 광고 방치 | 4,000,000원 |
| E | 계약 범위 외 풋패드 + 기간 초과 덧버선 광고 | 7,500,000원 |
| F | 기간 초과 김장매트 광고 | 4,500,000원 |
| G | 기간 초과 기모고무장갑 광고 + 타목 재산적 손해 | 2,100,000원 |
| I | 계약 범위 외 풋패드 광고 | 6,000,000원 |

4. 핵심 포인트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내용 |
|---|---|
| 방치도 침해 | 광고물을 직접 올리지 않았더라도 삭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 초상권·성명권 침해 책임 발생 |
| 계약서 확인 의무 | 유통판매업체는 광고모델계약서를 직접 확인하여 기간·대상물품·범위를 숙지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게을리하면 과실 인정 |
| 계약 범위 외 제품 사용 금지 | 광고 허락 대상 제품과 유사하더라도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제품에 초상·성명을 사용하면 침해 |
| 부정경쟁방지법 타목의 시행일 | 2022. 6. 8. 이전 행위에는 타목 적용 불가 — 시행일 이후 행위에 대해서만 재산적 손해 배상 청구 가능 |
| 위자료 산정 기준 | 광고물 게시 양과 기간, 노출 정도, 불특정 다수의 접근 가능성, 광고효과 등을 종합하여 법원이 재량으로 결정 |
| 연예인 실무 시사점 | 계약 종료 시 광고물 철거 의무와 기한을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하고, 종료 후 실제 삭제 여부를 직접 모니터링해야 함 |
계약서 한 줄이 내 얼굴을 지킵니다
이 판결이 연예인과 광고주 모두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광고 계약이 끝나면 광고물도 함께 끝나야 합니다. 계약서에 철거 의무와 기한을 명확히 적어두고, 계약 종료 후에는 실제로 광고물이 삭제되었는지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광고주와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직접 올린 게 아니다”, “포털사이트에 남아 있는 것이다”라는 변명은 법원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연예인의 초상과 성명을 활용하는 순간, 그 계약서를 직접 확인하고 기간과 범위를 숙지할 의무가 생깁니다.
내 얼굴과 이름은 내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계약서에 철거 조항을 명확히 넣고, 계약 종료 후 광고물 삭제를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한번 올라간 광고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