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프로젝트 파트너사에 자료 공유 영업비밀 침해 부정한 목적-변호사

“우리 회사의 기술 자료를 프로젝트 파트너사에 공유했더니, 그 회사가 다른 참여업체 19명에게 그 자료를 이메일로 뿌렸습니다. 당연히 영업비밀 침해 아닌가요?” 직관적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달리 판단했습니다. 자료 공유 영업비밀 분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라도, 그것을 공개한 행위에 ‘부정한 목적’이 없었다면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판결은 전기차 배터리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서 한 참여업체가 다른 참여업체들에게 원고의 기술 자료를 공개한 행위에 대해 부정한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사례입니다. 공동 프로젝트에서 기술 자료를 공유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영업비밀 보호의 핵심을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공동 프로젝트 파트너서 자료 공유 영업비밀 침해
공동 프로젝트 파트너서 자료 공유 영업비밀 침해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주식회사 A와 피고 주식회사 B는 모두 전기 부품 제조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입니다. 피고 C와 D는 각각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와 연구소장입니다.

원고와 피고 회사는 E 주식회사가 추진하는 중형 전기버스 개발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여, 전기버스에 탑재될 배터리팩 관련 부품을 각각 제조하기로 하였습니다. 원고는 E 및 프로젝트 참여업체 F 주식회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상호 비밀유지 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이후 원고, 피고 회사, F 등은 배터리팩 개발 현황을 합동점검하였는데, 배터리의 완속충전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합동점검 결과 피고 회사에서 해당 문제를 대응해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이에 피고 D는 원고를 포함한 이 사건 프로젝트 참여업체 직원 19명에게 이메일을 발송하였습니다.

이 이메일에는 ‘완속충전 문제의 원인은 원고가 담당하는 제품에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고, 원고로부터 제공받은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술 문서(이 사건 자료)가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신의칙 또는 묵시적 약정에 따라 이 사건 자료를 비밀로 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영업비밀 보유자인 원고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이를 공개하여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가. 이 사건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이 되기 위해서는 ① 비공지성, ② 경제적 유용성, ③ 비밀관리성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술 문서가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가 첫 번째 쟁점입니다.

나. 피고들의 자료 공개 행위가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라목은 영업비밀을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사용·공개하는 행위를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규정합니다. 피고들이 이 사건 자료를 프로젝트 참여업체들에게 공개한 행위에 이러한 부정한 목적이 있었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다. 공동 프로젝트 참여업체 간 비밀준수 범위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경우의 법적 효과

원고는 E 및 F와 비밀유지 약정을 체결하였으나, 피고 회사와는 이 사건 자료에 관한 비밀준수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은 채 자료를 공유하였습니다. 비밀준수 범위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를 공유한 경우, 그 자료의 사용 범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세 번째 쟁점입니다.

자료 공유 영업비밀 침해
자료 공유 영업비밀 침해

3. 판시 내용

가. 이 사건 자료의 영업비밀 해당성 — 인정

법원은 이 사건 프로젝트의 내용, 원·피고 회사의 역할, 원고와 E 등의 비밀유지 약정 체결 경위, 이 사건 자료의 작성 경위 및 내용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자료에 있는 정보는 원고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부정한 목적의 부존재 — 영업비밀 침해행위 불성립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피고들에게 부정한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첫째, 이메일의 주된 목적은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메일의 주된 내용은 ‘완속충전 문제의 원인은 피고 회사의 제품이 아닌 원고 제품에 있다는 설명’과 ‘그 해결을 위하여 원고와 상의하여 프로토콜을 정의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이었고, 이 사건 자료는 이러한 원인분석 및 해결책에 대한 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자료 공개의 목적이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 부정한 목적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둘째, 피고 회사도 이 사건 자료를 사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습니다. 원고가 이 사건 자료를 작성하긴 하였으나, 이 사건 프로젝트의 업무수행에서 피고 회사와의 협업을 통하여 피고 회사의 기술정보도 반영하여 작성한 것이므로, 이 사건 프로젝트의 범위 내에서는 피고 회사도 이 사건 자료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셋째, 비밀준수 범위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업체들 간의 비밀준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이상,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프로젝트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참여업체들에게 이 사건 자료를 보낸 것만으로는 이 사건 프로젝트의 목적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원고와 피고 역시 이 사건 자료에 관한 비밀준수의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은 채 자료를 공유하였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넷째, 손해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 의도하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프로젝트 참여업체 중 원고와 동일한 사업을 하거나 그러한 사업영역에 진출하려는 업체가 이 사건 자료를 이용할 경우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할 여지는 있으나, 피고들이 그러한 손해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 의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섯째, 이메일 내용의 일부 사실 불일치만으로 부정한 목적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 이메일 중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 회사가 완속충전 문제의 책임을 원고에게 돌려 손해를 가하기 위하여 공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다섯 가지 이유를 종합하여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기업 영업비밀 김정민 변호사
기업 영업비밀 김정민 변호사

4. 핵심 포인트

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더라도 ‘부정한 목적’ 없이는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라도 그것을 공개한 행위에 ‘부정한 목적’이 없으면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라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침해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 공동 프로젝트에서 자료를 공유할 때는 비밀준수 범위를 반드시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이 판결은 공동 프로젝트에서 자료를 공유할 때 비밀준수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E 및 F와는 비밀유지 약정을 체결하였으나, 피고 회사와는 이 사건 자료에 관한 비밀준수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은 채 자료를 공유하였습니다. 이 점이 법원이 피고 회사의 자료 공개 행위를 프로젝트 목적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핵심 근거가 되었습니다.

다. 협업으로 작성된 자료는 상대방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판결은 공동 프로젝트에서 협업을 통해 작성된 자료는 상대방도 프로젝트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줍니다. 이 사건 자료는 원고가 작성하였으나 피고 회사의 기술정보도 반영하여 작성된 것이었습니다. 공동 프로젝트에서 협업으로 작성된 자료의 소유권과 사용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라. 공동 프로젝트 참여 시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실무적 체크리스트

관리 항목이 사건에서의 문제점권장 조치
비밀유지 약정 체결 대상피고 회사와 미체결모든 참여업체와 개별 NDA 체결
비밀준수 범위 설정범위 불명확자료별 비밀준수 범위 명시
공유 자료의 소유권협업 자료 소유권 불명확자료 작성 주체 및 소유권 명시
자료 공유 방법제한 없이 공유공유 대상·방법·범위 제한
비밀 표시대외비 표시 여부 불명확공유 자료에 대외비·기밀 표시
사후 관리사후 관리 부재자료 사용 현황 모니터링

마치며 — 공동 프로젝트에서 영업비밀을 지키려면, 공유하기 전에 먼저 약정부터 체결하세요

이 판결은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라도 비밀준수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은 채 공유하면, 나중에 그 자료가 다른 업체들에게 공개되더라도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공동 프로젝트에서 기술 자료를 공유할 때는 반드시 모든 참여업체와 개별적으로 비밀유지 약정을 체결하고, 자료별로 비밀준수의 범위와 사용 목적을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협업으로 작성된 자료의 소유권과 사용 범위도 미리 명확히 해두어야 합니다. 영업비밀 보호는 사후에 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를 공유하기 전에 철저한 약정을 통해 예방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공유하기 전에 약정부터, 이것이 공동 프로젝트에서 영업비밀을 지키는 첫 번째 원칙입니다.